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미디어렙은 방송사 대신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하고 판매대행 수수료를 받는 업체를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미디어렙 운영을 공기업인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코바코)에서 독점적으로 해왔다. 그런데 미디어렙 법 통과로 이제 민영 미디어렙 운영이 가능해졌고, 이는 다소 우려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SBS 미디어크리에이트’, 즉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된 후 방송광고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당초 코바코는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의 광고 계약을 중재했으며 공기업이라는 특성상 광고를 적절히 분배해 약소 방송국이 살아남을 길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제 광고주는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 두 곳에 나눠 수익성이 좋은 지상파 방송국의 광고 영업만을 계약하려 들고 있다.
실제 각 지역민영방송은 지난해 364억 대비 237억 원으로 33% 가량 방송광고영업 수익이 감소했다. 특히 SBS 민영 미디어렙 체제에 들어간 방송사들은 방송광고영업 수익이 반절로 줄어들기도 했다. 방송 광고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방송국의 수익 구조를 고려해보면, 분명 이는 반성해봐야 할 문제다. 이대로 가다가는 약소 방송국은 물론 자체 미디어렙을 가지지 않은 공중파 방송국 역시 수익구조에 있어 큰 타격을 입을게 분명하다. 게다가 단 하나의 민영 미디어렙 설치 이후에도 이렇게 끊임없이 잡음이 들려오고 있는데, 또 다른 민영 미디어렙을 설치한다면 그야말로 방송광고계와 방송국은 ‘아비규환’의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엠넷은 미디어렙 사업 진출을 위해 5억 원을 출자해 ‘네프 미디어’를 설립했으며, 각 방송사는 자체적인 민영 미디어렙 사업을 벌여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심을 보이고 있다. 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은 아닐까. 지금 당장은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이 공중파 방송국에게는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나 민영 미디어렙의 수가 늘어나고 그 규모가 커질수록, 자체 미디어렙을 가지지 않는 이상 공중파 방송국도 결국 지금의 약소 방송국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겪어야 할 것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서 공기업인 코바코와는 달리, 민영 미디어렙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점점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영 미디어렙의 증가는 약소 방송국들은 물론 공중파 방송국, 그리고 한국 방송 관계 시장 전반을 위해 분명 재고되어야 할 문제다. 건물을 짓는데 있어 지반을 탄탄하게 다듬는 것이 중요하듯이, 민영 미디어렙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려면 지금의 민영 미디어렙 체제부터 되짚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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