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악마’를 만나본 일이 있습니까?
A 십 년 전쯤 불면증을 앓은 적이 있다. 그때가 살면서 내가 가장 허약했던 시절인데, 정말 무서운 것이 많았다. 아파트에 살면서 밤에 안방에서 거실을 가로질러 화장실을 가는 것도 무서웠었으니까. 문제는 최초의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무엇 때문엔가 못 잤겠지만 못 자는 것을 너무 무서워하니까 계속 못 자게 됐다.
악마란 바로 ‘자가 증식 하는 두려움’이 아닐까?
Q 어떤 소리를 좋아하고, 어떤 소리를 싫어하십니까?
A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딸아이의 전화 목소리. 열두 살 소녀치곤 어리광이 아주 심하다. 생각해보니 그 애가 어릴 때 말을 아주 늦게 했다. 나중엔 생각과 말 사이의 괴리가 너무 심해져 한동안 언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 어렸을 때 못해본 말들까지 함께 하나 보다, 생각하고 행복하게 듣는다.
Q 건강을 위해 특별히 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까? 혹시 소설 제목처럼 달리십니까?
A 가끔 드라마를 보며 요가를 한다. 요통이 조금 있어서. 꼭 TV를 보는 이유는 그만큼 운동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수학시간 못지않게 체육 시간을 싫어했다. 매달리기를 하다 도대체 이 딴 짓을 왜 해야 하나 싶어 툭 내려와 버린 적도 있다.
달리는 것보단 걷는 것을 좋아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새삼 뜯어보는 평범한 풍경들, 바람의 감촉, 햇빛의 감촉, 비워져 깨끗해진 머릿속을 점령해오는 행복한 상상들… 걷는 것은 추월과 왜곡, 적의, 내상으로 얼룩진 세상이 서서히 제 속도를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아닐까?
Q 늘 해보고 싶어 하면서도 하지 못하는 일은?
A 다른 작가들처럼 집을 벗어나 책 읽고 글 쓰는 것.
Q 윤효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A 진부하지만 ‘행복’이 아닐까? 행복해지기 위해, 적어도 괜찮아지기 위해 노력보다 더 힘든 것을 하지 않나? 포기하고, 마음을 다스리고, 가만히 숨을 멈춰보고…
그러고 보니 나도 헷갈린다. 행복이란 과연 평온일까, 충족일까?
Q 윤효에게 행복이란 ㅇㅇㅇ 이다.
A 역시 포기할 수 없는 환상.
사람들은 행복을 갈구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충족이란, 이만 됐다, 괜찮다, 좋다, 라고 느끼는 건 일종의 정지 상태니까. 누가 뭐라 해도 생물체의 본성은 ‘끊임없이 달리는 것, 달라지려 하는 것, 무언가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Q 요즘 품고 있는 고민거리나 ‘불편한 진실’은 무엇입니까?
A 세상이 너무 험악해지는 것, 사람들이 ‘잔혹’에도 둔감해져 가는 것, 거대담론이 실종되어 버린 것, 강의할 때 만나는 젊은 아이들이 점점 왜소해지고 시니컬해지는 것, 개인적으론 두 아이를 데리고 이 험한 세상을 무사히 살아내는 것, 담백하게, 최대한 보기 좋게 늙어가는 것, 내가 원하는 두 가지 일이 끝내 이루어지는 것 등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