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산책을 하십니까?
A 하긴 합니다. 정처없이, 동네 설렁탕 집까지 걸어가기도 하고 비밀의 장소에 잠깐 들렀다가 나오기도 합니다. 때로 우리집 강아지나 가족들이 산책을 따라 나섭니다. 아니면, 그들의 산책에 따라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발적입니다. 일부러 정기적으로 찾는 산책로는, 사실 없습니다. 내 마음 속 지도는 별로 자세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Q 미워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A 있습니다. 너무 좋아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쉽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러나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미워합니다. 나를.
Q 성기완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A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들을요. 늘 사랑할 준비를 합니다. 그럴 힘이 없다면 나는 죽겠습니다.
Q 성기완에게 행복이란 ㅇㅇㅇ 다.
A 시간을 잊고 설레는 마음입니
Q 요즘 품고 있는 고민거리나 ‘불편한 진실’은 무엇입니까?
A 불편한 진실요? 글쎄요. 마흔이 넘으니 생각들이 휘발돼서 좋네요. 망각이 얼마나 큰 힘인지! 그러나 사실 모든 불편한 관계들이 힘듭니다. 불편함은, 애초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초래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모르죠. 모서리가 약간 각져 있는 의자에 앉아 있다고 합시다. 시간이 지나면 나의 허벅지 아래 근육이 당겨오죠. 그러면서 ‘불편해’ 집니다. 그러면 내 허벅지가 잘못인가요, 그 각져 있음이 잘못인가요. 그렇게 스스로 되물을 때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래도 한 번 닫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더는 생각하지 말아야죠.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제 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죠. 산책이나 가야겠어요.
ㅣ복면 인터뷰이 성기완은…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