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목凍死木유달리 추웠던 지난겨울영하 17도의 혹한을 비껴갈 수 없어뒷동산 언덕배기에 뿌리박은 채꼿꼿이 서서 얼어 죽은 나무들전기톱으로 잘라내는 소리비명처럼 들린다산 아래 첫 집 담 너머우리 마당에도 누렇게 얼어 죽은낙엽송과 단풍나무한여름 녹음 속에 처연하게 숨 멎은동사목 두 그루살아 있는 나무들만 바람에 수런거리고마른 잎을 떨어버릴 수 있다는수목의 유언에 귀 기울이며말 없는 미라를 보듯두고두고 바라보기만 할 뿐
녹색 두리기둥전깃줄 끊긴 채 자락길 어귀에시멘트 기둥으로 홀로 남은 전신주담쟁이덩굴이 엉켜 붙어앞으로 옆으로 위로 퍼져 올라가우뚝 솟은 녹색 두리기둥 만들어놓았네폐기된 전신주 꼭대기담쟁이 더 기어 올라갈 수 없는 곳바람과 구름을 향해아무리 덩굴손 허공으로 뻗쳐보아도이제는 더 감고 올라갈기둥도 나무도 담벼락도 없네살아 있는 덩굴식물이 한자리에그대로 소나무처럼 머물 수 없어제 몸의 덩굴에 엉켜 붙어되돌아 내려오네온갖 나무들 드높이 자라 올라가는저 푸른 하늘에 앞길이 막혀위로 올라가지 못하고아래로 되돌아 내려오며삶터 잘못 잡은 담쟁이덩굴이아름다운 두리기둥 만들어놓았네
나비 두 마리빨래 말미도 없이한 달 내내 쏟아지는 장맛비에주황색 능소화아깝게 뚝뚝 떨어졌다검은 구름 동쪽으로 몰려가며 겨우앞산의 모습 나타나고 잠시비가 멎었을 때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니 하얀나비 두 마리안쓰럽게 나풀나풀잡초 우거진 채마밭으로 날아간다장마철에 잘못 태어나축축하지 않니해도 못 보고꽃도 못 찾고금방 땅으로 떨어질 듯서투르게 나풀나풀 날아가는하얀 나비 두 마리풋사랑 이루지 못하고 비 맞으며사라지는 어린 영혼들인가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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