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2012년 여름밤, 우리는 밤잠을 설치며 런던에서 날아오는 중계화면만 바라보았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Olympic, 그것은 전 국민, 전 세계인을 흥분시키는 축제이다. 올림픽에서 글자를 조금만 바꾸면 올림피아드Olympiad, 학문의 범주로 넘어온다. 매년, 수학, 물리부터 지리, 언어까지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의 학생들은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실력을 겨룬다. 그에 앞서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체전 격인 국내올림피아드를 열어 많은 학생들이 공부 축제에 참여한다.
하지만, 점점 이 축제를 즐기는 사람이 줄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 대표 선수 학생들에게서는 1등이니 2등이니 하는 낭보가 날아오지만, 돌아오는 소식은 올림피아드 지원 축소,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금지 등의 억제정책이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올림피아드 응시자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학생들이 올림피아드를 접해볼 기회조차 줄어버렸다.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떠했던, 학생들은 점점 올림피아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학생들을 올림피아드 공부로 이끄는 힘은 누군가의 강요도, 안정적인 미래도 아니다. 학문의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의 불안부터, 고뇌 끝에 문제가 풀릴 때의 희열, 계절학교1)를 통해 돈독해진 우정, 대회에서 성과를 거뒀을 때 얻는 성취감과 명예, 국제대회에서 느낄 애국심까지. 인생을 이끌어가는 이 순수한 가치들과 함께,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다른 공부를 제쳐두고서 올림피아드 공부에 몰두한다.
올림피아드가 주는 선물을 소수만 공유하기는 너무나 아깝다. 하지만, 몇몇 교육 단체와 정부의 눈에는 이런 가치는 보이지 않고, 노벨상·필즈상2) 수상자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주입식 문제풀이 사교육의 최첨단으로만 보이는 듯하다. 올림피아드를 사교육의 범주에서만 생각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학교에서 먼저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학생들을 올림피아드의 길로 이끌어 학교 안에서 가르칠 수 없었던 가치들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분석하고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한 문제 한 문제 해결해가며 생각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시작은 수학문제 한 문제일지 몰라도,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찾으며 자기 인생의 문제에 도전하여 가치관을 만들어가며, 이 사회의 문제에 도전하여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일할 것이다.
올림피아드에서 세웠던 목표를 이뤘던 학생들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던 학생들도, 결국 결과보다는 가치들을 가슴에 새겼다. 이 학생들은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생각하는 힘을 바탕으로 더욱 성장하여 결과물을 조금씩 내놓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다시 성대한 축제를 만들자. 더 많은 학생들이 올림피아드의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1) 계절학교: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집중 교육을 위해 방학 중에 열리는 1-2주간의 캠프
2) 필즈 메달: Fields Medal. 수학의 노벨상으로, 만 40세 이하의 수학자들에게 수여된다.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수학자대회ICM, 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에서 개최지의 대통령이 직접 수여한다. 2014년에는 박근혜대통령이 서울 코엑스에서 직접 4명의 수상자들에게 필즈상을 수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