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상투(常套)는 뾰족함이 없다. 그렇기에 주목하지 않는다. 나의 생존이 지상과제가 되어버린 시대, 뾰족함이 없는 것들은, 그래서 내게는 아무런 자극도 주지 않는 것들은 아무런 의미도 제시하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에게 관심을 제공하는 것은 따라서 늘 뾰족함을 들이댄다. 그 뾰족함이 벼려져 있고 날카로울수록 타자는 관심을 표명하기 마련. 점점 뾰족해져만 가는 대중문화는 차츰 일상의 상투를 마치 없는 것인 양 치부해버린다. '상투잡기'는 바로 그 무해하여 없는 존재로 치부된 일상의 상투를 대중문화를 통해 되짚어본다는 의미이며, 그를 통해 뾰족함을 내세워 일상을 덮어버리는 판타지적 자극의 상투를 잡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 같은 상투적인 어떤 것이나, 잡기로 치부되는 것들이 가진 일정한 가치를 복원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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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고 칼럼니스트이다. TV나 영화 같은 대중적인 문화 속에 담겨진 현실을 모색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소녀시대, 빅뱅의 아저씨 팬이고, 유재석과 강호동의 팬이면서, 벤야민이나 맥루한의 팬이기도 하다. 늘 TV를 끼고 살고 영화관을 전전하는 삶에 대해 혹자들은 부러움을 표명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현재 YTN라디오의 고정패널로 대중문화 관련 가이드를 하고 있고, 잡다한 방송출연과 잡지기고, 칼럼기고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공간, 인간, 시간'이라는 주제로 우리의 대중문화를 바라볼 수 있는 책을 집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