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다. 소리를 들으면서 소리 너머를 본다. 아니, 정확히는 소리를 내는 ‘무엇’을. 그 무엇의 마음이 소리를 내는 거다. 눈을 감고 그 마음을 본다. 소리를 내는 그 무엇의 마음을 보는 일, 그것이 크리에이티브 리스닝이다. 사람들은 각자가 쳐 놓은 벽 안에 안전하게 있다. 안전하게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시를 읽는다. 그렇게 너무 안전하면, 마음은 느껴지지 않고 글자들만, 색깔과 선들만, 음표들만 보인다. 오랜 예술적 관행들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었다. 마음을 본다는 건 그 벽 너머를 기웃거린다는 것이다. 벽 너머를 구경하다보니 알겠다. 그 마음들에는 사실 벽이 없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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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성기완
나는 오랫동안 시와 음악을 오갔다. 어쩌면 둘을 가르는 좁은 벽 위에 서 있었는지 모른다. 벽 위에서 시를 쓰고 노래를 만들고 기타를 쳤고 잡글을 썼다. 『쇼핑갔다 오십니까?』(1998), 『유리 이야기』(2003), 『당신의 텍스트』(2008), 이렇게 세 권의 시집을 냈고 『나무가 되는 법』(1999), 『당신의 노래』(2008), 이렇게 두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산문집도 있다. 『장밋빛 도살장 풍경』(2002), 『홍대 앞 새벽 세시』(2009), 그렇게 두 권. 변변찮은 이 작품들은 내 꿈의 흔적들. 나는 만남을 꿈꾸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