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얘기할 때, 반드시 전제해두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아프리카는 대륙의 이름이지 특정 국가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 상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 굳이 비교하자면 알래스카를 포함한 미국대륙보다 3배나 큰 광활한 대륙이다. 2,000여 부족들이 700개 이상의 언어로 소통해왔으며,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동물들의 무리가 인간들과 더불어 숨 쉬는 드넓은 땅덩어리이다. 현재는 53개의 국가로 분할되어 저마다 쉽게 풀리지 않는 속사정들을 숨기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나인들 어찌 아프리카를 알겠는가?
아프리카 미술에 매료되어 자료를 찾아 뒤적이기 시작한 것이 10년 전 일이다. 그간 십여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에 드나들었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책도 한 권 남겼다. 서른 중반에서 마흔 중반에 이르는, 한 개인에게는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그간의 경험들이 적지 않지만 그것이 아프리카에서의 일이라면,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 행세를 한다면 실로 어쭙잖은 일이다. 부탁하건대 독자 제위께선 이 글을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의 기록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뭘 알아서가 아니라, 수없이 추파를 던지며 아프리카와 살림을 차리고 싶었던 한 사내의 대책 없는 애정으로 여겨주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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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해종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내 안의 열대우림』, 아프리카 미술기행집 『터치아프리카』를 출간했다. 출판기획자로 활동하다 새천년의 시작과 더불어 아프리카 미술 전시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 아프리카 미술 전시 기획사 ‘터치아프리카’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전히 출판계에 몸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