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마음을 다쳤을 때, 어떤 치료법을 쓰십니까?
A 책 쓰기 전에는 오래된 LP들을 꺼내놓고 음악을 듣거나 오래된 영화들을 몇 편 계속 해서 보고는 했었는데, 요즘에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더 높아서 그런지, 술 처먹습니다. 술 마시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중인데, 아직까지는 술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잘 찾지 못했습니다. 술 마신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그냥 멍하니 벽보고 울고 있는 것보다는 술이라도 마시고, 사람들하고 수다라도 떠는 게 좀 낫지 않을까요. 요즘은 하루에 두 시간씩 산책을 하면서 걷는데, 생각보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걸으면 좀 나을까, 생각 중입니다.
Q 다시 대학을 다닌다면 무엇을 ‘열공’하고 싶으십니까?
A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그래도 경제학을 공부할 것 같네요. 그리고 지금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천문학을 공부하거나 수학과에서 수학사 같은 걸 다시 한번 공부하고 싶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가 있습니까?
A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를 좋아합니다.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의 형식은 레모니 스니켓(Lemony Snicket)을 많이 참고했는데, 실제로 해보고 싶은 일은 에코가 열었던 길을 어떻게든 다시 열어보는 일입니다. 스타일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고, 경제학자로서는 케네스 애로우(Kenneth Joseph Arrow)가 하라고 한 건 무조건 따르는 편입니다.
Q 우석훈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A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자, 그리고 사랑할 수 없을 땐 사랑을 배우기라도 하자.
Q 우석훈에게 행복이란 ㅇㅇㅇ 이다.
A 행복을 생각해본 적은 없고, 행복 대신에 보람이라는 단어 혹은 ‘내가 태어난 이유' 같은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해보는 편입니다. 20살 때 자살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성산대교 근처 난지도에서 나오는 쓰레기 더미를 생각하고 난지도에서 잠깐 했던 야학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사실 세상에서 도움이 될 일이 조금은 있을 것 같더군요. 그때 나이 마흔까지는 살아서 사회를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을 내놓으면서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마흔이 넘어버렸습니다. 이젠 은퇴해서 소일거리로 공부를 조금씩 하면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볼까 합니다.
Q 요즘 품고 있는 고민거리나 ‘불편한 진실’은 무엇입니까?
A 같이 공부했던 동료나 후배들을 잘 지켜주지 못한 게 마음속에 맺힙니다. 비주류 중의 비주류 학문을 같이했던 사람들이 한 명씩 주변에서 쓰러지는 걸 보면서, 마음속에 아픔이 맺혀 있습니다. 유학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유학 가지 않아도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었지만, 지난 15년 동안 누군가 ‘유학 가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고 이제 한국은 초등학생까지 유학 가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제 권유로 저와 같이 공부한다고 유학을 포기한 사람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그게 마음속의 아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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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소개
우석훈
자신을 ‘C급 경제학자’라고 소개하는 우석훈은 생태경제학을 전공했다. 그에 따르면 생태경제학은 ‘비주류 중의 비주류 학문’이다. 인생의 4분의 1을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 에서 지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를 마지막으로 국제협상 무대와 공직에서 은퇴했다. 그 시절에 만들어낸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이한동 총리 때의 「기후변화협약 2차 종합대책」이다. 저서로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88만원세대』,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생태경제학 시리즈 『생태요괴전』, 『생태페다고지』가 있고,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도마 위에 오른 밥상』, 『성난 서울』(공저), 『거꾸로, 희망이다』(공저), 『재앙의 물길, 한반도 대운하』(공저) 등이 있다. 현재 성공회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문화웹진 ‘나비’의 의뢰를 받아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서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오마이뉴스 ⓒ 남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