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덟 번째 아기
산타누는 하스티나푸라1)에 도읍을 둔 고대 왕국의 통치자였다. 하루는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강가에서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고 나서 물었다.
“내 아내가 되어주겠소?”
그녀도 그에게 반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럴게요. 하지만 제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주세요. 저는 결혼하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해요. 어떤 경우에도 제 행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시면 안 돼요. 당신이 이 규칙을 지키는 동안만 저는 당신 아내로 남을 거예요.”
산타누는 이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들은 결혼했다.
얼마 후 그녀는 아기를 낳았고, 아기를 안을 수 있게 되자마자 아기를 강물에 빠뜨려 죽였다. 산타누는 충격을 받고 당황했지만 아무 질문도 비난도 할 수 없었다. 다음에 낳은 아기도 강물에 빠뜨려 죽였고, 세 번째와 네 번째 아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강물에 빠뜨려 죽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궁전으로 돌아왔다. 이런 점만 말고는 더없이 훌륭한 아내였기 때문에 산타누는 아내가 떠날까 두려워 그녀의 행동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덟 번째 아기가 태어나고 아내가 또 다시 아기를 처리할 준비를 하자, 남편은 아내를 몰래 뒤따라갔다. 그러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무 끔찍한 짓이오. 그만 두시오!”
그녀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좋아요. 이 아이는 살려주겠지만, 우리는 이제 헤어져야 해요.”
“떠나기 전에 이유를 말해주겠소?”
“나는 이 강의 여신인 강가(갠지스)예요. 나는 운명에 정해진 대로 여덟 아이를 낳기 위해서만 인간의 모습을 취했어요. 내가 당신과 결혼한 건 당신이 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기에 어울리는 유일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에요. 이 아이들은 여덟 바수2)예요. 전생에 현자 바시슈타의 희귀한 암소 난디니를 훔치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지상에 태어나는 저주를 받았답니다. 자비를 호소하자, 그들 가운데 일곱은 태어나자마자 육신을 떠나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 허락되었지요. 하지만 내가 안고 있는 이 여덟 번째 아이는 제 아내의 변덕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 모든 모험을 준비했고 실제로 암소를 훔쳤기 때문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인간으로서 지상에서 계속 살아야 하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할 운명이에요. 지금은 내가 이 아이를 데려가겠지만, 나중에 당신한테 돌려드릴게요.”
“언제? 어디서?” 그는 간절하게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몇 해가 지난 뒤, 또다시 그곳에서 강가가 왕에게 다가오더니, 어느덧 젊은이로 성장한 아들을 인사시켰다.
“나는 이 아이를 정성껏 키웠어요. 이젠 당신이 데려가도 돼요. 이 아이의 이름은 데바브라타예요. 이 아이는 현자 바시슈타 밑에서 모든 베다3)를 익혔답니다. 이 아이는 아스트라4)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위대한 전사가 될 것이고,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보기 드문 자질을 타고났어요.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세요.”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사라졌다.
산타누 왕은 무척 기뻐하며 궁전으로 돌아와 젊은이를 후계자로 삼았다.
4년 뒤, 산타누 왕은 사냥을 나가서 사슴 한 마리를 뒤쫓다가 숲에서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너는 누구냐? 왜 여기 있는 것이냐?” 왕이 물었다.
“저는 어부의 딸입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순례자들을 나룻배에 태워 강을 건네주는 아버지를 거들고 있답니다.”
왕은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서 물었다.
“우리의 결혼을 허락하겠느냐?”
어부는 기꺼이 동의했지만,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제 딸이 아들을 낳으면 후계자로 삼으셔야 합니다.”
왕은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실망하여 궁전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젊은 데바브라타 왕자는 아버지의 울적한 기분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무엇을 고민하고 계십니까?”
“나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아니, 우리 왕조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너는 나의 외아들이다. 너한테 어떤 불운이 닥치면 우리 왕조는 그것으로 끝날 것이다. 외아들을 갖는 것은 아들이 하나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경전에도 나와 있다. 너는 무술 훈련에 열심이고 장차 훌륭한 전사가 되겠지만, 전사의 종말을 누가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느냐?”
왕자는 아버지의 말에 어리둥절하여 왕국의 대신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신은 대답하기를, 왕은 어부의 딸과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어부가 내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정을 알게 된 데바브라타는 어부의 오두막으로 찾아가서, 때가 되면 당신 딸이 낳을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게 될 거라고 안심시켰다. 어부는 멀리까지 내다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욱 불안해져서 물었다.
“제 손자의 후계자는 누가 될까요?”
“당연히 당신 손자의 아들이 후계자가 될 거요. 아마 당신은 내가 결혼하면 내 자식들이 당신 딸의 자식들과 경쟁하게 될 거라고 걱정하겠지만, 나는 독신으로 살다 죽겠다고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소. 이것은 확고한 맹세요.”
어부는 만족했다. 데바브라타―그는 이때부터 ‘확고한 맹세를 한 사람’을 뜻하는 ‘비슈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는 어부의 딸에게 말을 건넸다.
“자, 전차5)에 타십시오. 당신은 이제부터 제 어머니가 되는 겁니다.”
어부의 딸 사트야바티는 왕과 결혼하여 치트랑가다와 비치트라비르야라는 두 아들을 낳았다. 치트랑가다가 산타누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지만, 간다르바 왕과 싸우다가 전사했다. 어린 동생 비치트라비르야가 왕위를 계승했고, 비슈마가 사트야바티의 요청으로 섭정이 되었다.
비슈마는 가문의 대가 끊기지 않도록 비치트라비르야의 신부감을 찾고 있었다. 그때 마침 카시의 왕이 암바, 암비카, 암발리카 세 공주의 신랑감을 뽑기 위한 경연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비슈마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카시 궁정으로 갔다. 그곳에는 여러 왕국에서 온 수많은 왕자들이 세 공주의 눈길을 끌기 위해 모여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비슈마가 일어나서 선언했다.
“현자들이 말했듯이, 신부를 선택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에 가장 멋진 방식은 이렇게 모여 있는 용사들 사이에서 강제로 처녀를 취하는 것이오.”
그러고는 세 공주를 전차에 밀어 넣고 쏜살같이 달렸다. 성난 왕자들과 세 공주의 아버지가 그 뒤를 쫓았다. 비슈마는 추적자들을 물리치고, 이복동생 비치트라비르야의 아내로 삼을 세 공주와 함께 하스티나푸라에 도착했다.
결혼식 날짜가 정해지자, 세 자매 가운데 맏이인 암바가 말했다.
“저는 당신 동생과 결혼할 수 없어요. 저는 이미 살와 왕에게 마음을 주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가 없어요.”
비슈마는 그녀의 뜻을 존중하여 그녀를 살와에게 보냈다.6) 암비카와 암발리카는 비치트라비르야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지만, 결혼한 지 7년 뒤에 비치트라비르야가 병에 걸려 자식도 얻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그러자 사트야바티는 비슈마에게 간청했다.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형제의 미망인을 통해 혈통을 이을 수도 있습니다. 경전도 그것을 허락하고 있지요. 내 며느리들이 자식도 낳지 못한 채 일생을 마치지 않도록 구해주세요. 우리의 혈통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다른 분부라면 무엇이든 따르겠지만, 죽을 때까지 금욕하겠다는 맹세는 깨뜨릴 수 없습니다.”
그러자 사트야바티는 절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되면 조상들에게 음식을 바칠 사람도, 해마다 제사를 거행할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을 구해주세요. 당신은 선행을 베풀어 우리 조상들이 내세에서 걸맞은 영역을 얻도록 도와드려야 합니다. 나는 당신의 어머니이니 당신은 내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아름다운 며느리들에게 아이를 잉태시키세요. 당신이 왕위에 올라 하스티나푸라를 다스리세요. 쿠루 가문이 멸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당신은 조상들과 후손들에 대해 의무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안 됩니다. 어머니가 허락하셔도 저의 맹세를 어길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방법을 찾으셔야 합니다.”
“너무 고집이 세군요. 지금 슬픔에 잠겨 있는 내 며느리들에게는 아이를 갖는 것이 커다란 위안이 될 겁니다.”
“일단 맹세하면 그 맹세는 영원합니다. 맹세를 바꾸거나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다른 해결책이 있을 테니, 그걸 생각해 보십시오.”
사트야바티가 더 생각해보니 다른 해결책이 떠올랐다.
“그럼 내 이야기를 잘 듣고 그게 적당한 방법인지 말해주세요. 오래전에 나는 나룻배 사공을 했는데, 한번은 고명한 성자인 파라사르를 배에 태웠어요. 내가 노를 저어 강을 건너고 있을 때 그분은 나를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며 사랑의 말을 속삭이더군요. 나는 너무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었어요. 그의 구애를 거절하면 저주를 받게 될까 봐 두려웠고, 내 나쁜 행실을 아버지가 알게 되면 몹시 화를 내실 텐데 그것도 두려웠지요. 나는 그분에게 간청했답니다.
‘저는 물고기가 낳았기 때문에 제 몸에는 항상 물고기 냄새가 달라붙어 있답니다.’
그러자 그분이 말하더군요.
‘너의 탄생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다. 너의 생부는 간다르바7)인데, 강을 건너 날아가다가 씨를 흘렸지. 그 씨가 때마침 위를 쳐다보고 있던 물고기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네가 잉태되었다. 네가 태어나자 어부가 너를 입양해서 키웠다. 물고기 냄새는 너에게 태생적으로 달라붙어 있지만, 내가 그걸 없애주마.’
그는 마력을 써서 나를 평생 따라다닌 물고기 냄새를 없애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 몸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향기까지 주었답니다!”
“아버지도 말씀하셨습니다. 사냥을 갔다가 처음엔 숲에 가득 찬 향기에 끌렸고, 그 향기를 따라갔다가 어머니를 만났다고.”
“이 향기를 얻은 보답으로 나는 그분의 포옹에 몸을 내맡겼고, 그분은 아무도 우리를 보지 못하도록 안개를 일으켜 우리 모습을 가렸지요. 그러고는 말하더군요.
‘저 섬에 머물러 있다가 아기를 낳아라. 그러면 아무도 네가 처녀성을 잃었다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브야사가 태어났어요. 브야사는 현자이자 석학이에요. 그리고 내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나한테 오겠다고 약속했지요. 나는 생각만 하면 그를 부를 수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아니 사실상 그는 내 맏아들이에요. 당신이 동의한다면 그를 부르겠어요.”
“그건 어머니가 알아서 하십시오.” 비슈마가 대답했다.
그녀가 브야사를 머리에 떠올리자 당장 브야사가 나타났다. 사트야바티는 그들의 곤경을 설명하고, 자기 며느리들과 관계하여 혈통을 이어달라고 간청했다. 브야사는 동의했지만, 지금은 고행 중이어서 여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여자 앞에 나설 만한 모습이 될 때까지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트야바티는 브야사가 내건 조건을 무시하고 지금 당장 일을 치르라고 명령했다.
“좋습니다. 여자들을 준비시키세요. 곧 돌아오겠습니다.” 브야사가 말했다.
사트야바티는 큰며느리 암비카에게 아름답게 치장하고 침실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브야사가 다가갔을 때 그녀는 그의 외모와 옷차림, 안색, 텁수룩한 털과 불결함에 혐오감을 느꼈다. 그녀는 눈을 꽉 감고 그와 함께 침대로 갔다.
그후 브야사는 사트야바티에게 말했다.
“암비카는 아름다운 아기를 낳을 겁니다. 그 아이가 장차 이 나라를 다스리겠지만, 암비카가 수태할 때 눈을 감았기 때문에 아기는 앞을 보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사트야바티는 브야사에게 부탁해서 작은며느리인 암발리카와 관계를 맺게 했다. 암발리카는 아름답게 치장하고 침실에서 기다렸지만, 브야사가 다가오자 깜짝 놀라서 창백해졌다.
그후 브야사는 사트야바티에게 말했다.
“암발리카는 용감하고 훌륭한 아이를 낳겠지만, 얼굴이 창백할 겁니다.”
사트야바티는 브야사를 다시 불러서 암발리카와 다시 관계를 가지게 했다. 그러나 암발리카는 시녀를 적당히 치장해서 자기 대신 침대로 보냈다. 시녀는 대담하고 호의적이어서 브야사를 만족시켰고, 그래서 이 결합에서 태어난 아이는 온전했다.
장님으로 태어난 맏아들은 드리타라슈트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둘째 아들은 얼굴이 창백해서 판두라는 이름을 얻었다. 시녀가 낳은 셋째 아들은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기 때문에 비두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마하바라타〉는 이 세 인물과 함께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다.
드리타라슈트라는 비슈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다. 비슈마는 드리타라슈트라가 성년이 되자 적당한 신부감을 찾아주었다. 신부는 간다라 왕국의 공주인 간다리였다. 그녀는 장님인 남편과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평생을 살았다. 하지만 드리타라슈트라는 장애 때문에 권력을 동생인 판두에게 넘겨주었다. 판두에게는 쿤티와 마드리라는 두 아내가 있었다.
판두는 용맹하고 공정한 군주였고, 이웃 나라들을 정복하여 쿠루 가문의 명성을 높이고 세력을 강화했다. 이렇게 군사력을 발휘한 뒤 판두는 히말라야 산맥 남쪽 비탈에 있는 사라쌍수 숲으로 들어가서 휴양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날 사냥을 나간 판두는 짝과 사랑에 열중해 있는 사슴 한 마리를 잡았다. 사슴은 죽기 전에 저주의 말을 중얼거렸다.
“너는 마누라와 결합을 시도하는 순간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판두는 금욕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상을 버리고 은둔할 계획을 세웠다. 자식을 얻지 못하고 죽는 것, 아내들에게 다시는 가까이 갈 수 없는 것이 너무 끔찍하게 여겨졌다.
이 중대한 때에 판두의 아내 쿤티가 젊었을 때 현자 두르바사에게 축복받은 일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두르바사는 성미가 급한 사람이었지만, 쿤티는 부모를 찾아온 두르바사를 잘 대접하여 그를 만족시켰다. 두르바사는 “신을 공경하는 독실한 아이들의 어머니가 될지어다!” 하고 그녀를 축복하고, 어떤 신이든 마음대로 불러내어 만날 수 있는 만트라8)를 그녀에게 가르쳐주었다. 두르바사는 예언자의 통찰력을 갖고 있어서, 그녀가 장차 이 도움을 필요로 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떠난 뒤 그녀는 장난삼아 만트라를 외워 태양신 수르야를 불러냈다. 수르야는 눈부신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나서 물었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
“아니,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는 그냥… 놀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녀는 수르야 앞에 엎드려 간청했다. “저를 용서하시고 제발 가주세요. 용서해주세요.”
“그렇게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것, 만트라를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느냐?”
그녀는 공포로 망연자실하여 말없이 서 있었다. 그러자 태양신은 그녀를 얼싸안고 어루만지며 한참 동안 농탕을 친 뒤에 떠났다. 이 결합으로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가 갑옷을 입고 커다란 귀고리를 한 채 태어났다는 사실은 아이의 미래를 알려주었다. 아이는 카르나라는 이름을 얻었다.
추문을 피하기 위해 쿤티는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서 강물에 띄워 보냈다. 강둑에 살고 있는 마부 아디라타의 아내인 라다가 그 바구니를 건졌다. 부부는 이 아기를 하늘이 내려준 선물로 생각하고 소중히 길렀다.
이 이야기를 듣고 판두가 말했다.
“신들은 거룩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렇게 당신을 축복한 거요. 나에게 내려진 저주는 내가 평생 자식을 얻는 것을 방해하고 있소. 하지만 당신은 축복받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거요. 시간이 다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마시오. 신들을 초대하여 맞아들일 준비를 하시오. 우선 죽음과 심판의 신인 야마(염라대왕)에게 기도하시오. 그는 천상의 존재들 중에서 가장 현명한 신이오. 그의 아들은 우리 쿠루 가문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거요.”
쿤티는 침실에서 준비를 갖추고 야마를 생각하며, 이미 실험한 적이 있는 만트라를 외었다. 야마는 그녀의 부름에 응했고, 쿤티는 이번이 두 번째였기 때문에 신 앞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의 첫 아이가 태어났다. 아들이 태어날 때 하늘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 아이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올바르고 힘과 용기까지 갖춘 가장 훌륭한 인간이 될 것이다. 그 아이를 유디스티라라고 이름지어라. 그것은 전쟁에서 움츠리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판두는 쿤티에게 둘째 아들을 낳으라고 권했다.
“크샤트리야의 삶은 체력을 갖추지 않으면 완전할 수 없소. 그러니 이번에는 놀라운 힘을 가진 아들을 달라고 기도해보시오.”
쿤티는 바람과 정력의 신인 바유를 불러서 아이를 낳았다. 이 아이는 너무 힘이 세서 어머니 옆에서 몸을 굴리자 작은 지진이 일어났다. 아이는 비마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후 판두는 또다시 생각했다. ‘우리 집안에는 전투에서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용감한 전사가 있어야 해.’ 판두와 쿤티는 꼬박 1년 동안 고행하며 속죄한 뒤, 신들의 우두머리인 인드라에게 기도를 드렸다. 쿤티가 아들을 낳았을 때 하늘의 목소리가 말했다.
“이 아들은 정력과 지혜와 무기에 대한 지식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종류의 무기를 다룰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적을 정복하여 쿠루 가문의 명성을 널리 퍼뜨릴 것이다.”
이 아이에게는 아르주나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판두는 아이를 더 갖고 싶어 했지만, 그후 쿤티는 더 이상 아이를 낳기를 거부했다. 이때 판두의 두 번째 아내인 마드리가 쿤티에게는 이미 세 아이가 있으니까 자기도 아이 하나쯤 낳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판두는 쿤티를 설득해서 만트라를 마드리에게 전해주었다. 마드리는 쌍둥이 신인 아스윈을 불러서 아이를 가졌고, 훌륭한 쌍둥이 나쿨라와 사하데바를 낳았다. 이들 다섯 형제는 ‘판다바’라고 불리게 되었다.
한편 간다리는 눈먼 왕 드리타라슈트라와의 사이에 백 명의 아들을 낳았다. 맏이는 두르요다나, 둘째는 두사사나였다. 이 백 명의 형제들은 ‘카우라바’라고 불렸는데, 이들은 평생 동안 판다바의 적이었고, 〈마하바라타〉는 죽어야만 끝나는 두 왕족 사이의 투쟁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판두의 죽음은 갑자기 찾아왔다. 어느 날 마드리와 함께 숲으로 들어간 그는 부드러운 나뭇잎과 화려한 꽃, 새들의 울음소리, 사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짐승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그 활기와 봄기운에 취했다. 그는 옆에 있는 마드리의 매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마누라와 결합을 시도하는 순간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는 사슴의 저주를 그녀가 상기시켰는데도 열정적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관계를 맺는 도중에 죽었다. 마드리는 쌍둥이 아들을 쿤티에게 맡기고, 남편과 함께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 올라가 생을 마쳤다.
* 주
1) 오늘날의 지리적 환경에서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델리에서 북동쪽으로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다.
2) 여덟 명으로 이루어진 신들의 한 부류. 인드라의 시중을 드는 것이 임무다. (옮긴이)
3) 인도 브라만교 사상의 근본 성전이며 가장 오래된 경전. 기원전 2000년부터 기원전 1100년에 이루어졌으며, 인도의 종교ㆍ철학ㆍ문학의 근원을 이룬다. (옮긴이)
4) 공중을 날아다니는 무기. (옮긴이)
5) 고대에 사용된 전투용 마차. 수메르인들이 개발한 초창기에는 사륜전차였으나 이후 좀더 가볍고 기동성이 좋은 이륜전차로 개량되었다. 마부가 마차를 몰고 전사가 한두 명 탑승해서 창이나 활로 공격했다. (옮긴이)
6) 살와는 암바를 거부했다. 그녀가 비슈마에게 돌아가서 그와 결혼하겠다고 제의하자, 그는 자신의 맹세 때문에 그녀를 거부하고 다시 살와에게 돌려보냈지만 살와는 또다시 그녀를 거부했다. 그래서 두 나라 사이를 오가야 했던 암바는 절망했고, 자신이 그런 굴욕과 고초를 겪는 것은 모두 비슈마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를 죽이겠다고 맹세했다. 그녀는 시칸디라는 이름의 남자 전사로 변신하여 비슈마의 죽음을 초래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
7) 초자연적인 존재. 신과 인간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옮긴이)
8) 짧은 음절로 이루어진, 사물과 자연의 근본과 닿아 있는 소리나 주문. 진언眞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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