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모든 것이 신기하게만 보이고
episode 01 - 다문화 아니었던 적도 있나요?
한국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고려시대에 몽골의 공주가 한국으로 시집왔다는 기록이 있었다. 신라시대 향가인 처용가에도 아랍 남자가 등장했다. 그밖에도 오랫동안 외국과의 교류가 많았으니 한국은 옛날부터 다문화 국가인데 왜 갑자기 요즘을 다문화시대라고 하는 걸까? (몽골에서 온 Z)
episode 10 - 친구란?
나는 무슬림이다. 무슬림이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 중엔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테러라도 할까봐 그러는 걸까. 또 무슬림들은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한국친구가 돼지고기가 아니라고 속이고 나한테 돼지고기를 먹였다.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힘들었다. 돼지고기를 먹어야만 좋은 친구가 되는 걸까. 짓궂은 장난이라고만 여기기엔 좀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엔 재밌고 좋은 녀석들인데... 친구란, 종교나 이념에 관계없이 서로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 아닐까.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온 유머러스한 A)
2부. 매일매일 여행처럼
episode 01 - ‘유리로 만든 배’ 를 타고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온 게 약 10년 전이다. 그 때는 안산의 한 공장에서 일했다. 나와 친구는 공장에서 안산역까지 버스요금 600원을 아끼기 위해 늘 걸어 다녔다. 나와 친구는 주야로 나누어서 일했다. 월요일 출근하기 시작하면 일요일에만 만날 수 있었다. 한국말을 할 줄 몰라서 매일 일하는 동안 혼자 말하고 혼자 지냈다. 그리고 퇴근하면 걸어서 안산역 앞 공중 전화박스로 향했다. 네팔 집에는 전화가 없어서 그냥 네팔 국가번호를 누르고 아무 번호나 눌렀다. 그러면 네팔어로 잘못 걸었다는 안내멘트가 나왔는데 나는 그 네팔 말을 듣고 싶어서 매일 안산역에 가서 공중전화를 이용했다.(네팔에서 온 D)
episode 03 - 처음 배우는 단어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맨 처음 배우는 단어는 무엇일까? 내 남편에게 물었더니 잘 몰랐다. 다른 한국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남편이 내 고향 몽골에 처음 함께 갈 때 배웠던 단어도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외국에 갈 때 맨 처음 배우는 단어는 대개 ‘화장실’ 일 것이다. 나도 그랬고 내 친구들도 그랬다. 한국 사람들도 외국에 갈 때 그 단어를 맨 처음 배우는 것 같던데 왜 답을 몰랐던 것일까.
episode 17 - 뭐가 다른 거지?
한 큰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우리 모임은 몽골, 일본, 베트남,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태국, 호주, 미국에서 온 여성들로 이루어져있다. 우리는 서로 한국어로 대화한다. 그런데 옆 식탁에 있던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말하는 게 들렸다.
“외국인이 4명 있고, 6명은 다문화 사람들이구나.”
외국인이라는 4명은 아마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호주, 미국에서 온 백인 여성들을 가리키는 것이었을 테고 다문화 사람들이라는 6명은 일본, 몽골,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에서 온 여성들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무슨 기준일까. 우리는 다 외국인들이고 다 다문화가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몽골에서 온 힘센 S)
4부. 다정다감한 우리가 되기 위하여
episode 06 - 돈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데 대학생들이 모금을 하고 있었다.
“저희는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해 나왔습니다. 적은 돈이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기부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작은 박스에 돈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힘든 건 다른 문화와 편견, 소통의 어려움 때문이지 돈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가난한 것은 맞지만, 우리는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또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힘으로 돈을 벌려고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냥 주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모금활동은 고맙지만, 오히려 그런 활동이 우리를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한국어를 잘 못할 뿐이며 문화가 다를 뿐이다. 마음으로 이해하고 돈이 아닌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함께 해주었으면 더 좋겠다.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