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우주의 충돌,
생명을 파괴시키거나 탄생시키거나…
두 물체가 충돌하면 물체가 망가진다. 그런 일이 있을 때 우리는 화가 난다. 망가진 물체가 자동차일 때는 더욱 화가 난다. 그러나 때로는 일부러 뭔가를 망가뜨려서, 그 구성 성분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할 때도 있다.
2008년 9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 모인 입자물리학자들도 바로 그런 일을 꾀했다. 학자들은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세계 최대 강입자충돌기Large Hardron Collider: LHC의 관제 센터에 모여 이 어마어마한 입자가속기가 작동하기를 기다렸다. 이 입자가속기는 지하를 통해 제네바에서 프랑스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27킬로미터 길이의 원형 터널로, 그 안에서는 원자핵의 미세한 구성 성분인 양성자proton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가속된다. 외부에서 볼 때는 그 아래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입자가속기 안에서 입자 다발 하나는 터널을 통해 시계 방향으로 질주하고, 또 하나는 반시계 방향으로 질주한다.
각 다발은 약 1000억 개의 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입자들의 질주 속도가 거의 빛의 속도에 필적하면, 담당자는 몇 개의 명령어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입자들이 이제 서로 스쳐 가지 않고 정면으로 충돌하도록 한다! 그러면 양성자들이 충돌하게 되는데, 양성자들은 충돌하여 서로를 파괴하며 작은 공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입자들이 많이 탄생한다. 터널을 따라 설치된 고층 건물 크기의 거대한 측정기는 이런 충돌들을 기록하고 분석한다.
이런 충돌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입자도 탄생할 것이다. 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찾고 있는 ‘힉스 입자’가 탄생할 수도 있다(이 책은 독일에서 2012년에 출간되었는데, 2013년에 힉스 입자의 존재가 확인되었음 ― 옮긴이). 그리고 우주의 구조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완전히 새로운 입자가 탄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건 한 가지는 확실하다. 입자가속기 안에서 충분한 충돌이 일어나기만 한다면, 우리는 우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입자가속기에서 학자들은 충돌을 야기할 뿐 아니라, 충돌을 통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주는 의도되지도, 통제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충돌하는 다양한 종류의 천체로 가득하다. 이런 말에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우주를 넓고 텅비고 단조로운 공간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사실 ‘넓고 텅 비어 있다’라는 말은 옳다. 우주는 무한히 넓고,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단지 때때로 이런저런 별들이 우주에 변화를 야기한다. 그러나 어마어마하게 크고 텅 비어 있다 해도, 우주는 지루한 공간이 아니다. 텅 빈 공간이 끝없이 펼쳐진다 해도, 우주에서는 행성과 별과 은하가 계속해서 충돌하기 때문이다.
많은 충돌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규모와 파괴력을 지닌다. 이런 충돌 중 대다수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일어난다. 어떤 충돌은 생명을 파괴하지만, 어떤 충돌은 오히려 생명을 탄생시킨다. 우주에서 늘상 일어나는 천체들의 충돌 뒤에는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입자가속기 속의 충돌과 마찬가지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통해서도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옛날에 하늘은 질서 있고 완벽한 장소로 여겨졌다. 하늘은 신들과 신적 법칙이 지배하는 영역이었다. 그 뒤 연구자들은 차츰차츰 종교적인 생각을 벗어던지고, 우주의 진정한 얼굴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얼굴은 우리 인간들이 보기에 그리 기분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인간은 세계의 중심이나 창조의 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행성들과 더불어 작은 별을 돌고 있는 작은 행성의 거주민일 따름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행성계가 평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많은 별들도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우리의 태양 역시 특별할 것이 없다. 우리의 태양은 몇천억 개의 다른 별들과 더불어 거대한 은하계를 이루는데, 태양과 지구는 이 은하계의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몇천억 개의 별을 거느린 거대한 우리 은하도 알고 보면 우주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부분일 따름이다. 우주에는 우리 은하 같은 은하가 몇천억 개가 있고, 또 그 은하들은 각각 몇천억 개의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그 별들은 각각 그들의 주위를 도는 많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이런 행성 중 최소한 하나에는 정확히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 조성되었다. 그 행성이 바로 지구다. 그리고 지구의 생물체는 주변의 우주를 관찰할 뿐 아니라, 이런 우주와 그들 자신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자문할 능력이 있을 만큼 지능이 발달했다. 그들은 우주의 근원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고, 이 목적을 위해 거대한 입자가속기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우주 충돌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우주의 충돌은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지니지만 사실 이런 충돌은 우주에서 아주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지구가 그런 충돌로 멸망한다 해도, 그것은 우주적인 시각으로 보면 아주 평범한 일이다. 물론 인간들에게 그것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우연히 이 지구에 살게 된 인간들이 지구가, 그리고 인간들이 몽땅 멸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그런 충돌을 통해 지구 문명이 완전히 멸망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하지, 우리가 존재하게 된 것 역시 그런 충돌 덕분이었음은 간과한다. 사실 두 천체가 때때로 충돌하지 않는다면 우주는 어둡고, 생명이 없고, 지루한 공간일 것이다.
충돌이 비로소 우주를 우주로 만든다. 충돌이라는 것은 뭔가 움직여야만 가능한 것이고, 움직임은 역동적인 우주의 토대다. 움직임, 역동성이 없는 우주에는 충돌도 없고 충돌을 통해 야기되는 파괴도 없겠지만, 충돌을 통해 파괴될 수 있는 것 역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우주는 처음부터 죽은 우주이고 생명이 없는 우주다. 우리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약간의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 물론 우주 충돌은 결코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우주 충돌이 없었다면 우리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우주 충돌의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지구 멸망에 대한 변론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왜 충돌에 감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태양의 진정한 본질
우주에서 일어나는 충돌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은 눈을 들어 하늘을, 특히 태양을 바라보면 된다. 오랫동안 인간들은 태양이 대체 무엇이며, 태양이 왜 밝은 빛을 발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물론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신이 인간들의 보금자리로 지구를 만들어주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빛과 열이 필요하므로 신들이 하늘에 적당한 발광체를 만든 것이라고 믿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의 신화든 고대 그리스 신화든 성경의 창조 이야기든 다르지 않았다. 태양은 생명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으며 인간들을 위해, 인간이 사는 지구를 덥히고 밝히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졌다. 그랬다. 어쨌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었다. 한편 밤하늘에서 빛나는 수많은 빛의 점들, 즉 별들이 대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늘 있었다. ‘태양은 아주 커다랗고 밝다. 별들은 작고 밝다. 둘 모두 하늘에 있다. 그렇다면 별들도 아주 멀리 있을 뿐이지 태양과 같은 것이 아닐까?’
왜 그렇게 밝고 따뜻한가?
이런 생각은 아주 흥미로웠다(무엇보다 그런 이교적인 사고로 인해 종교 지도부와 갈등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태양의 진정한 본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태양은 무엇일까? 신일까, 신들의 상징일까?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창조 장치의 일부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태양이 얼마나 크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태양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왜 그렇게 밝고 따뜻한지를 알고자 했다.
우선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런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태양이 정말로 지구보다 크다는 것을 알아냈다. 약 2300년 전에 살았던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hos 같은 연구자들은 조심스럽게 자문했다. 지구가 작고 태양이 훨씬 크다면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돌아야 맞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가 하면 태양이 지구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태양이 도대체 왜 빛나는 것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태양은 하늘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물질로 되어 있어 빛을 발하는 것일까? 철학자 아낙사고라스Anaxagoras는 최초로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것들로 하늘의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고, 태양이 새빨갛게 달구어진 돌이라고 생각했다. 엄밀히 말하면 그 시대 그 누구도 태양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지 못했다. 그것을 알아낼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이어지는 몇백 년간에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태양계의 구조에 대해 약간 더 많은 것이 알려졌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 주위를 도는 여러 행성 중의 하나로 드러났으며, 행성과 별들이 유리로 된 천구에 장착되어 있다는 생각도 착각임이 밝혀졌다. 태양이 대체 어디서 에너지를 얻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태양이 평범한 천체이고 신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진 셈이다.
박학한 무지
18~19세기에는 새로운 행성 몇 개가 추가적으로 발견되었다. 근대의 행성을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은 1781년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민했던 윌리엄 허셜Frederick William Herschel이었다. 허셜은 처음에 음악가로 먹고 살며 취미로 천문학을 하던 아마추어 천문학자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망원경을 만들 줄 알았고, 그의 망원경은 영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좋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허셜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며, 당시까지 알려져 있지 않던 행성을 발견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가 발견한 행성은 천왕성이라 불렸고 허셜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허셜은 이제 음악을 그만두고 완전히 천문학에 몰입했다. 그러고는 계속하여 하늘을 관찰했으나, 점차 새로운 행성을 수색하는 대신 하늘에서 별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했다. 물론 행성에 대해서도 숙고를 계속하여 각 행성에 ― 지구처럼 ― 지적 생물체가 살고 있다고 보았다. 태양에도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허셜 하나만은 아니었다. 철학자 니콜라우스 쿠자누스Nicolaus Cusanus는 15세기에 이미 태양이 지구와 비슷하다고 확신했다.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1440년 그의 책 《박학한 무지(혹은 무지의 지)De docta ignorantia》에 이렇게 썼다.
“태양의 몸체를 관찰하면, 가운데에 지구와 비슷한 것이 있다. 주변에는 빛나는 것, 불타오르는 것이 있고, 그 중간에는 수증기 구름 비스름한 것과 맑은 공기가 있다. 태양은 지구와 같은 원소로 되어 있다.”
쿠자누스는 지구와 마찬가지로 태양도 빛나는 구름으로 둘린 고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를 관찰하면 지구도 태양처럼 빛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망원경이 고안된 이래 태양 표면에서 점점 더 많이 관찰되었던 흑점은 구름이 덮이지 않은 부분을 통해 태양의 차가운 땅이 들여다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많은 천문학자들이 그런 의견을 가졌으며 허셜도 그중 하나였다. 라이프치히 출신의 요한 사무엘 트라우고트 겔러Johann Samuel Traugott Gehler가 당시 널리 보급되어 있던 《물리학 사전Physikalischen Worterbuch》(1787~1795)에 기고한 글은 태양에 대한 당시의 지식 수준을 잘 보여준다.
* 오늘날에는 태양의 흑점이 태양의 자기장 때문에 생겨나는 것임이 알려져 있다. 특정 부분에 자기장이 강해지면 온도도 낮아지고 색도 더 어두워 보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태양광선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태양의 특성을 유추할 수 없다. (…) 어떤 사람들은 태양이 전기를 띤 구라서 빠르게 공전하며 전기적인 빛을 방출하고, 태양계 전체로 그 빛을 퍼뜨린다고 상상한다. (…) 관찰을 통해서는 태양의 표면밖에 알 수가 없다. 그리하여 태양의 표면만을 보고서 우리는 태양이 빛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부는 어두울 수도 있다. 태양에 얼룩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다. 빛나는 외투만 입었을 뿐 내부는 어두운 천체일 수도 있다. (…) 그러나 이제 이런 외투가 밀도 높은 에테르로 되어 있는지, 빛을 내는 물질로 되어 있는지, 전기를 띤 물질로 되어 있는지, 또는 (…) 전기로 인해 점화되어 타오를 수 있는 공기로 되어 있는지, 빛나는 외피 아래의 어두운 구에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생물체가 살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확실히 말할 수 없다. 따라서 태양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무엇으로 되어 있으며 그곳에 생물이 거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일 터이다.”
말하자면 햇빛은 전기적으로 생성되거나, 빛나는 ‘에테르’나 그 밖의 어떤 것으로 인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생물체는 거주할 수도 있고 거주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결론적으로 당시까지의 태양에 대한 지식 수준은 고대 그리스 시대보다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가설의 진전
태양에 대한 지식은 19세기 들어서야 서서히 진척이 이루어졌다. 1834년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는 태양이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지에 대해 그래도 꽤 쓸 만한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태양이 다른 행성들보다 크기와 질량이 훨씬 크다는 것은 당시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만약 태양이 커다란 중력으로 인해 천천히 스스로 함몰된다면 어떻게 될까? 태양은 점점 더 밀도가 높아지며 뜨거워질 것이고, 이런 과정이 에너지를 공급하여 햇빛을 통해 지구와 다른 행성에게 전달되지 않을까? 헬름홀츠는 태양이 이런 방식으로 몇백만 년간 빛을 발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계산해 보였다. 훌륭한 일이었다. 사실 그때까지의 모든 이론은 저마다 커다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생각해보자. 가령 태양에서 평범한 불이 타오른다면, 그 어마어마한 크기로 보아 어디서 계속 불을 땔 수 있는 땔감을 얻겠는가. 태양이 숯으로 된 이글거리는 구라면, 몇천 년 타다가 불이 꺼지지 않겠는가. 우주의 나이가 기껏해야 6000년쯤 된 것으로 나오는 성경의 창조 이야기를 믿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19세기에 학자들은 서서히 종교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 같은 생물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은 지구와 지구상의 생물이 느린 과정을 통해 서서히 형성되며, 생명을 펼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것은 수천 년 가지고는 되지 않을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헬름홀츠는 태양이 그런 긴 세월 동안 대체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인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해주었다.
태양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하여
하일브론 출신의 의사였던 율리우스 로베르트 폰 마이어Julius Robert von Mayer는 새로운 사고를 보여주었다. 그는 에너지가 결코 없어지지 않고 단지 변환될 뿐이라는 것을 최초로 깨달은 학자이다. 로베르트 폰 마이어는 1848년에 이런 에너지 보존 법칙에 기반한 생각을 공개했다. 즉 태양과 충돌하는 작은 소행성들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물체가 빠르게 운동을 하다가 충돌로 인해 브레이크가 걸리면, 그것의 운동에너지는 그냥 사라져버리지 않는다. 이는 모든 교통사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가 충돌할 때 방출된 엄청난 힘으로 인해 차는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행성의 운동에너지도 태양과 충돌할 때 그냥 없어져버리지 않고 충돌하면서 열에너지로 변환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설이 충돌이 태양에너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를 온전히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물론 소행성이 계속하여 태양에 달려드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태양의 질량은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하여 커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징후는 없었다.
영국의 천문학자 리차드 크리스토퍼 캐링톤Richard Christopher Carrington(당시 가장 성공적인 천문학자였을 뿐 아니라, 맥주 양조장을 운영했다)은 1850년대에 태양의 다양한 부분이 서로 다른 빠르기로 회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캐링톤은 태양에서 거의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흑점을 관찰했고 흑점들이 서로 다른 빠르기로 회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태양 적도 근처의 흑점은 완전히 회전하는 데 24일이 걸렸고, 극 부근의 흑점은 회전하는 데 훨씬 더 오래 걸려서 약 31일 정도 소요되었다.
이것은 태양이 고체가 아니라 기체로 이루어진 커다란 구라는 이야기였다. 고체를 이루는 부분들이 그렇게 서로 다른 빠르기로 회전하면 그 고체는 산산이 부서져버릴 것이었다. 따라서 그러한 현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가스로 이루어진 구뿐이리라. 지구에서처럼 태양에도 생물이 거주할 수 있다는 옛 가설은 최종적으로 자연스럽게 폐기되었다. 가스로 이뤄진 구 같은 곳에는 생물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태양에 생물이 거주한다는 생각만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19세기 말에는 태양에너지에 대한 헬름홀츠 이론으로부터도 결별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투안 앙리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이 방사능(방사성)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발견의 도움으로 지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도 알아낼 수 있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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