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두 기업은 각종 기술 및 디자인 특허를 두고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소송을 치루고 있다. 그리고 지난 8월 24일 미국 배심원들은 삼성의 일방적 패소를 판결했다. 치열한 ‘전쟁’을 예상했기에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더 주목할 것은 한국 여론의 반응이다. 대다수가 ‘삼성=애국’인 마냥 판결을 비난하기에 급급했고 소수는 ‘삼성=카피캣’이라고 조소했다. 모두가 삼성과 애플의 어느 한 극단에서 주체성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삼성과 애플의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대다수 우리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소비자는 생산자가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소비생활을 위하여 구입·사용하는 자로 정의되며, 이는 생산자와 대립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바로 이 ‘주체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한 물건을 정당한 비용을 지급하고 구매하는 주체이다. 삼성과 애플의 제품도 각자 기준에 따라 구매함으로써 선택할 뿐이다. 그게 끝이다. 두 기업의 특허권 분쟁과 소비주체로서 우리의 선택 사이에 당장 접점은 없다. 소비자라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보이는 모습처럼 어느 기업의 입장에 몰입해 열변을 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상황을 직시하고 소비자로서 우리만의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애당초 특허권이란 독창적인 발명에 고유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더 많이 발명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발명을 소비할 우리의 삶이 더 윤택해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권을 보장하는 것 역시 우리에게 더욱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의 특허 분쟁은 그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고 그 속에서 소비자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특허권은 왜곡되고 우리는 기만당하고 있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두 기업 모두에 생산자 본연의 모습을 갖추라고 요구해야 한다. 특허권으로 상대 기업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두 기업에게 소비자인 우리를 위한 더욱 유용하고 매력적인 특허를 ‘만들’도록 부추겨야 한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공방은 이 점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다. 우리는 양쪽의 입장에 함몰되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라는 고유의 입장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삼성과 애플의 싸움을 바라보는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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