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2012년 3월, 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했다. 사회과학대학 안에는 정치외교학부, 경제학부, 심리학과 등을 포함한 8개의 학과가 있다. 2학년이 되어 전공을 선택해야 할 때, 나는 평소 관심 있었던 정치외교학부에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주위에는 경제학부에 가기를 원하는 친구들이 유독 많았다. 이유를 살펴보니, 경제학부를 희망하는 동기 중에는 경제라는 학문을 좋아해서 경제학부 진입을 원하는 예도 있었지만, 상경계열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경제학부를 희망한 예도 꽤 많았다. 또한, 선배들이 말하기를, 사회과학대학 내의 학생들은 지금은 서로 다른 학과를 지망한다고 해도, 특별히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결국에는 대부분 경제학부에 지원한다고 했다. 이런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2012년 사회과학대학 학과배정 계획에 따르면, 총인원이 364명일 때 다른 학과의 정원은 대개 20명에서 30명 사이인 데 비해 경제학부의 정원은 154명으로 거의 총 학생 수의 절반을 차지한다. 경제학부의 정원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여기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많아서 경제학부 진입 경쟁률이 8개의 학과 중 가장 높다. 다른 학과는 1지망으로 지원하기만 하면 거의 들어갈 수 있지만, 경제학부의 경우는 1지망으로 지원하더라도 학생들을 평균 평점 순으로 선발하며, 그 커트라인도 꽤 높다. 지금처럼 2학년이 되어서 학과를 선택하는 제도에서는 학생들이 경제학부, 즉 인기학과에 몰리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2013년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수시 모집 일반전형에서는 처음부터 학과별로 모집하게 되었다.
학과별로 학생들을 선발한 것이 효과가 있었을까? 제도가 바뀐 후인 2013년도 수시 모집 일반전형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경제학부의 경쟁률은 5.83:1이었다. 사회학과, 심리학과, 언론정보학과의 경쟁률은 14:1 정도로 경제학부보다 2, 3배 높았다. 정치외교학부와 사회복지학과도 11: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제학부의 지원 경쟁률이 다른 학과의 절반 정도로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과별 모집제를 통해 인기학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을 막게 된 것이다. 이전 제도에서는, 학생들이 전공 선택을 앞두고 입학했을 때보다 더 취업을 걱정하게 되어서 경제학부에 몰린다면, 이제는 입학할 때부터 하고 싶은 전공을 소신껏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경제학부에 쏠리지 않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학부의 경쟁률이 낮아진 데에는 다른 변수도 작용한다. 학생 선발 제도가 바뀌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 소위 ‘눈치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눈치작전이란, 학생들이 경제학부에 가고 싶더라도 학과 상관없이 서울대학에 꼭 입학하고 싶다면, 경제학부 대신 상대적으로 덜 인기 있을 것 같은 학과에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가 바뀌면서 지원 경쟁률은 확연히 달라졌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왕이면 취업이 잘되는 경제학부를 지원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는 2013년도 사회과학대학 수시모집 일반전형 정원이 177명인데 경제학부 정원은 75명이고, 정치외교학부는 37명, 그리고 다른 학과 정원은 대개 10명인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경제학부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까 다른 학과에 비해 정원도 많은 것이다.
결국에는 학과별로 모집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었지만, 학생들이 자신들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선호하는 현상은 바뀌지 않았다.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을 포함한 인문계열학생들은 이공계열보다도 취업이 어려워서 이러한 현상이 심화하였다. 또한, 인문계열 학생들의 전공과 졸업 후 진로가 다른 경우가 특히 많아서,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 흔히들 취업에 유리하다고 말하는 경제학부에 지원하게 된다. 이렇게 유망학과에 몰리는 현상은 학생선발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목표가 ‘취업’이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대학 입시 제도를 넘어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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