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되면서 기하급수 기술은 전환점을 맞았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5G, 자율주행, 유전자 편집가위… 이 거대한 기술들은 우리가 일하고, 놀고, 생활하고,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철저히 혁신시킬 예정이다. 전 세계 66개국, 4,500명의 미래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미래연구 그룹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산업을 이끄는 현재의 과학기술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기술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전망한다.
2020년 주목해야 할 사건 1
2020~2030년, 3대 교통 혁명이 일어난다
2022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소멸
2010년 전기차 판매는 1만 2,500대였지만, 2018년에는 200만 대 즉,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2퍼센트를 차지했다. 현재 미국의 도로에는 500만 대의 전기차가 돌아다니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전기자동차가 이렇게 빨리 보편화될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블룸버그 NEF 2019 전기차 전망에 따르면, 2022년이 되면 현재의 일반 자동차보다 전기차가 더 가격 경쟁력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꾸준히 배터리의 값이 떨어지고 배터리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테슬라Tesla가 자동차 업계의 발전을 주도하여 전기자동차 개발을 최우선 순위로 삼은 덕분이기도 하다.
현재 전기차의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충전소 인프라 부족 문제와 휘발유 차량과의 가격 차이다. 그간 전기차의 비싼 가격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전기차를 사는 데 망설이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그 전기차의 가격이 이제 빠르게 싸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022년이 되면 전기차가 같은 크기의 일반 자동차보다 더 저렴해질 것이며 2024~2026년이 일반 자동차의 소멸 시기가 될 거라고 추정했다. 유럽은 북미보다 좀 더 속도가 빨라서 최근 분석에 따르면 대형차량이라도 2022년이 되면 전기차가 더 저렴해지고, 2024년이면 일반 자동차는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배터리 값이 전기차 가격의 반 정도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총 비용의 약 3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약 20퍼센트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배터리로 작동하는 굴착기와 전기보트 및 비행기 등에서도 저렴한 배터리가 보편화되고 있다.
자동차 자체의 가격뿐만 아니라 마일당 운전 비용도 낮아지는 추세다. 라이트의 법칙Wright’s Law에 따르면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날 때마다 비용이 고정된 비율로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내연기관은 이미 성숙한 기술이기 때문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은 75년 이상 마일당 약 0.70달러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그에 반해 개인용 전기차 가격이 2022년 일반 자동차 가격보다 더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하락할 것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아크 투자 관리회사ARK Investment Management LLC의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는 예상되는 재판매 가치가 높기 때문에 선행 비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마일당 비용 경쟁력이 더 높다. 만약 전기차의 스티커 가격이 같은 휘발유 자동차의 가격보다 낮아지면 수요에 대한 티핑 포인트가 발생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삭감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전기차의 추진력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비용 하락 속도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차가 기존 자동차보다 저렴해지는 교차점이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여부는 사실 크게 상관없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운송 부문이 전기차로 극적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의 트렌드는 이제 전기차로 넘어가고 있다.
2025년, 자율주행차의 보편화
미국의 최대 IT 전문 온라인 매체인 테크크런치닷컴에 의하면 현재 미국 36개 주에서 80개 이상의 회사들이 1,400개가 넘는 자율주행 차량을 시범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도로 위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개발하려면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시범 운행 신청 건수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과 수요, 기술개발 펀딩이 크게 부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공공 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실시한 최초의 주인 캘리포니아에는 현재 62개의 회사가 시범 운행을 하기 위해 등록되어 있다. 80개 기업 중 62개의 기업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것으로 보아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실리콘밸리의 이우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제조회사가 아닌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 개발,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런 추세를 반영해 FTI 컨설팅은 2019년 보고서에서 “100년 역사의 자동차 제조업이 종말을 맞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2050년이 되면 피크를 이루며 이때 연간 7조 달러 정도의 시장이 된다고 예측가들은 전망한다. 테크 기업을 주도로 이미 보험회사, 건설회사, 물류기업들이 투자에 뛰어들었다.
자율주행차는 지난 100년간 자동차로 인한 변화보다도 더 큰 시장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자동차를 위한 도로가 바뀌고, 자동차를 위한 연료내연기관에서 전기로가 바뀐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고 엄청난 데이터를 이용해 자율운행을 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데이터과학, 블록체인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이런 기술에 앞서가지 못하는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대변혁 10
1. 서비스로의 운송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우버와 같이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게 된다. 부자들의 취미 생활이나 선수용으로 말을 소유하는 것처럼 차를 갖는 것은 매우 비싼 취미가 될 것이다.
2. 자동차 제조업체는 거대 자율주행차 선단을 보유한 렌터카 서비스 회사로 통합된다.
3. 1대의 자율주행차가 30대의 일반 자동차를 대체하면서 교통량의 최대 50퍼센트를 대체한다.
4. 반려동물, 장애인, 고령 인구 등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자동차 내부 디자인이 다양해진다.
5. 100만 마일을 달릴 수 있는 배터리 개발로 평생 배터리 교환이 필요 없어진다.
6. 운전자의 감소로 자동차 사망 사고율이 폭락하고 자동차 사고로 인한 연간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의료비와 수리비 등을 아낄 수 있다. 동시에 자동차 연관 산업이 소멸한다.
7. 소매업의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세차장, 카센터, 주유소 등 자동차 연관 산업이 소멸한다.
8. 입지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대부분 검색으로 가게를 찾아가게 되면서 랜드마크의 땅값이 하락한다. 주차장으로 쓰이던 땅들이 재개발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
9. 도시나 정부는 자동차 관련 세금의 50퍼센트를 잃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수익을 고민하게 된다.
10. 면허증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되면서 자동차 관련 부서가 대폭 축소되고 교통 경찰의 수도 급감한다.
최근 자율주행차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은 다름 아닌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이다. 아마존과 자율주행차는 일면 연결되지 않을 수 있지만 아마존은 오래전부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비롯해 그들만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자율주행트럭 개발회사인 엠바크Embark와 함께 이미 자율주행 운송 트럭을 시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는 회사 오로라Aurora에 5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기존 자동차 회사는 물론 자율주행 테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아마존은 다른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BMW, 포드Ford 및 도요타Toyota의 새로운 자동차에 인공지능 음성 비서 알렉사Alexa를 설치하려는 계획이 그것이다. 알렉사를 통해 음악을 듣고, 스케줄을 관리하고 쇼핑을 하는 등 운전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시간을 아마존 제국과 함께 보내게 하기 위한 목표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제3장에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표준 운행 지침, 규율, 법제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5G, 인공지능, 로봇공학, 도로와 도시 건설, IoT와 칩 센서 기술 등 많은 기술들이 연관되어 있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미 국가적, 국제적 법률 제정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아주 늦게 뛰어들었지만 특유의 추진력으로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국의 자율주행 관련 법안 및 규율과 규제가 어떻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 사항이다. 만약 미국과 독일이 자율주행차 시장을 앞서간다면 이들이 중국에 어느 방향으로 투자를 하고 어떻게 외국 기술을 받아들이는지도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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