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Social Economy
경제학자이자 협동조합 이론 연구자였던 프랑스의 샤를 지드Charles Gide는 1903년 발간한 한 보고서에서 이들 3가지 유형의 조직과 기타 사회적 장치들을 통틀어 ‘사회적경제Economie Sociale’라고 지칭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수반하는 이윤독점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견제하는 장치로서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을 설정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라는 용어는 그 후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각국에서는 여러 사회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는 복지체계가 확립되었다. 지역공동체 형태로 문제를 해결했던 상호공제회나 결사체들은 전국 차원의 사회보장제도가 수립된 후에는 역할이 없어졌기 때문에 제도 속으로 편입되거나 해체되었다.
사회적경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복지국가가 위기를 맞이하면서부터였다. 1970년대부터 유럽의 자본주의는 저성장의 길을 걸으면서 실업과 빈곤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재정이 어려워진 각국 정부는 종전과 같이 넉넉하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었고, 고용을 창출하는 데도 무력했다. 결국 자율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유익한 목적을 추구하는 제3섹터의 역할과 잠재력에 많은 기대가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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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Social Co-operative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모델은 흔히 이탈리아에 기원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으로는 동유럽 나라들에서 그 초기 형태가 발견된다.
육체적 장애인들을 위한 협동조합은 1919년 폴란드에서 제1차 세계대전 상이군인들을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이 그 시초다. 1922년에 비슷한 협동조합이 소련에서 나타났고, 1949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장애인협동조합연맹Disabled Person’s Co-operative Union’이 조직되었다.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유사한 협동종합들이 장애인을 위한 주요 서비스 제공자로 성장했다. 이들 협동조합은 보수를 주는 일자리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의료 및 사회서비스도 제공했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협동조합은 노동자생산협동조합, 장애인생산물품판매협동조합, 가내수공업조합, 사진관이나 레스토랑 같은 장애인고용조합, 맹인신용조합 같은 특수서비스 제공 조합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탈리아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은 1990년대 초반에 법제화되었다. 특히 지방정부의 아웃소싱 사업이 늘어나면서 사회적협동조합 또한 급성장했는데, 70% 이상이 1991년 이후에 설립되었다.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법(법률 381/1991)은 사업 내용에 따라 두 유형을 구별하고 있다. ‘A형’ 사회서비스 협동조합은 주로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돌봄·보건·교육·체육·레크리에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시설 및 지역사회 공동체 시설을 운영한다. ‘B형’ 사회서비스 협동조합은 농업, 제조업, 상업 또는 서비스활동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장애인이나 사회적 불이익자들(정신과 환자, 약물 및 알코올중독자, 18세 이하 빈곤 청소년, 수감 대체 형벌을 받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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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Local Currency
지역화폐란 정부에 의해 통용이 강제되고 전국에서 유통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영되며 소규모 지역 내에서 유통하는 국지적 화폐다. 법정화폐의 경우 가치가 국가에 의해 부여되지만, 지역화폐는 그 가치가 회원들 사이의 거래에 의해 부여된다.
지역화폐의 구체적 형태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기본 모델은 1983년 캐나다의 마이클 린턴Michael Linton에 의해 제시되었다. 밴쿠버의 작은 광산촌인 코트니Courtenay는 당시 광산이 폐쇄되면서 실업자가 양산되어 주민들이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린턴은 기업에 고용되지 못해 법정화폐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할 새로운 교환방식을 모색했는데, 그 핵심이 바로 지역화폐였다. 이때 린턴이 제안한 지역화폐는 ‘레츠LETS’ 즉 ‘지역교환거래망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이라고 알려진 유형으로서, 직장이 없어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는 화폐경제의 한계를 뛰어넘고,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는 물물교환경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였다.
지역통화는 성격 및 운영방식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회원들 사이의 거래가 임의로 약속한 가상의 지역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유형이 있다. 이때 지역화폐는 거래 기록 또는 계좌 내의 숫자로만 존재하는 무형의 통화로서 조가비cowries, 에코스ecos, 타이즈tides, 마우스mouse, 두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거래가 이루어지면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의 계좌에 거래 금액만큼의 지역통화가 (+)로 기입되고 이를 구입한 사람의 계좌에는 (-)로 기입된다. 둘째, 교환의 매개체인 지역통화를 직접 인쇄하여 발행하고 통용시키는 유형도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미국 뉴욕 주에서 통용되고 있는 ‘이타카아워즈Ithaca Hours’를 들 수 있다. 이타카아워즈는 ‘교환은행’이라는 기구를 두고 직접 지역통화를 발행하며, 지역주민들은 이 지역통화를 법정화폐와 마찬가지로 교환거래 시 사용한다. 셋째, 서비스 제공을 받은 사람이 제공받은 서비스를 되돌려줄 필요가 없는 ‘타임달러Time Dollar’ 유형이 있다. 이 유형은 다른 회원들에게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 지역통화인 타임달러를 받아 저축한 후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경우 저축했던 타임달러를 지불하고 운영 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역교환거래망의 하나다.
지역화폐는 보완화폐, 대안화폐, 공동체화폐, 녹색화폐 등 행위주체들의 강조점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지역화폐에 대한 강조점들은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지역화폐는 실업문제를 해결해줄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주목받았다. 불황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로 인해 현금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도 지역통화에 근거한 지역교환거래망에 참여할 경우,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와 교환함으로써 기본 생활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화폐가 이처럼 기존의 법정통화를 보완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돕는다는 문제의식은 주로 마이클 린턴 등에 의해 강조되었던 논점이다.
둘째, 지역화폐는 현행 화폐제도 및 자본주의를 극복할 결정적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이 입장에서는 현대 자본주의의 화폐금융제도가 극단적인 이윤 추구와 가치 증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물경제를 거품으로 이끌거나 쇠락시키고 있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안화폐로서 지역화폐가 중요하다고 이해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역화폐는, 소유가 아니라 사용을 지향하고, 이자나 이윤이 아니라 구체적 삶의 활성화가 사명인 화폐를 추구했던 오스트리아의 사상가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와 독일의 경제학자 실비오 게젤Silvio Gesell의 전통에서 특히 강조되었다.
셋째, 지역화폐는 지역 내 자원교환을 촉진하고 지역기업을 지원하며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의 자립을 가능케 할 공동체화폐로서 주목을 받았다. 이 입장에서 보자면, 지역통화는 지역사회의 연계망을 강화시켜 지역주민들의 상호원조를 더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고 공동체적 생활양식을 확산시키는 수단이다. 한국의 품앗이나 두레와 같은 전통적인 상부상조 수단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지역통화와 관련성이 깊다.
넷째, 지역화폐는 환경적가치를 실천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해줄 유력한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지역화폐의 실천들 중 많은 부분이 생태주의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한국에서 지역화폐의 실험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본격화되었다. 《녹색평론》에 지역화폐의 다양한 실험이 소개되면서 그 이론적 가능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가 급증함에 따라 대안의 하나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신문명·신과학 운동을 표방하는 단체인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미내사)’이 1998년 3월 국내 최초로 지역화폐를 시작했고, 같은 해 인천정보통신센터에 의해 두 번째 지역통화가 도입되었다. 이후 시민단체·사회복지단체·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지역화폐를 도입했는데, 그중에서도 지역화폐 ‘두루’를 사용하는 대전 지역 ‘한밭레츠’의 운영이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사회적 배제와 사회적 포용Social Exclusion vs. Social Inclusion
‘사회적 배제’라는 개념은 1974년 프랑스 시라크 정부의 사회부Social Action 장관이었던 르누아르Rene Lenoir가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는 한 연설에서 프랑스 인구의 10%가 ‘배제된 사람들les exclus’이며, 이들은 사회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어서 시민사회로부터 벗어나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Silver, 1994). 그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이 현상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어왔는데, 대체로 사회적 배제는 “소비활동, 소득활동, 정치활동, 사회적 연대성 등 몇 가지 영역과 관련한 곤궁과 박탈을 포괄하는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영국의 사회적배제국Social Exclusion Unit에서는, 사회적 배제가 사람들이나 지역들이 실업, 차별, 취약한 기술 수준, 낮은 임금, 열악한 주거, 높은 범죄, 좋지 않은 건강 그리고 가정의 붕괴 등과 같은 일련의 문제들로부터 고통을 받을 때 발생하며, 그러한 문제들이 동시에 결합되면 악영향을 미치는 순환을 생성한다고 보았다. 이들은 주로 경제적 배제를 야기하는 여러 양상들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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