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요.” 진도를 놓친 학생들이 늦게나마 공부를 시작하려고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하소연이다. 복잡한 공부의 세계에 발을 딛는 학생들이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바로 교과 과정을 보면 된다. 교과 과정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들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떤 순서로 가르칠 것인지 보여주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학생 스스로 교과 과정을 보고 자신의 학습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에서도 교과 과정만 보면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교육기관의 교과 과정은 단원들(혹은 과목들)이 단순하게 나열되어 있는 형태이다. 물론 여기에도 나름의 체계가 있고, 단원들이 학년에 따라 배워야 할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원들 간의 관계가 꽤 복잡하기 때문에 처음 교과를 접하는 학생들이 그 체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하면 돼.”라고 말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그럴 경우 방대한 학습량에 눌려 많은 학생들이 학습 의욕이 꺾일 것이다.
간단한 예로 중학교 2학년 수학의 ‘3. 방정식과 부등식’ 단원을 제대로 학습하려면 1학년 때 배웠던 ‘3. 일차방정식’ 단원의 개념들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1 그런데 과연 2학년이 되어 ‘3. 방정식과 부등식’ 단원을 처음 배우게 된 학생이 1년 전 배웠던 ‘3. 일차방정식’ 단원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까지는 못해도 두 단원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새로운 단원을 배우기 전에 선행 단원의 개념들을 정리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을 처음 시작한 학생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그 복잡한 연관관계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작정 학습을 시작한다. 앞의 내용을 모르니 어렵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고, 학습 의욕은 저절로 꺾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과 과정의 구성 자체를 단순하게 바꾸어야 할까? 가능은 하겠지만 이는 지금까지 쌓아온 체계들을 상당 부분 바꾸는 작업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매우 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복잡한 교과 과정은 그만큼 깊은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꼭 나쁘다고만 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장에는 기존 교과 과정을 유지하되 단원 간 연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만 추가적으로 표시해놓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교과서 목차에 어떤 단원이 어떤 단원과 선후 관계를 갖는지 화살표로 표시해 놓는다든가, 작은 글씨로 단원명 옆에 표기를 해놓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교과 과정의 전체적인 체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설명해 놓은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학생들은 새롭게 학습할 단원을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선행 학습해야 할 단원을 빠르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새로운 단원을 학습하여 의욕이 꺾이고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나아가 새로운 단원의 내용만 단편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연계된 내용을 함께 정리할 수 있어 전체적인 체계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특정한 학습 목표를 이루기 위한 명확한 절차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기 용이하며 자신이 어떤 단계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쉽다. 이는 학생 스스로 확신을 갖고 학습에 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여러 교육기관의 교과 과정은 각 과목 혹은 단원 간 연계관계를 표시해주는 형태로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교과 과정은 학생들 스스로 그 체계를 파악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이는 학습 의욕을 꺾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교과 과정의 체계를 학생들이 보기 쉽게 표시해 놓는 작은 개선만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확신을 갖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참고
1 한국교육과정평가원, “http://www.classroom.re.kr/2011/view.jsp?mcode=141318,” 2014.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