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내 기억이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그래서 나는 무엇인가
사람처럼 내 기억이 내 팔을 늘리며 질질 끌고 다녔다, 빠른 걸음으로 나를 잡아당겼다, 촛불이 바람벽에다 키우는 그림자처럼 기시감이 무섭게 너울거렸다
사람보다 더 큰 사람그림자, 아카시아나무보다 더 큰 아카시아나무그림자
그러나 처음 보는 노인인데…… 힘이 세군, 내 기억이 벌써 노인을 만들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나를 돌보고 있었다
기억이 나를 앞지르기 시작했
주어 없는 꿈
어떻게 하면, 당신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물결처럼 베개를 높이고, 낮추고……
나는 당신이 꾸는 꿈을 꾸고 싶다. 밤새 내가 하는 일은 잠든 당신의 얼굴을 뜯어보듯 관찰하며, 파고들 듯 탐구하며……
당신이 모르는 당신의 얼굴을…… 파헤치고 싶다.
삶이 우리를 서서히 갈라놓았다면 죽음은 우리를 와락 끌어안을 것이다. 삶이 죽음을 모르는 만큼 죽음도 삶을 모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단단한 씨앗 속으로 다시 들어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뿌리가 제 꽃을 모르는 만큼 꽃도 제 뿌리를 모르는 것이다. 그것은 별빛이 별빛에 닿듯 까마득히 먼 거리인 것이다.
당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느껴보았다. 쿵, 쿵, 쿵, 쿵……
계속, 계속해서 그것은 이쪽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오른발이 없어지는 동안에 왼발이 생기네, 왼발이 없어지는 동안에 오른발이 생기네, 오른발이 없어지는 동안에……
쿵, 쿵, 쿵…… 그것은 폭설처럼 거칠고 깊은 잠에 빠진 어느 말을 빗장처럼 가로지르며 홀로 걸어가는 복면한 도둑과 같은 것이다. 계속, 계속, 계속해서 그것은 저쪽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훔친 물건을 되돌려주기 위해 다음 날 밤을 기다리게 될 도둑이 있었을 것이다. 내일은, 내일은……
어떻게 하면, 당신의 담장을 넘어 당신이 원치 않는 꿈을 꿀 수 있을까? 당신의 목구멍을 긁으며 마침내 빠져 나오는…… 저 한 자루 과도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달콤한 액체를 나는 맛보고 싶다.
과연 당신은 그곳에 무슨 열매를 깎아놓았을까. 나는 당신이 꾸는 꿈을 꾸고 싶다.
당신의 꿈속에서 내가 모르는 내 얼굴을…… 죽이고 싶다. 붉은 껍질을, 붉은 껍질을…… 하염없이 떨어뜨리고 싶다.
당신의 꿈속에서 내가 모르는 내 얼굴을…… 죽이고 싶다. 붉은 껍질을, 붉은 껍질을…… 하염없이 떨어뜨리고 싶다.
꿈속에서 나는 늘 진지했다. 꿈속에서 나는 한 번도 농담을 한 적이 없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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