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생활습관이 있습니까?
A 물론 숨기고 싶은 생활습관은 몇 가지 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숨기고 싶은 것들이기에 여기서 밝히긴 무리가 있군요. 생리적인 것부터 시작해 성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대여섯 가지는 되는군요. 무지막지하게 큰 용기를 내어 그중에 하나를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술을 마시고… 외로울 때면… 방문을 잠그고…
흠,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밝혀지고 나면 안 그래도 협소한 제 사회생활이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숨기고 싶은, 아니 숨겨야만 하는 생활습관들입니다.
Q 무엇을 그리워하십니까?
A 어제의 나, 과거의 나를 그리워합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해지거나 여물어간다는 느낌보다 희미해지고 시들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노력이니 성실이니 하는 것들이 부족해서 일지도 모르고 실망이나 후회 같은 것들이 쌓여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지금보다 미숙하고 서툴렀던 나, 어쩌면 오늘보다 진하고 분명했던 내가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가 품었던 사람 사랑 삶이 그립습니다. 혹자는 망각이 오늘을 살 수 있게 한다고 하지만 흐려지고 잊혀지는 나 혹은 당신이 떠오를 땐 오늘을 포기하고서라도 모든 걸 기억하고 싶어지곤 합니다.
Q 원성도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A 웃기지만 제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 중 하나는 ‘포기’입니다. 제 갈등의 순간은 언제나 무언가를 얻거나 유지하려는 데서 발생하곤 합니다. 무언가를 손에 쥐기 위해 애쓰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불쾌해지려고 하면 저는 얼른 움켜쥐었던 손에 힘을 빼곤 합니다. 땀에 젖었던 손에 바람이 스치면 좀 전까지 손을 힘주어 움켜쥐었던 스스로가 물론 이것이 습관이 되어 힘줘 쥐기도 전에 놓치는 것들이 많아져 가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얻으려 애쓰다 아픈 것보다 버리고 맘 편한 게 아직은 낫더군요.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Q 원성도에게 행복이란 ㅇㅇㅇ 이다.
A ‘참았던 오줌을 싸지르는 것’입니다. 바지춤을 쥐고 다리를 비비 꼬며 화장실로 달려가 시원하게 오줌을 휘갈길 때 제 얼굴 위에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표정이 올라앉습니다. 참아내고 있는 모든 걸 다 싸지르고 싶은데 아직 적당한 화장실을 못 찾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아무 데나 휘갈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Q 요즘 품고 있는 고민거리나 ‘불편한 진실’은 무엇입니까?
A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왜곡되어 보이는 초점 역시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품어댔습니다.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 눈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희미하고 어두운 것이 내 눈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라는 걸 알았습니다. 초점이 흔들릴 때마다 여전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필요한 것은 초점을 잡아줄 안경이 아니라 마음을 잡아줄 용기임을 압니다. 칼보다 강한 펜을 쥘 자신은 없습니다. 해서 필요하다면 둘 다 쥐어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ㅣ복면 인터뷰이 원성도는…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