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회장 오미예
iCOOP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 정원각
2012년은 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협동조합은 초기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 그 역사가 200년이 넘었다. 한국에도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생협 등 외형으로는 2천만 명 이상이 조합원이다. 하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 내용은 매우 빈약한 편이다. 협동조합과 관련된 책은 거의 없고 협동조합을 가르치는 대학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다행히 2012년 들어서 10여 권 정도의 협동조합에 대한 책이 출판됐다. 그중에서 기존에 출판된 책을 포함하여 10권의 책을 추천해 보았다.
Ⅰ. 협동조합 입문을 위해
<협동조합, 참 좋다>
- 김현대 외 / 푸른지식 / 2012
한겨레신문 김현대 기자, KBS 하종란 PD, 시사IN 차형석 기자 등 3명이 2011년에 유럽 5개국(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과 뉴질랜드 등에 있는 모범적인 협동조합을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일부 문헌 조사를 보태서 2012년 7월에 출판한 책이다. 기존의 협동조합 관련 책들이 번역의 어려움과 생소한 표현 등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평소 대중적인 글쓰기를 해온 분들이기에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게 글을 썼다. 아울러 풍부한 현장 취재와 사진 등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뒷부분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협동조합을 창업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협동조합 전문가들을 심도 있게 인터뷰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협동조합론>
- 정병호 / 대원출판사/1987
도서 이미지는 저자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
(재)iCOOP협동조합연구소 정병호 소장이 1987년 수협연수원 교수로 있을 때 쓴 책인데 지금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지만 국회도서관이나, 중앙도서관 또는 일부 대학 도서관에서는 빌려볼 수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개론 성격의 책으로 협동조합의 역사, 인물, 사상 등을 풍부하게 기록하고 있다. 물론 비슷한 성격의 책이 몇 권 있지만 영국의 로치데일공정선구조합(소비자협동조합) 그리고 프랑스의 생산자협동조합, 독일의 신용협동조합 등에 대해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 운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갈래의 사상과 협동조합의 기능 그리고 협동조합을 창립하는 절차와 방법 등도 친절하게 알려 주고 있다.
<협동조합운동>
- 존 스턴 버첼 저 / 장종익 번역 / 들녘/ 2003
이 책은 부제로 ‘21세기의 대안’이라고 써 있다. 영국 스털링 대학의 존스턴 버첼 교수가 1997년 쓴 것을 장종익 교수가 2003년 번역하였다. 2008년 경제 위기가 터지기 10년 전에 출판하면서 21세기의 대안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으니 지금까지 이어지는 경제위기를 예언한 꼴이 되었다. 이 책은 협동조합 운동이 시작된 이후 유럽 각국에 협동조합들이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 기록하고 있다. 나아가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각 대륙에 퍼져 있는 다양한 협동조합과 ICA(국제협동조합연맹)를 소개하고 있다. 또, 1995년 ICA 총회에서 선언한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정의, 가치, 원칙 등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 스테파노 자마니, 베라 자마니 저 / 송성호 번역 / 북돋움 / 2012
흔히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시장 중심의 경제에서 틈새시장이나 자본기업이 관심 없는 분야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자마니 교수는 이런 경향에 대해 강력히 반발한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기업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마니 교수는 시장은 본래 자본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시민들의 의식이 성장할수록 일부 자본이 독식하는 자본 시장보다는 사회 전체의 부와 상호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협동조합에 더 우호적이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는 이러한 이론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협동조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Ⅱ. 각 나라의 협동조합 운동
<뒤영벌은 어떻게 나는가?>
- 이바노 바르베리니 저 / 김형미 외 번역 / 푸른나무 / 2011
인터뷰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주인공 이바노 바르베리니는 ICA(국제협동조합연맹)와 이탈리아 LEGA 그리고 이탈리아생협연합회 등의 회장을 역임한 세계 협동조합 운동의 거인이다. 바르베리니는 이탈리아생협이 어려웠던 1960년대에 그 곳으로 들어가 오늘날 이탈리아생협이 이탈리아 소매유통 중에 시장 점유율 1위의 기업이 되는데 가장 큰 공헌을 세웠다. 좌파협동조합인 LEGA가 소비자협동조합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을 때나 살아남기 위해 협력하여 생협의 규모를 키울 때 그리고 시장과 싸움을 위해 하이퍼마켓을 결정할 때 등 중요한 고비에서 지혜로운 판단을 하여 지금과 같은 생협이 되었다. 특히, 생협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경영과 민주적 참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이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는 지적”과 “끊임없는 자기 혁신”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일본생협운동소사>
- 사이토 요시아키 / 다나카 히로시 옮김 / 그물코/ 2012
한국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고 일본은 ‘소비생활협동조합법’일 정도로 한국 생협은 일본 생협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법으로 비조합원은 이용할 수 없게 한 것은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대표적인 악법적 요소다. 일본 생협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다시 부활하였다. 이사장, 경영진의 비리와 생협 물품의 품질 사고 등 경영과 신뢰의 위기 속에서 자본 기업과 경쟁에서 밀려 소멸하는 생협도 적지 않았으나 현재는 2천 2백만 세대가 조합원으로 일본 전체 세대 중에 40%가 가입해 있다. 그리고 컬러 TV, 생협 우유, 식품 첨가물 추방 운동 등 많은 사회적 성과를 이루는 등 성공과 실패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한국 생활협동조합운동의 기원과 전개>
- 김형미 외 / 푸른나무 / 2012
한국에는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과 같이 정부가 정책적 필요에 의해 만든 협동조합이 있고 소비자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만든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 있다. 모든 사상과 운동에는 그 뿌리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에는 생협에 대한 역사가 책으로 정리된 적이 없었다. 이 책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만든 생협이 언제부터 왜, 그리고 누가 만들었는지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1920년 일제 침략기 때 처음 만든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이 1930년대 중반 총독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되는 것부터 1960~70년대 노동조합이나 지역에서 만든 소비조합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은 친환경 농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먹을거리 생협만이 아니라 의료협동조합, 양서협동조합, 육아협동조합 등에 대해서도 정리, 소개하였다.
Ⅲ. 협동조합의 경영과 사회적 역할
<새로운 생협운동의 미래>
- 신성식 저 / 푸른나무 / 2011
저자인 신성식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23년 동안 생협 운동을 한 몇 안 되는 현장 실무자 출신의 경영인이다. 1990년대 초부터 2000년 초까지 한국의 지역 생협 중에 66.7%가 소멸했다. 234개 중에 151개가 사라진 것이다. 신뢰나 이념의 위기 근처에도 가기 전에 경영상의 위기로 사라진 것이다. 더구나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생협은 모두 합해도 전체 가구의 3% 수준이고 소매 매출은 소수점 이하이다. 이런 와중에서 저자가 몸담고 있는 iCOOP생협은 1997년 가장 가난하고 작은 생협 6개가 모여 만들었는데 2011년 기준으로 3,002억 원의 매출과 15만 명의 조합원 그리고 1,200명의 직원이 일을 하는 협동조합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책은 이렇게 성장하게 된 iCOOP생협의 경영전략, 정책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협동조합을 하려고 준비하는 분들에게 현장에서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 윌리엄 F. 화이트, 캐서린 K. 화이트 저 / 김성오 번역 / 역사비평사 /1992, 2012
<몬드라곤의 기적>
- 김성오 저 / 역사비평사 / 2012
<몬드라곤에서 배우자>가 1992년에 처음 번역되어 나왔을 때,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며 폭주하는 자본주의에 대해 대안을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었다. 이 책을 번역한 김성오는 2012년 1월 <몬드라곤의 기적>이라는 책으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위대한 것은 건축, 기계, 유통 등 첨단 분야에서 자본기업과 당당하게 경쟁하여 이기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2012년 경제 위기에서도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용 인원을 유지하기 위해 협동조합 조합원 모두가 임금을 깎는 데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누가, 어느 회사가 이럴 수 있을까? 이 두 권의 책은 그 탄생, 과정, 방법, 경영 등을 담고 있다.
<생활 속의 협동>
- 오사와 미리 외 / iCOOP협동조합연구소 옮김 / 푸른나무/ 2009
복지국가 모델은 몰락한 사회주의보다는 심하지 않았지만 ‘공무원의 관료화’와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의사 결정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 결과 국가가 획일적으로 하던 복지를 수요자 중심으로 그리고 제공자는 다양하게 변화하였다. 이런 변화 속에 일부 복지는 시장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부작용도 있었다. 이 책은 영국과 일본에서 협동조합이 스스로 또는 정부와 협력하여 복지를 재구성하는 것을 담았다. 특히, 일본의 의료생협이 지역 사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복지 사례가 있다.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자가 아닌 수용자의 요구 중심으로 하고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고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방식 등은 우리의 복지 방향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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