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그것은 물론 창작자의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상상력이 사회적 맥락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학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이 사회적 맥락과 맞부딪쳐 피워 올린 불꽃이라 할 수 있겠다. 사회적 맥락을 다른 말로 콘텍스트 또는 매트릭스라 할 수 있으리라. 여기에다가 동서고금의 문학작품들이라는 또 하나의 범주를 추가해 보면 어떨까. 문학작품은 작가의 상상력과 사회적 맥락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선행 작품들의 모방과 극복을 통해서도 태어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바꿔 말하자면,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대화적 관계에 놓인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기성의 작품들은 새롭게 태어나는 하나의 문학작품에 대해 또 하나의 환경, 즉 매트릭스로서 구실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이 선행 작품을 크게 의식하고서 씌어지는 가장 흔한 사례는 패러디일 것이다. 패러디는 기존 작품을 의도적으로 흉내내거나 비틀어서 새로운 효과를 내는 방법을 가리킨다. 그러나 꼭 패러디가 아니더라도 둘 또는 세 작품 사이에 모방 내지는 습합의 관계가 성립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것을 일단 ‘거울 관계’라 하고, 그런 작품의 창작자들을 ‘거울 나라의 작가들’이라 불러 보자. 이 연재에서는 그런 거울 나라 작가들의 대화적 작품을 찾아내 살펴 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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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최재봉
<한겨레> 문학전문기자이다. 지은 책으로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간이역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한국문학의 공간탐사』, 『최재봉 기자의 글마을 통신』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에드거 스노 자서전』, 『클레피, 희망의 기록』,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 등이 있다. 지금은 시와 소설 속 사랑의 명장면들을 찾아가는 '사랑의 풍경'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으며, 한국문학 작품의 제목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정리해 책으로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문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