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지혜로움은 그가 보이는 태도다*
(1929년)
K 씨에서 어떤 철학 교수가 찾아와 자신의 지혜를 떠벌렸다. 잠자코 듣고 있던 K 씨는 교수에게 말했다.
“앉은 자세는 불편하며, 말씀도 불편하게 하시고, 생각도 번거로우시네요.”
철학 교수는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내 태도가 어떤지 알고 싶은 게 아닙니다, 내가 말한 것의 내용을 알아들으셨나요?”
“거기에는 아무 내용이 없습니다.”
K 씨가 대답했다.
“허청대며 걷는 것을 보니 어디로 가려는지 목표가 없군요. 말씀도 모호해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밝은 깨달음을 주지 못합니다. 태도로 미루어 보건대, 선생이 하려는 얘기에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고대의 속담, “수염만 길렀다고 철학자인 것은 아니다” 참조.
아울루스 겔리우스(Aulrus Gellius, 123~165)가 쓴 『아테네의 밤Attic Nights』 참조. “내 눈에는 (…) 수염과 외투만 보일 뿐, 철학자는 보이지 않는군.”
깨달음을 가진 사람은*
(1929년)
“깨달음을 가진 사람은 싸워서는 안 된다. 진실을 말하지도 말라. 누군가에게 봉사하지 말 것이며, 먹고사는 일로 연연하지 말라.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되며, 아는 척하지 말라. 깨달음을 가진 사람은 모든 덕목 가운데 오로지 하나, 곧 깨달음을 지키는 덕목만 유념하라.”
코이너 씨가 말했다.
*루크레티우스(Lucretius, 기원전 98~ 기원전 55)의 교훈 시집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rerum natura』에는 “인간의 본능”에서 벗어난 관찰자를 두고 “지혜의 환희”라는 표현을 쓴다. 브레히트의 다음 시 「후손에게 An die Nachgeborenen」도 참조할 것.
“옛 책은 지혜가 무엇인지 말하지 / 세속의 다툼에서 벗어나 (…) / 내가 모든 걸 할 수는 없네 / 정말이지 나는 암흑의 시대에 사네.”(GBA 12, 86쪽)
(여기서 GBA는 Große kommentierten Berliner und Frankfurter Ausgabe der Werke Brechts in 30 Bänden를 가리킨다. 카를스루에 대학교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연구소〉가 표준으로 삼는 브레히트 전집 판. 서독의 〈주어캄프Suhrkamp〉 출판사와 동독의 〈아우프바우Aufbau〉 출판사가 공동으로 펴낸 것으로, “논평이 달린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판 위대한 브레히트 전집 총 30권”이라는 뜻이다. 이 약칭이 ‘GBA’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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