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여행 도중 받은 아끼던 제자의 부음,벌써 가는 나인가 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별이나 보자꾸나, 민박집 나와 언덕을 오를 때휴대폰 전짓불이 나갔다.냄새로 달맞이꽃 무리를 거쳐반딧불이만 몇 날아다니는 관목 덤불을 지났다.빛이 다가오는가 했더니 물소리였다.불빛 낮춘 조그만 방같이 환幻한 여울을 건넜다.기다렸다는 듯 하늘에서 별이 하나 떨어졌다.걸음 멈추고 아는 별들이 제대로 있나잊혀진 별자리까지 찾아보았다.더 내려오는 별은 없었다.땅으로 숨을 돌리자 풀벌레 하나가마음 쏟아질까 가늘게 울고 있었다.시계청소視界淸掃오랜만에 만난 참나리꽃 제대로 보기 위해시계청소 한다고 발로 비빈 달맞이꽃들이이틀 후 저녁에도 피어 있었다.어떤 줄기 둘은 간신히 서로 기대어비스듬히 일어서며 피고어떤 줄기는 구두에 밟힌 그대로 누운 채고개만 골똘히 들고 피어 있었다.그냥 엎드린 채 딴청 부리듯 핀 녀석도 있었다.밟히고 뭉개져도 끝까지 삶의 끈 놓지 않고아픔을 초超모던발레 동작으로 일궈낸 자들이 여기 있군!하긴 살아 있는 것 치고주어진 생명 채 쓰지 않고선선히 내놓을 자 어디 있겠는가?가만, 혹시 내가 없는 세상이 더 편안치는 않을까?조심스러운 발끝걸음으로나 아닌 내가 빠져나왔다.앤절라 휴잇의 파르티타바흐의 파르티타,장마 일찍 끝나고무덥고 무겁게 시작하는 최저 온도 28도의 열대야,과부하로 전기 당장 끊긴다고 거듭되는 실내 방송에에어컨 끄고길 잘못 든 바람이라도 불러들이려불 끄고 방충망까지 열고 듣는앤절라 휴잇의 파르티타,사그라들 듯 피어나고 사그라들 듯 피어나숨 고르며 춤추는 피아노의 불꽃에날벌레들이 꼬여들까 아슬아슬하다.날벌레야 날벌레야 가슴이 곧 몸통인 너희들 가슴이내 가슴보다 바흐의 가슴에 더 가까웁겠지.너희들 몸통에 곧 댕겨질 저릿저릿 불꽃에내 발가락 끝이 벌써 자릿자릿.죽고 사는 일보다 감각 잃는 게 더 못 견디겠는 저녁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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