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1955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텍사스텍대학교,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1996년부터 원광대학교에서 주로 미국정치와 평화연구, 북한사회와 통일문제 등을 강의해왔고, 1999년부터 「남이랑북이랑 더불어살기위한 통일운동」을 전개해왔다. 쓰거나 번역한 책으로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두 눈으로 보는 북한』『Korea: The Twisting Roads to Unification』등이 있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몹시 혼란스럽다. 안에서는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2017년 12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16년 11월 공화당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으며 당혹해 하는 듯하다. 2017년 1월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정권이 바뀌게 되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이에 궁금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새 정부는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까?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과 협상을 벌일까, 제재를 계속할까, 폭격을 할까? 협상은 한반도 평화협정까지 이어질까? 제재는 북한 붕괴를 불러올까? 폭격은 남북 간의 전쟁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왔는데,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될까?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다시 열릴까?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심을 갖는다면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동포인가, 적인가?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여 년이 지났는데 통일은 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을까? 남북 양쪽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는 배경이나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통일은 하는 게 좋을까, 하지 않는 게 좋을까? 통일된다면 언제쯤 어떻게 이루어지고, 뭐가 어떻게 달라질까? 분단된 채 70여 년이나 지내왔는데 이제 와서 굳이 통일할 필요가 있을까?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아래서 살아온 터에 같이 살게 되면 커다란 사회 혼란이 빚어지지 않을까? 통일 경비는 얼마나 들까? 1990년대부터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고 해왔는데 왜 아직 무너지지 않고 있을까? 붕괴된다면 언제쯤일까? 북한 붕괴는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불러올까, 전쟁을 초래할까? 흡수통일이 이루어지면 남북 경제력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천문학적 경비가 들지 않을까? 굶주려온 북녘 동포를 위해 남쪽 사람들이 기꺼이 세금을 더 낼 수 있을까?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갖고 있는데 붕괴될 위기에 처하면 남한을 침공하지 않을까?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한편, 1953년 7월 맺어진 한국전쟁 정전/휴전협정은 왜 60여 년이 흐르도록 종전/평화협정으로 바뀌지 못하는 걸까? 언제쯤 한국전쟁을 법적으로도 완전히 끝낼 수 있을까?
위와 같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 관련된 문제 그리고 남북관계의 성격과 변화 등을 깊이 생각해보면서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좋은 책 몇 권 소개한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정치인, 관료, 학자, 언론인, 운동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수많은 책을 써냈기에 이 가운데 몇 권만 골라내는 것은 쉽지 않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는 아무래도 정부의 역할이 크고 결정적이기 때문에 학자 출신으로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분들의 책을 우선 선정했다.
물리학을 공부하다 역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대학에서 강의하다 연구와 집필에만 전념하겠다며 대학교수직을 던져버린 김기협 박사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남북관계의 역사책이다. 1940년대 중반 시작된 냉전이 “한민족 분단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면, 1980년대 말의 냉전 종식은 “민족통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는 게 당연한데,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통일은커녕 평화협정조차 맺지 못한 채 적대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비상식적 상황에 대해 왜 그런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내용이다. “역사를 시사로 보고 시사를 역사로 읽는” 자세로 쓴 글이 재미있다.
편집부의 요구대로 위와 같이 다섯 권의 책을 추천해놓고 한참 망설이다 한 권 더 덧붙인다. 내가 쓴 책이라 참 쑥스럽고 민망하지만 색다른 내용이라 염치 불구하고 자천한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위해 법정에서 ‘전문가 증언’을 한 내용이다. 공산주의, 김일성, 주체사상, 남한 핵무기, 연방제 통일 등 민감하고 위험하지만 북한을 바로 알고 바람직한 통일을 지향하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