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빡침전북 장수고 장원영문턱에 발을 찧을 때, 팔꿈치 잘못 부딪혀 저릴 때, 재채기 나오다 말 때, 우산대에 머리카락 걸려 뽑혔을 때, 지퍼 올리다 살 집혔을 때, 코에 여드름 났을 때, 비 오는 날 양말 젖을 때, 이에 팝콘 꼈을 때, 먹다 혀 깨물었을 때, 지우개로 글씨 지우다 종이 찢어졌을 때, 입술 텄는데 입 벌릴 때, 양말에 구멍 났을 때, 거울 보는데 못생겼을 때, 공휴일이 주말에 껴 있을 때, 와이파이 안 될 때, 택구 쌤 목소리 들을 때, 버스 시간 놓쳤을 때, 휴대폰 데이터 다 썼을 때, 라면 먹다 기침할 때, 종이에 손 베였을 때, 패딩에서 솜 빠질 때, 손이 문에 꼈을 때, 맛있는 거 조금 줄 때, 손톱 바짝 깎았을 때, 배고플 때, 발목 삐끗할 때, 자다 다리에 쥐 났을 때
언니인천가좌여중 신미선가을 타는 언니가동네 강아지보다 귀찮게 한다쫄래쫄래 쫓아오며뱉는 말이 제법 예쁘다“야, 충전기 좀.”“니 오늘 엄청 못생김. ㅋㅋㅋㅋ”“엄마한테 전화 좀 해 봐.”“그만 먹어, 돼지야.”어쩜 하는 말마다가을 단풍처럼 고운지밤송이처럼 까고 싶다
조약돌충남 태안고 김성균매끄러운 조약돌어찌 이리 고울까고운 피부 속에는얼마나 큰 아픔 담았나산에서 구르고강가를 뒹굴고고운 표면 안에다감추고픈 고통들삶의 무게가둥글둥글 뭉쳐 조약돌이 되었나매끄러운 조약돌어찌 이리 깊을까
아빠경기 남양주 덕소중 박시영아빠가 직장을 옮기셨다.집과는 멀리 떨어진 예산으로 옮기셨다.집과는 네 시간 거리인 예산고작 네 시간 거리지만 아빠가 멀리 계신 것만으로도 슬펐다.금요일 밤 오셔서 월요일 새벽에 가시는 아빠아빠는 참 피곤해 보였다.아빠는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해 보이지만“아빠, 야구하자.”동생의 한마디에 야구도 해 주시고“학교생활은 어때?”“공부는 어렵지 않고?”나에게 물으시던 아빠아빠가 가시던 날동생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작게 울었지만참 많이도 울었다.슬퍼서아빠가 가시던 날“전화 자주 해라.”“네.” 하고 답해 놓곤 나중이 돼서야 전화를 했다.띠리∼링… 띠리∼링… 딸칵.“아빠, 보고 싶어요.”“아빠도.”그 전화를 한 날,나는 또 울었다.이불 속에 꽁꽁 숨어서참 많이도 울었다.
내가 가장 억울했을 때경기 안성 공도중 박채린얼마 전 일이었다. 엄마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왔다. 나는 술 취한 엄마와 말을 섞는 것을 싫어해서 얼른 자는 척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자는 척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엄마가 거실에서 나를 불렀다. 나가니 엄마는 소파에 앉아 나를 쳐다보며 이리 와서 엄마 앞에 앉으라고 했다.“내가 다른 엄마들한테 물어보니까 네 용돈이 너무 많은 것 같아.” 하시기에 괜한 말을 꺼냈다가는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 대충 알겠다며 용돈을 줄이자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나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쳐다보셨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게 물으셨다.“내가 너한테 못해 준 거 있어? 풍족하지 못해?”나는 밥을 싫어한다. 밥 먹기 싫을 때마다 밥 대신 끼니 때울 빵이나 뭐 그런 것들을 맨날 사 달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냥 웬만하면 말을 안 한다. 이런 식으로 엄마한테 말을 하니“용돈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그 얘길 꺼내?” 하셨다.나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질문에 답한 것뿐인데, 오히려 내게 성질을 내니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비슷한 내용의 대화가 계속 오가니 엄마는 조금 지치신 듯 헛웃음을 흘리셨다. 대화가 안 통한다고 생각해서 답답해하신 듯한데, 나도 내 나름은 답답했다. 내가 술 취한 엄마와 대화를 피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답답하다.어찌 되었든 대화가 끝나지 않을 것 같으니 엄마는 내 팔을 잡아당겨 엄마 쪽으로 기대게 했다. 엄마와의 대화에 지치고 짜증난 터라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손을 툭 치며 뿌리쳤다. 곧바로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갑자기 엄마의 표정이 확 굳어지셨다. 그 뒤, 그냥 들어가 자라고 했다.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얼빠진 채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천장이 환해졌다. 엄마가 방에 들어온 것이다.“너는 맨날 휴대폰만 만지고. 너는 부모 고마운 줄 모르지?”이러면서 내 휴대폰을 바닥에 힘껏 던져 버렸다.그 다음 날 반성문 겸 각서를 쓰고 사인까지 마치고 나서야 엄마의 용서를 받을 수 있었다. 사실, 분명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고, 죄송하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나만 잘못한 것인가?’ 하는 억울함은 씻을 수 없었다.
엄마에게서울 혜성여고 장동은엄마, 나 사실 말 못 했던 비밀이 있는데시험 못 봐도 매일 웃으면서 집에 들어가는 거수백, 수천 번은 고민하고 들어가는 거야울면서 들어가면 엄마도 나도 더 슬퍼지니까엄마가 나한테 너는 속도 없냐고못 본 게 슬프지도 않으냐고 물어보는데그때마다 괜찮다고, 다음에 더 잘 보면 된다고 했던 내 대답사실 다 거짓말이었어그래도 용서해 달라고 사랑한다면서 했던 애교는거짓말 아니야진심이야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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