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리더십 전환에 관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비영리조직을 키우고 이끌어온 세대는 너나없이 인생의 다음 단계를 앞두고 은퇴 이후에 뭘 할지, 자신의 자리를 누가 채울지 고민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육십 대에 접어들고 그 앞세대인 베테랑 세대는 빠르게 현장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이어갈 다음 세대 리더 후보들, X세대와 밀레니엄 세대는 비영리 영역 전반에서 새로운 리더 집단이 될 기회를 맞이하여 새 임무를 맡을 채비를 하고 있다. 기존 리더가 자리를 떠나거나 다른 직급으로 비켜나면서 젊은 리더가 조직을 이끌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비단 비영리 영역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 등 모든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바야흐로 희망과 가능성의 시기이자 변화와 손실의 시기이다.
비영리 영역에 부는 변화의 물결
이 책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비영리조직의 리더십 전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문제를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동시대를 돌아보게 된다. 새천년에 접어들면서 세계화로 서로 연결된 듯했으나, 세상은 다시 분열된 세계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리더십 전환을 두고 기대가 큰 만큼 염려도 많다.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이나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는 일처럼 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만한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거나 관련된 사람들이 이 시기를 잘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책을 쓰게 되었다. 책에서는 먼저 비영리조직이 리더십 전환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각 세대의 리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제시한다. 그다음 세대 간 리더십 전환이 이루어질 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두루 살펴보고, 폭넓고 체계적인 논의를 이끌어낼 토론 과제를 찾아낼 방법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는, 리더들이 세대 간 격차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미 현장에서는 이런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종종 그런 노력이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우리는 세대 간 격차를 좁히는 방안과 구체적인 활용 도구를 마련했다. 세대교체 문제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리더십 전환은 또 하나의 기회이다. 앞으로의 리더는 기존 리더와는 다를 것이다.
비영리단체의 중요한 특징은 ‘사명에 따라 활동하며 공익에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일하며, 예술을 옹호하고 정책을 요구하여 법적 투쟁을 벌이는 단체들. 이들을 두고 우리는 사회변화조직social change organizations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우리의 경험에 비춰보면 사회변화조직이 맞닥뜨린 리더십 전환이라는 문제는 조직이 크나 작으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소규모 단체일수록 확실히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쌓여 있고 기금마련에 대한 압박이 늘 따라다니기 때문일까? 이 문제를 고민할 시간조차 없어 보였다. 이런 조직은 근무시간이 길고 임금은 적은 데다, 개인의 삶을 모조리 일에 바칠 의지가 있는 리더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새 리더는 기존 리더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할 것이다. 이런 현실로 보건대, 리더십과 세대 전환에 대비하지 않는 비영리단체는 변화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
세대란 무엇인가?
세대란 어떻게 구성되고 사회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대는 단지 나이가 비슷하다고 묶이는 게 아니다. 카를 만하임Karl Manheim은 「세대 문제The Problem of Generations」라는 논문에서 ‘특히 사춘기 또는 청소년기에 중요한 일을 함께 겪은 동년배 집단’이라고 세대를 정의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나 시민권 운동, 9‧11 테러와 같은 결정적인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형성된다. 이런 사건은 한 세대가 갖는 공통적으로 내리는 판단 기준과 경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는 악으로부터 세계를 구해야 할 필요성이나 희생의 의미, 충성심을 중요하게 다루는 영웅주의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다. 다른 시기에 태어난 사람은 라디오에서 어떤 노래나 특정한 누군가의 이름을 들을 때 본능적으로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한 세대는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며, 그렇게 형성된 경험에 따라 하나의 문제를 비슷하게 인식한다. 물론 그 안에는 지역・계급・지위・인종・민족과 같은 영역별 소집단이 있지만, 공유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더라도 한 세대의 모든 구성원이 같은 경험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특수한 경험과 조금 더 보편적인 경험이 있다.
이 책에서는 베테랑 세대,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엄 세대 등 모두 네 세대를 다룬다. 세대 구분이나 특징을 단순하게 나눈 면도 없지 않지만, 넓은 범위로 나누면 다음 수십 년 동안 비영리조직의 리더십이 어떻게 달라질지 살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리더십을 실행하는 방식도 자연스레 변화를 따른다. 그것이 바로 세대 차이의 핵심이다.
우리는 ‘왜 비영리조직의 세대교체에 관심을 두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유독 우리가 비영리 영역의 세대교체 문제를 파고드는 이유가 뭘까? 우리가 여기서 각 세대의 상황과 경험을 토대로 세대별 특징을 풀어내면, 새 리더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난 비영리단체의 다음 단계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리더 세대의 관심과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기존 리더들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지, 앞으로 비영리 영역에 어떤 유형의 리더십이 필요한지를 말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비영리단체, 기업, 정부 등 영역별로 세대와 세대 변화를 다룬 수백 권의 책과 논문을 읽었다. 그리고 비영리 영역의 기존 리더와 리더 후보 및 실무진과 공식적인 인터뷰를 하는 한편, 비영리 단체의 리더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토론 모임을 열었고, 비영리 영역의 세대 변화와 관련한 토론에 수천 번 이상 참여했다.
우리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었다. 이들은 대부분 중소 규모 단체에서 일하며, 나이뿐 아니라 인종과 민족・성별 및 성 정체성・이주민 지위・성적 지향・학력・소득 수준이 다 달랐다. 활동 범주도 주거환경 개선부터 환경정의운동까지, 교육 프로그램 제공에서부터 저소득 주민 조직 활동까지, 공연 예술에서 법적 투쟁 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또 우리 스스로 나이와 세대, 인종, 성별, 출신 국가, 계급, 종교, 가정환경 등의 배경을 넘나들며 얻은 경험도 반영했다. 각자 다른 지역에서 다른 분야의 사안을 다루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는 우리는 오랜 시간을 들여 비영리단체와 사회변화운동에서 세대 전환의 의미를 토론하고 논쟁하고 분석했다. 그 작업의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
시민운동에 불어닥친 바람은 비영리단체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베이비붐 ․ 베테랑 세대 활동가들은 1960-70년대 시민운동의 물결을 타고 비영리단체를 성장시켰다. 빈곤을 감소시키고,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주거 개선, 1차 진료, 일자리 제공, 문화운동단체 지원의 책임을 다하도록 정부를 압박했다. 그렇게 하여 정부와 민간에서 새로 마련한 기금으로 빈곤층과 소외 계층의 삶을 개선하려는 단체를 설립했다.
매 맞는 여성・저소득 청소년과 위탁 가정 아동・약물중독자・노숙인과 결식인 등 수많은 집단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각 단체의 리더・실무진・이사회 구성원은 그들이 처한 현실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던 바로 그때,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수주의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세금 감면 정책으로 연방 정부의 비영리 지원 기금이 줄어들자 많은 단체가 활동을 재조정하거나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갔다. 지역사회를 위해 부족한 예산을 메우도록 지방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정부 기금을 받지 않는 조직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재단과 개인 기부자를 발굴하려고 무척 애썼다.
반면 정부 기금을 받는 단체들은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느라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활동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했다. 정부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존에 얻은 것을 지키는 방어적 태도를 보여야 했다. 한편 보수주의자들은 비영리단체와 그 영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영리단체가 정부 못지않은 관료적 구조를 가지고, 사회를 변화시키기보다는 계약을 따내는 데만 몰두하는 집단이라고 공격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며 비영리단체는 HIV와 AIDS 같은 질병과 관련해서도, 공동체의 필요에 맞는 정부 기금을 확보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다 해도 프로그램을 지속할 기금을 확보하려면 여전히 꾸준한 노력이 필요했다. 또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에 지원하던 정부 보조금을 개인에게 배상금으로 지급하면서 개인의 책임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 결과 정부로부터 아동 복지 및 보건 서비스 업무를 위임받은 일부 단체는 더 많은 책임을 지며 성장했지만, 빈곤층을 위한 법률 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단체는 정부 기금이 삭감되어 휘청거리게 되었다. 민간 재단도 마찬가지였다. 기금 지원처를 다양하게 마련하라며 단체들을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단체들은 개인 기부금을 확대하거나 수익 사업을 모색하게 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자 사업 모델에 골몰하는 비영리단체가 많아졌다. 측정 가능한 성과를 요구하는 경향도 커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지 또는 소비자 설문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를 얻었는지를 논하는 수준이 아니다. 이제 단체는 그들의 영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부자가 자신이 지원하는 조직을 투자 효과와 더불어 보다 엄밀하게 평가하기 원하는 만큼, 단체는 그들의 운영 프로그램이 성공 가능하다는 논리적 근거나 이론을 제시하고, 기부자의 관심을 끌 만한 활동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조직이 고유의 목표를 실제 이루고 있는지, 얼마나 성과가 나왔는지 계속 고민하도록 단체들을 몰아붙였다. 조직이 거둔 성과를 기부자에게 증명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단기적 결과를 얻는 데 급급하게 되고, 문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장기적인 해법은 뒤로 미루어야 했다.
성과 측정은 조직이 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지만, 각 지원 기관이 요구하는 보고서를 써내는 데 골몰하게 했다. 성과에 대한 압박과 정부 기금 감소로 인해 비영리단체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게 되었다. 기업가적 혁신 정신에 따라 새로운 수입원을 찾을 방법을 고심하게 된 것이다. 다음 표는 지난 40여 년 동안 비영리조직에 영향을 준 정치, 정책, 접근법의 변화를 정리한 것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비영리 영역에 불어온 변화는 조직뿐만 아니라 리더들에게도 미쳤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조직 운영 업무를 따라잡기 위해 자신의 시각을 조정하고 기술을 익혀야 했다. 그런데 이 오랜 리더들이 떠날 때가 된 지금에서야 많은 단체들이 리더십의 세대 전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세대 전환이 본격화되면 기성세대가 조직을 이끄는 모습은 점점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새로운 리더, 새로운 실무진, 새로운 이사회가 등장할 테니 말이다.
이 책은 현재 활동하는 각 세대의 특징을 이해하고, 다가올 리더십의 세대 전환을 잘 이루어 내는 데 도움이 될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한다. 여러 경험담이나 사례와 함께 개인과 단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토론 과제도 담겨 있다. 표와 토론 자료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고 독자를 참여시키기 위한 장치이다. 우리의 노력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지금 이 전환의 시기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도구가 되기를 소망한다.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