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상처
1-1
S대 병원 마취과 교수 A는 한 주의 마지막 마취를 끝내고 병원 9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와 하늘색 일회용 모자와 마스크를 풀어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검은색 가죽 의자에 앉은 그는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꺼져 있는 줄 알았던 화면이 바로 켜졌다.
‘아침에 끄고 나가는 것을 또 잊어버렸군.’
화면에는 오전에 잠깐 보았던 포털 사이트의 뉴스들이 떠 있었다. 그는 주식시장 이야기, 새로 개봉한 영화 소개들을 모두 닫아버리고, 하버드 의대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사귀었던 교수들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그들의 최근 사진들 밑에 몇 마디 인사말을 남기며 행복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던 그는 다시 즐겨찾기에서 의료신문을 찾아 클릭했다.
최신기사 항목에는 의사협회 회장 선거 소식과 의약계의 새로운 뉴스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기사들 제목을 죽 훑어보던 그의 눈길이 순간 ‘악성고열증’이라는 단어에 멈추었다.
‘신생 제약사인 P사는 전신마취제의 가장 위험한 부작용인 악성고열증을 일으키지 않는 전신마취제를 업계 최초로 야심차게 개발하고 있다. 하이퍼란으로 명명된 이 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마취를 하다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게 되는 악성고열증의 공포로부터 환자들은 물론 마취과 의사들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한다. 개발사인 P사는 이 약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역사상 최초의 신약이 될 것이라는 데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기사 한쪽에는 자신만만해 보이는 회사 대표 P의 얼굴이 실려 있었다. A는 수년 전 납품 비리를 저질러 자신까지 누명을 쓰게 해, 병원에서 징계를 받을 뻔하게 만들었던 P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악성고열증이라는 단어에 그는 그날처럼 쿵쾅거리며 뛰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
무섭게 떨고 있는 환자의 뜨거워진 몸, 그리고 가족들의 원망이 가득 찬 눈빛……. 이미 아문 줄 알았던 상처의 실밥을 뜯고 고름을 짜내기 위해 속살을 헤집는 것처럼, 그날의 기억이 다시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마우스를 쥐고 있던 오른손으로 머리카락을 뽑을 듯 움켜쥐며 쓸어 올렸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잊을 수 있을까?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잊힐까?’
당장 다음 주 수술이 걱정이었다. 사고 직후처럼, 또다시 공기주머니를 잡은 손이 떨리고 쥐가 나면 어쩌지? 내 손으로 또 다른 한 영혼을 끝장낸다면?
그래. 내가 파괴한 건 환자의 몸이 아니었어. 몸에는 칼끝 한번 닿지 않았지. 사고 후에 육체는 오히려 완벽히 그대로였어.
중요한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사실 이외에는…….
그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죽음의 순간에 의식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내지 못하는 한, 이 괴로움도 불안도 해결할 수 없을 거야.
그때, 책상 위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교수님, 접니다. 조금 전에 회복실로 들어온 외과 환자가 좀 이상해서요.”
“위 절제 수술한 마지막 환자 말인가?”
“네.”
“무슨 일인데?”
“마취에서 깨어나더니 자꾸만 의사 선생님이 자기 배에서 내장을 꺼내 자르고 꿰매고 하는 걸 다 봤다는 소리를 합니다.”
“그래? 엉뚱하군. 아마도 전신마취가 길어져서 생긴 섬망일시적인 정신 착란일 거야.”
“자기가 분명히 봤는데 왜 안 믿어 주냐면서 같은 소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환자는 마취가 덜 깨서 그렇다지만, 설마 의사인 자네가 그런 비과학적인 소리를 믿는 건 아니겠지?”
“그렇긴 한데요.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고 정맥주사까지 빼려고 해서 말이죠.”
“그럼 미다졸람을 2ml만 주고 살짝 재워. 퇴근하면서 내가 내려가 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교수님.”
전화를 끊은 그는 천천히 일어나 파란색 수술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은 뒤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공기 청정기의 전원까지 끄고 서랍에 넣어두었던 지갑과 휴대전화, 차 키를 챙겨 방을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2층 회복실에 들어선 그는 덧가운을 입고, 머리를 추슬러 일회용 모자를 쓴 뒤 마스크를 하나 집어 들고 펠로우를 찾았다.
“그 환자 바이탈 사인은 어때?”
“네. 이상 없습니다.”
“환자는?”
“이쪽입니다.”
펠로우와 함께 환자의 침대로 다가간 그가 물었다. “지금은 진정되었지?”
“네. 좀 전부터 자고 있습니다.”
“대수술을 받고 나서 간혹 그런 소리를 하는 환자들이 있어. 수술하는 상상을 하다가 마취에 들어가서 그래. 아님 마취가 깨면서 상상을 하는 거거나.”
“정신과에 컨설트를 내볼까요?”
“그래 보든지. 아마 섬망이라고 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그는 표정 변화 없이 펠로우를 향해 오른손을 들었다 내려놓으며 회복실을 나왔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그는 교수 전용 주차 구역에 도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디다 뒀더라?’ 그는 주차장 중앙 통로 왼쪽으로 가서 살펴보았지만 자신의 은색 세단을 찾지 못하고, 다시 반대쪽으로 돌아와 비슷비슷한 모양과 색깔의 차들 중에서 자기 차를 찾았다.
시동을 걸기 위해 차 키를 꽂는 그의 손이 떨렸고, 약간의 구역질까지 느꼈다. 차를 모는 내내, 그는 월요일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1-2
A에게 그날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 바로 그 마취제, 하이퍼란을 개발하고 있는 P사의 대표 P는 본사 건물 제일 위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것이 장차 이 도시에 엄청난 재난을 몰고 올 발단이 될 줄도 모른 채, 차세대 전략산업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저녁 7시면 회의가 끝났을 시간인데, 어째 아직도 연락이 없는 거야? 그렇게 신경을 써주겠다는데 팀장 그 자식 자기 몫은 해내겠지?’
책상에 앉아 부장의 전화를 기다리던 P는 일어나 양복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도로 걸어버리고 응접세트로 돌아와 앉으며 TV 리모컨을 들었다. 그는 전원 버튼을 누르고 24시간 뉴스 채널을 찾았다. ‘차세대 전략산업위원회에 대한 뉴스가 항상 헤드라인에 뜨곤 했는데, 뭐야 오늘은 헤드라인에서 보이질 않네.’ 그는 다시 채널을 돌려 국정 홍보 채널을 틀었다.
“차세대 전략산업위원회는 앞으로 우리 국민이 먹고살 거리를 반드시 찾아내고 제대로 지원하겠습니다.”
위원장으로 나와 홍보를 하는 사람은 대통령 당선에 가장 큰 공을 세웠던 국회의원이었다. “차세대 전략산업위원회는 IT, 금융, 제약 산업을 중점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이 분야에서 세계에 통할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발굴되고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바로 저거지. 인생에서 두 번 만나기 힘든 기회야.’ P는 이미 몇 번이고 보았던 홍보영상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사실 저 공약 하나로 선거를 이겼지. 전략산업을 지원한다니 얼마나 좋아? 장기 불황에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생각할 테니. 어떻든 눈치가 빨라야 해. 우린 캠프에서 공약이 나올 때부터 준비한 거잖아. 아무렴, 회사를 상장시키고 업계 최고가 되려면 여기서 포기할 순 없지.’
P는 1, 2차 공모에서 본선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연거푸 탈락하고 말았던 것이 못내 억울했다. 쟁쟁한 대형 제약사들 사이에서 P사는 눈에 띄지 않는 일개 무명의 신생 제약사일 뿐이었다.
‘3차 공모를 앞두고 이제라도 신약개발팀장과 손이 닿았으니 망정이지……. 우리 약이 아무리 가능성이 있는 약이라지만 말이야. 역시 일이 되게 하려면 약을 잘 써야 해. 두고 보라지 지가 그걸 안 받아먹게 되는지.’
그즈음 신약개발팀장은 정부종합청사의 대회의실에서 자신의 발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는 항상 IT, 금융, 제약 산업 순으로 진행되었기에, 시작한 지 한참 지났지만 그의 순서는 아직 멀었다.
다른 팀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는 척했지만, 사실 그건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는 지난번 회의에서 위원장에게 “아니,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 준다는데 왜 공모를 두 번이나 하고도, 가능성 있는 아이템을 찾지 못하는 거죠? 식약청에서 복제 약 허가와 승인을 담당했다면서요?” 하고 꾸지람 들은 것을 떠올렸다.
‘변호사 출신이니 어쩔 수 없는 거야. 제약 산업에 대해 뭘 알겠어. 신약을 하나 개발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십수 년이 걸리는 건데.
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생수를 또 한 모금 마시며 생각했다. 나 원, 그렇다고 5년 이내에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대답할 수도 없었잖아. 그래도 오늘 뭔가 들고 나올 수 있어서 운이 좋은 거야. 그것도 간절히 원하던, 몇 년 이내에 성공할 가능성 있는 아이템이니 더할 나위가 없지.
오늘은 뭔가 보여주자. 그동안의 수모를 확실히 갚아줘야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빨리 발표하고 싶어서 조바심이 날 지경이었다.
“신약개발지원팀 보고하세요.” 위원장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의실 앞쪽으로 나온 팀장은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입술에 침을 한번 바른 뒤에 발표를 시작했다.
“네, 이번에 보고드릴 P사는 제약업계에서 그다지 크게 알려진 회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현재 전신마취제 최악의 부작용인 악성고열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새 마취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이퍼란은 이 약은 천연 물질에서 개발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개발 기간이 수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지원 계획안으로 채택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아이템으로 생각됩니다.”
위원장이 말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악성고열증은 뭡니까?”
“네, 흡입마취제로 전신마취를 하다 보면, 드문 확률입니다만 마취제에 대한 이상 반응으로 환자의 체온이 순식간에 40도 이상으로 올라가, 손쓸 틈도 없이 환자를 잃게 되는 치명적인 병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어떤 환자에게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취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블랙홀로 통하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그래요? 아주 위험한 병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개발이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되겠소?” 앉아 있던 위원 한 사람이 물었다.
팀장은 준비된 파워포인트를 몇 장 넘겨 설명을 이어갔다.
“신약청 신약 허가 팀 의견으로는 제출된 구조식과 공정 설계의 성공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임상시험도 이미 일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계속하세요.”라고 말하는 위원장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 회사는 국내뿐 아니라, 북미 및 유럽에서도 특허를 받아 대대적으로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국내 승인부터 빨리 나야겠군요.” 또 다른 위원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국내 발매 후 시장에서 문제없이 판매 사용된 이력이 있으면 외국에서의 특허도 빨리 진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상시험을 최대한 지원하고, 식약청 승인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단축해줘서 국내 시장에 빨리 출시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식약청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야겠군요.”
위원장의 입에서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팀장은 용기를 내어 할까 말까 망설였던 이야기를 마저 꺼내었다. “이 회사는 수도 S시와 서해안 쪽에 공장을 2개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약이 국내 승인을 받고, 원하는 규모로 공장의 증설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진다면, 몇 년 내에 해외 수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약이 확실히 5년 이내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위원장이 물었다.
“분자구조에서부터 안전성까지 식약청 담당자들도 모두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E국에서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경쟁력도 있고요?” 그는 다시 물었다.
“마취과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악성고열증이라고 합니다. 그건 E국 의사들도 마찬가지고요. 일단 FDA 승인만 받으면 수년 내에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겁니다.”
“그거 대단하군요.”
“그러네요.” 여기저기서 이런 말들이 나왔다.
“그럼, 이 아이템으로 결정하시는 겁니까?” 팀장이 물었다.
“3차 공모에도 이것 말고는 별 뾰족한 아이템이 없지요?” 위원장이 물었다.
“네. 사실 접수 기간을 연장했는데도 그렇습니다.” 팀장이 조용히 덧붙였다.
“위원님들 생각은 어떠세요?” 위원장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찬성입니다.” 여기저기서 마이크마다 발언 중이란 걸 의미하는 빨간 등이 켜지며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 신약개발사업 지원에 대해 표결하겠습니다. 위원님들은 모두 찬반을 표시해주십시오.”
한쪽 벽면에 있는 전광판에 곧이어 불이 들어왔다.
“위원 전원 찬성이군요. 경쟁 후보가 없으니 확정 짓겠습니다. 회의록에도 표결 내용을 기록해주세요.”
“네. 기록하였습니다.” 속기사가 대답했다.
“공장들은 어느 지역구에 있습니까?” 위원 중 한 사람이 물었다.
“네, S시 내 과거 수출산업공단 지역에 제1공간이 있고, 서쪽 연안 남서공단에 제2공장이 있습니다. 두 공장 다 규모가 그리 큰 편이 아닙니다. 회사대표는 해외 수출을 생각하고 S시 안에 있는 제1공장의 증설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편이 우리 입장에서도 홍보에 유리하긴 합니다만…….”
팀장이 말끝을 흐리자 위원장은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하고 물었다.
“아, 도시정비촉진법에 따라 인구 밀집 지역이 된 구 수출산업공단 지역에는 증설이나 신규 공장 신설은 허가가 안 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장 중에도 스모그 같은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업체는 시 외곽의 신설 공단지역으로 이전을 권유하고 있는 터라.”
“그 정도는 해결을 해줘야지요. 뭐 첨단 약물을 만드는 것이 공해를 심하게 유발할 것 같지도 않은데. 빠른 시일 내에 지원 계획을 마련해보세요. 법률적인 문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해결해 줄 테니까. 우리도 신약 한번 외국에 수출해 봅시다. 시간도 늦었으니 회의는 이 정도로 마칠까요?”
“네, 더 자세한 사항은 보고서로 올리겠습니다.” 팀장은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P는 부장의 전화를 받았다. “그래 어떻게 됐어?”
“발표는 아주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흘러나온 이야기로는 위원장님께서도 아주 만족해하고 위원 전원 찬성으로 결정되었답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P는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럼 식약청 승인과 공장 증설, 두 가지 모두 허락이 난 건가?”
“거기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팀장에게 지금 전화를 걸었다가 주변에 다른 공무원들이 같이 있기라도 하면…….”
팀장이 말끝을 흐리자 위원장은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하고 물었다.
“아, 도시정비촉진법에 따라 인구 밀집 지역이 된 구 수출산업공단 지역에는 증설이나 신규 공장 신설은 허가가 안 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장 중에도 스모그 같은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업체는 시 외곽의 신설 공단지역으로 이전을 권유하고 있는 터라.”
“그 정도는 해결을 해줘야지요. 뭐 첨단 약물을 만드는 것이 공해를 심하게 유발할 것 같지도 않은데. 빠른 시일 내에 지원 계획을 마련해보세요. 법률적인 문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해결해 줄 테니까. 우리도 신약 한번 외국에 수출해 봅시다. 시간도 늦었으니 회의는 이 정도로 마칠까요?”
“네, 더 자세한 사항은 보고서로 올리겠습니다.” 팀장은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P는 부장의 전화를 받았다. “그래 어떻게 됐어?”
“발표는 아주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흘러나온 이야기로는 위원장님께서도 아주 만족해하고 위원 전원 찬성으로 결정되었답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P는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럼 식약청 승인과 공장 증설, 두 가지 모두 허락이 난 건가?
“거기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팀장에게 지금 전화를 걸었다가 주변에 다른 공무원들이 같이 있기라도 하면…….”
“어, 어. 그렇지 괜히 표나게 그러지 말라고.”
“네. 알겠습니다.”
“두 가지 다 꼭 성사되어야 하는데……”
“3차 공모에 경쟁을 시켜볼 만한 기획안이 하나도 없어서 고민이었다니까, 아마 두 가지 다 잘 해결될 겁니다.”
“그렇겠지? 중요한 건 실력이야 실력. 결국 제대로 된 신약이 있어야 하는 거지. 아무튼 수고했어.”
“네. 회장님. 곧 공식 발표가 있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보시죠.”
“그래. 그런데 이거 어디 궁금해서 계속 기다릴 수가 있어야 말이지.”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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