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십니까?
A 음… 지금 막 떠올리고 있어요. 제가 화났던 순간을요. 하하. 전 사실, 음식점에서나 운전할 때 제일 화를 많이 내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옆 테이블에 음식을 먼저 준다거나, 운전을 하는데 여자라고 무시한다든가 그러면 그땐 정말 ‘버럭’ 화를 내요. 막 날을 세워 따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가끔 가까운 지인들에게 화가 날 땐 바로 화를 내지 못해요. 일단 곰곰이 생각해요. 대체 왜 그런 건가. 내가 화를 내도 될까? 그럼 또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화낼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어느새 제가 화가 난 이유를 잊기도 해요. 근데 그건 정말 제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 한해서이고 정말 화가 나면 그냥 아무 말 없이 돌아서 버리죠. 실망이 크면 정이 떨어지고 더 이상 그 사람 생각도 나지 않거든요. 누구는 그게 더 무서운 거라고 하드라고요. 하하.
Q 시간을 멈추고 싶었던 순간이 있습니까?
A 그럼요. 당연히 있죠. 전봇대에 박아 코피가 났을 때, 알코올 섭취를 한 후 한껏 흥에 취해 열심히 춤을 추다 흉한 꼴로 나자빠졌을 때 느꼈던 사람들의 빤한 시선들. 그리고 내 사소한 실수. 한 마디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처 입혔을 때. 하지만 시간은 멈출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럴 때 더욱더 당당히 행동하고 더 크게 후회를 하죠. ‘아- 시간을 멈추는 게 아니라 아예 되돌리고 싶다.’ 라고.
Q 타임머신에 올라 시간과 장소를 입력하고 떠나려 합니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으로 떠나시겠습니까?
A 하하. 이 질문 제멋대로 해석하고 대답해도 되는 건가요? 전 사실 항상 행복하게 사려고 노력하고 현재에 만족하는 ‘낙천주의족’이기 때문에 제 한때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어느 한때로 가 그 상황을 볼 수 있다면 일단 전 ‘장희빈’과 ‘양귀비’가 살던 시대로… 아! 최근에는 ‘미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그 시절로 가보고 싶어요. 가서 역사 속의 팜므파탈들을 만나본 후, 흡족해하며 다시 제가 사는 이때로 돌아오고 싶어요. 예전부터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경국지색인 그녀들의 미모가요. 김희선을 닮았을까, 송혜교를 닮았을까, 고현정을 닮았을까!!!!!!!!!! 아무래도 이건 과학소설 쪽이겠죠?
Q 늘 해보고 싶어 하면서도 하지 못하는 일은?
A 지금 한 5분째 모니터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아! 이런 것도 되나요? 이집트에 가서 유적지를 탐사해 보고 싶은 일? 하지만 이건 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중으로 미룬 거니까 제외잖아요. 그렇죠? 전 해보고 싶은 일은 대체로 시도해 봐요. 겁이 없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시도해 보는 걸 좋아해요. 실패하는 것도 거절당하는 것도 두렵지 않아요. 아빠가 어릴 적부터 제게 하셨던 말씀이 있어요. “궁금한 것은 반드시 확인하고 지나가야 해. 도전을 두려워해선 안 돼.” 그 말을 자주 읊조리게 했는데, 그게 어느새 제 몸에 밴 것 같아요. 그래서 궁금한 건 어떻게든 알려고 노력하고, 하고 싶은 일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하는 편이에요.
아! 갑자기 생각났어요.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입장하는데 누군가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내 손을 낚아채 가는 거예요. 그럼 난 몇 초 망설이다가 그 손의 주인공을 따라가죠. 부케를 던지며. 근데, 이건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해선 안 되겠죠?
Q 정수현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A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 그건 행복인 것 같아요. ‘뭐 그런 간단한 대답이 있냐’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누구나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그것을 목적으로 살아가지 않나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도 행복해지기 위해서죠. 제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도 제가 행복해 지기 위해서고, 가족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도 제가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행복할 때 남을 더 후하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정수현에게 행복이란 ㅇㅇㅇ 이다.
A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Q 요즘 품고 있는 고민거리나 ‘불편한 진실’은 무엇입니까?
A 사실 이 질문은 좀 답하기 곤란해요. 가슴에 무겁게 품고 있는 그 고민거리나 불편한 진실을 많은 이들이 볼 수도 있는 이곳에 덜컥 털어놓기는 쉽지 않잖아요? ^-^ 이 질문만 ‘패스’해도 될까요? 솔직히 말하자니, 누가 볼까 두렵고 거짓을 말하자니 인터뷰에 솔직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근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제가 굉장한 비밀들을 숨기고 있는 것 같네요. ^^ 하지만 그런 비밀들을 간직해 놓는 마음속 ‘비밀의 정원’은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잖아요. 아- 간단한 비밀과 고민거리들은 살짝 풀어놓을 수 있어요.
“살들이 점차 중력에 굴복하는데 어찌하지?”
“보답이 없는 애정은 계속 품어야 할까, 아님 그만둬야 할까?”
“얼굴 윤곽수술을 정말 하고 싶은데 겁은 나고 어떻게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