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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인가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이 공중보건에 광범위한 위협을 가할 만큼 그렇게 심각한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실제 예방접종률을 살펴봐야 한다. 예방접종률이 보편적으로 목표치에 도달하고 예방 가능한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백신 거부 운동가들에 대해 언급하거나 반응할 가치가 없을 것이다.
2016년 현재 미국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소아마비 바이러스, 홍역·볼거리·풍진MMR,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B형 간염HepB, 수두, 폐렴구균 단백복합 백신PCV, A형 간염HepA, 그리고 로타바이러스의 예방접종 목표치를 초과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이 접종률은 통계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이 백신들 대부분에서 접종률은 목표치인 90퍼센트보다 높았지만, 다음 해에 부스터booster, 백신의 효능을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옮긴이를 필요로 했던 백신들의 경우 접종률은 다소 낮았다. 백신 거부 그룹의 규모가 아니라 민간보험과 인종 및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결정되는 의료에 대한 접근성으로 백신 접종률을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철학적 신념에 기초해 백신 면제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고, 종교적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비율은 훨씬 더 낮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MMR 백신에 대한 면제 비율은 2% 이하였다. 유럽의 면제 비율도 비슷하다. 비록 더 많은 유럽인들이 백신 접종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것은 질병의 발생을 일으킬 만큼 충분히 중요한 행동으로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2016년 현재 응답자의 41%가 “전반적으로 백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는 문구에 동의하지 않거나 강하게 반대했지만 96%의 어린이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예방접종을 받았고 89%의 어린이가 홍역 예방접종을 받았다. 이러한 수치는 이상적인 수치보다는 낮지만 백신을 의심하는 수준에 비춰 보면 나쁜 편이 아니다. 백신 의심과 백신 접종 사이의 차이는 의도와 행동 사이의 차이다.
신념과 행동 사이의 이러한 격차를 ‘의도-행동 격차’ 또는 ‘가치-행동 격차’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그러한 격차를 경험한다. 대부분의 흡연자가 흡연이 자신에게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어쨌든 흡연한다. 우리는 제한속도 이상으로 운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때때로 제한속도를 초과한다. 흡연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요인이 흡연에 대한 각각의 결정에 관여한다. 마찬가지로 개인이 백신 접종 여부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이 있다. 프랑스의 홍역-백신 접종률은 더 높아야 하고, 프랑스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부모의 백신 접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의심 이상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
접종률을 높이기 어려웠던 백신들은 종종 도덕성이나 정체성이라는 다른 쟁점과 연관되어 있다. 가다실Gardasil은 대부분의 자궁경부암과 항문암뿐만 아니라 질암과 편도, 연구개열, 혀 밑부분의 암을 유발하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주인 HPV에 대한 백신으로, 승인 후 매운 논란이 되었다. 몇몇 기독교 단체는 가다실 때문에 젊은 여성들이 혼전 성관계를 더욱 쉽게 여길 것이라고 믿고 일상적인 예방접종 일정에 가다실을 추가하는 것에 반대했다. HPV 백신에 대한 거부는 아마도 다른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보다 HPV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도덕적이고 문화적인 정체성으로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머크Merck & Co. Inc.사가 가다실을 도입한 방식, 그리고 데이터와 상황에 따른 백신에 대한 거부를 적절하게 다루지 않은 언론보도도 이 논쟁에 모종의 역할을 했을 수 있다. 머크사는 어린 소녀들에게 가다실을 의무적으로 접종시키기 위해 주 의회에서 로비 캠페인을 벌였다. 그 캠페인은 매우 부정적인 대중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비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성병의 감염을 유사하게 치료하는 B형 간염 백신은 큰 논란 없이 도입되었고 1990년대 일상적인 소아 예방접종 일정에 추가되었다. 백신이 지역사회에 도입되는 방식과 아울러 백신을 도입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역량도 백신에 대한 우려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백신 거부 수사법이 뿌리내리고 예방접종률이 감소해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이 있다. 2010년 초, 미네소타에 있는 소말리아계 미국인 공동체에 백신 거부 운동가들이 영향력을 미쳤다. 2017년 4월부터 8월까지 미네소타에서 30년 만에 가장 규모가 큰 79건의 홍역이 발생했는데, 이중 대부분은 소말리아계 미국인 어린이들이 걸렸다. 홍역-백신 접종률이 전반적으로 높았지만, 예를 들어 예방접종률이 평균 83%에 불과한 사립학교와 같은 일부 집단에서 훨씬 낮았기 때문에 이 발병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공중보건 관계자들은 놀랄 만한 협력으로 소말리아계 미국인들과 함께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였다. 2017년 4월과 7월 사이 미네소타 병·의원의 백신 접종은 평상시보다 세 배 이상 많이 이루어졌으며, 발병 종료 후에도 백신 접종률은 발병 전보다 높게 유지되었다. 이런 결과로 미루어 볼 때 백신 접종이 감소한 지역사회에 문화적 문해능력을 높이는 접근방식이 발병 퇴치에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당시의 보도들에 의하면, 소말리아계 미국인 사회에 백신 거부 음모론을 퍼뜨리기 위해 전단을 나눠주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지역에서 백신 거부 운동을 벌였던 단체들은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2014년에서 2015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홍역이 발병해 100명 이상의 어린이들로 퍼져나갔고, 그중 45%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다. 뉴스 매체는 이것을 디즈니랜드 발병이라고 불렀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지난 10년 동안 95% 이상에서 약 92%로 떨어졌는데, 이는 백신 거부 운동의 결과였다. 발병 이후 몇 가지 공중보건 조치가 취해졌다. SB-277법캘리포니아 주 내 취학연령 어린이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옮긴이으로 인해 공립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가 비의학적 백신 면제를 받는 것이 더 어려워졌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신입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률은 2004년 이전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일부 카운티에서는 여전히 다른 카운티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데, 이는 이전의 다소 느슨한 기준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어린이 코호트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1천 건 이상으로 발병이 확산되었는데, 홍역을 미국에서 퇴출시켰다고 선언한 2000년 이후 그 어느 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였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어린이가 이스라엘에서 바이러스를 보균한 채 돌아오면서 뉴욕의 한 정통 유대교 공동체에서 홍역이 발병하기 시작했다. 73건의 홍역이 발병한 클라크 카운티가 소재한 워싱턴 주 정부는 하원 법안 1638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안은 개인적이고 철학적인 백신 면제는 허용하지 않으나 종교적 면제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의 다음 장들에서 종교적 면제가 종교 교리에 기초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종종 부모들을 거짓 유인하고 있다는 것을 살펴볼 것이다. 뉴욕 로클랜드 카운티에서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미성년자를 공공장소에서 축출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이 금지령은 보류되었다. 홍역이 발병한 사이언톨로지 교회가 운영하는 미국 유람선은 홍역 위험 때문에 격리되었다가 나중에 해제되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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