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의 서양음악 순례’라는 제목의 연작 에세이를 연재한다.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은 음악에 관한 정보도 아니요 전문적인 음악평론도 아니다. 음악을 화제의 실마리로 삼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불가사의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해 보자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요 음악과는 인연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읽어주면 고맙겠다.
나는 예전에 『나의 서양미술 순례』라는 책을 썼다. 하지만, 새삼 말할 것도 없이 예술이라는 점에선 같다고 해도 미술과 음악은 다르다. 내게 음악은 미술보다 버거운 상대다. 미술을 대할 때는 느끼지 못하는 콤플렉스를 음악에서는 느낀다. 그것도 이 연재의 얘깃거리가 될 것이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썼을 때 나는 30대 나이의 절망에 빠진 젊은이였다. 지금도 비관적인 건 변함없지만 나이는 어느덧 60이 됐다. 늙은이의 순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늙은 순례자의 이야기에서 어쩌면 색다른 맛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독자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여준다면 다행이겠는데…
번역은 한승동씨한테 부탁했다. 그와는 5년 전부터 한 팀이 됐다. 필자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한국 독자들과 나를 이어주는 좋은 가교가 되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필자 소개
서경식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와세다대학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으로 『나의 서양미술 순례』, 『청춘의 사신』, 『소년의 눈물』, 『디아스포라 기행』, 『난민과 국민 사이』, 『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 『만남』, 『시대를 건너는 법』, 『고뇌의 원근법』, 『교양, 모든 것의 시작』, 『후퇴하는 민주주의』,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경계에서 춤추다』 등이 있으며, 1995년 『소년의 눈물』로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2002년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일본 이탈리아 문화원에서 시상하는 마르코폴로상을 받았다.
---------------------------
역자 소개
한승동
1986년부터 잡지 <말>에서 일하다 1988년 창간된 <한겨레>에서 지금까지 민족국제부, 사회부, 정치부(외교통일)를 거쳐 문화부 책·지성팀에서 일하고 있다. 1998년 초부터 2001년 초까지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있었다. 국제부장을 지냈고 문화부에서 타블로이드판 섹션 ‘18.0’ 팀장을 하다 지금은 선임기자 노릇을 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걷어차기』, 역서로 『우익에 눈먼 미국』(데이비드 브록), 『부시의 정신분석』(저스틴 프랭크), 『세계를 움직이는 인맥』, 『시대를 건너는 법』(서경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