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과 채소를 키우는 농부의 발소리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땅을 일구어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농부의 거친 손이 없었다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요. 사람을 살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농부, 이 책은 농부가 자연의 순환에 맞추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목판화가 이윤엽이 쓰고 그린 이 책은 그림책으로는 보기 드문 다색 목판화 작품입니다. 목판화 특유의 힘찬 기운과 다색판의 섬세함이 담긴 그림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연과 조화하며 묵묵히 일하는 농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농부들은 봄비가 내리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깰 무렵 논밭을 일구어 씨앗을 심을 준비를 하고,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봄의 한가운데 어름에는 가지, 토마토, 호박, 고추 같은 갖가지 채소의 씨앗과 모종을 심습니다. 여름 들머리에 논물을 댄 후 모를 심고, 여름이면 장마를 대비에 논에 물꼬를 트고, 땡볕 아래서 김을 매며, 태풍이 지나간 밭에서 쓰러진 고춧대를 세웁니다. 알곡이 딴딴히 영글고 열매가 붉어지는 가을이면 베고 따고 캐고 터는 손길이 바쁩니다.
논두렁 밭두렁을 바지런히 오간 농부들 덕분에 우리는 온갖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고, 김치며 나물을 먹을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농부의 하루는, 햇빛 받으며 자라고 달빛 받으며 잠자는 농작물과 똑같습니다. 날이 밝으면 일어나 일하고, 저물어 어두워지면 쉬고 잠을 잡니다. 농부들은 음식 찌꺼기, 똥, 풀을 하나도 버리지 않습니다. 알뜰하게 모으고 썩혀서 거름을 만듭니다. 그 거름으로 땅이 기름져지고, 그 땅에서 곡식들이 알차게 자라고, 그 곡식을 먹고 똥을 누면 그 똥이 다시 거름이 되어 곡식을 키웁니다.
이렇게 농부들의 일과 삶은 자연과 맞닿아 있습니다. - 편집자
농부는 땅을 알고, 때를 잘 아는 사람이야.
내가 바로 농부란다.
잘 자란 모를 논에 옮기는 날이면 내 마음이 초록으로 가득 차.
겨우내 비어 있던 논에 어린모를 콕콕 심어 놓으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
옛날에는 누런 황소가 논을 갈고, 마을 사람들이 줄 맞추어 모를 심었어.
요즘에는 이앙기가 있어서 혼자서도 금방 갈고 금방 심어.
하지만 나는 다 같이 모내기하고, 들에 앉아 함께 먹던 밥이 조금 그리워.
큰비가 쏟아지고 집채만 한 태풍이 닥치면,
벼와 고추와 토마토와 옥수수가 물에 잠기고 흙에 파묻혀.
줄기가 부러지고 어린 열매가 떨어지면 내 마음도 무너져.
하지만 슬프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여럿이 힘을 합쳐 쓰러진 벼와 고춧대를 다시 세워.
농부는 날마다 보살피고 가꾼 것을 포기하지 않아.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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