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농사, 주말농장, 도시농부, 마을만들기…한때 자주 입에 올리던 낱말이다. 북한산 기슭에 살 때는 공터에 상추며 고추·가지를 심었다.
서울 서쪽 신도시로 이사하고서는 주말농장을 찾기도 했다. 둘 다 실패했다. 장마철에 김매기를 놓치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도시와 농사를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들지 않았다. 한때는 “도시에 논밭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내 눈에 도시 곳곳이 ‘땅 천지’로 보일 때였다. 아파트 화단, 주차장, 지붕과 옥상, 운동장, 공원, 도로 등등.
도시에서 하늘이 보이는 곳은 대부분 땅이 될 수 있다. 자동차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늘리면 도로를 논밭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연도 하고 글도 썼지만 반응이 없었다. 20여년 저쪽의 일이다.
유현미의 ‘씨앗 넣는 날’은 작가가 최근 펴낸 그림책 『아그작 아그작 쪽 쪽 쪽 츠빗 츠빗 츠빗』에 실려 있다. 봄부터 겨울까지 한해 텃밭 농사를 시와 그림으로 엮어냈다. 동시처럼 술술 읽히지만 그 안에는 생태적 감수성이 진하게 녹아들어 있다.
10년 뒤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20년 뒤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지금 인류가 마주한 최대 난제는 기후위기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는 두말할 것도 없이 농업이다. 가뭄·폭우·폭염·한파가 이어지면 우리는 대체 어디서 식량을 구할 것인가.
텃밭 농사와 도시농부가 여러 해결책 중 하나다. 땅과 흙 속에서 천지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이 글은 농민신문에 연재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