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공장 어린이도서관
어린이에게 있어서 어린이도서관은 꿈의 공장이고, 꿈의 공장이어야 한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도서관에 와서, 자기보다 앞서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들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 상상의 나래는 어느덧 하늘 높이 날아가 희망이 되고 미래가 된다. 어린이도서관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어떤 걸까? 이런 어린이들에게 꿈의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일 아닐까?
그동안 많은 어린이도서관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상상의 날개와 꿈을 만들어 주었지만 나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성인 대상 도서관의 모습을 그대로 적용해 만든 획일적이고 기능적인 공간구성은 도서관의 자유로움을 감추어놓았고, 알록달록 원색에 가까운 색상들의 향연은 ‘책 놀이터’를 그저 디즈니랜드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상당수 어린이도서관의 가구가 거의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데다 자재 또한 화학냄새 가득한 유독성 자재인 것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 어린이도서관은 외형적 발전을 이루었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우쳐 중요한 가치들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될 때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어린이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꿈을 꾸려면 무슨 방안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시작한 것이 바로 도서관 공간에 관한 연구였다. 공간을 조금만 바꾸면 어린이들이 도서관 입구에서부터 호기심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좀 더 쉽게 책을 찾을 수 있고, 좀 더 편하게 책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위의 사진은 일본 미야자키 현宮崎縣에 있는 ‘키조木城 그림책 마을’ 도서관의 한쪽 벽면 모습이다. 도서관 주위 어느 곳에나 있는 나뭇가지로 만든 사다리가 유독 눈에 띈다. 중간에 별 하나와 그림책 한 권을 놓았는데 심심하기 짝이 없는 하얀 벽에 생기가 돈다. 화려하지도, 인공적이지도 않은 소박한 장치지만 마음이 끌린다. 어린이도서관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꾸미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손쉬운 장식이지만 키조 그림책 마을이 담고 싶어하는 자연, 해와 별과 달의 목소리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는, 가치와 의미를 담지 못한, 인테리어 차원에서의 화려한 꾸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변화는 바로 이렇게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처럼 늦은 밤, 도서관의 불이 모두 꺼지면 책들이 일제히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할 것만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서관. 어른들의 눈에 띌세라 낮이면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책들이 어린이들에게 말을 걸고, “나를 한 번 만나봐” “내 이야기를 들어봐” 유혹하는 모습을 찾아낼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을 만나고 싶다. 그런 공간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전제하자면, 나는 어린이도서관 공간구성에 대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한 것은 아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전문가인 것도 아니다. 단지 오랫동안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한 경험과 연구 프로젝트가 있어 전국의 모든 어린이도서관 공간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경험, 유럽과 일본 등지의 많은 서점과 도서관, 책공간을 견학한 경험, 이를 토대로 해서 괴산에서 새로운 책공간을 만들면서 겪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어린이와 책공간에 대한 생각들을 쌓아나가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이 수행해야 하는 본래 기능과 목적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어린이도서관의 다양한 기능 중에 ‘꿈과 상상을 열어주는 어린이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중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 위에 책을 보관하는 곳에서 유혹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출발이다.
첫째, 획일적이고 기능적인 공간 배치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 배치로
어린이도서관에 들어가 보면 가장 중요한 곳인 중앙에는 항상 책장이 늘어서 있다. 마치 도서관의 주인은 책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듯, 군사들이 사열하듯,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 맨 앞줄 첫 번째 칸에서부터 차례로 십진분류에 의해 책을 배가한다. 참으로 숨 막히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공간 배치는 전형적인 책의 보관과 관리에 중점을 둔 모습이다. 성인용 열람실을 그대로 어린이 열람실에 적용한 사례이다. 몇몇 도서관은 책장의 높이마저 높아 여기가 어린이 열람실이 맞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 어린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책장 사이를 탐험할 수 있고, 때로는 책장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하면서, 관심을 끄는 책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책을 펼쳐 들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배치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그에 맞는 다양한 가구 디자인과 설계가 필요한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 이 지점이다.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도서관이 똑같은 책장, 똑같은 책상, 똑같은 의자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어린이 가구, 특히 도서관 가구의 역사라고 해야 할까, 경험이라고 해야 할까 구력이 짧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어린이 가구는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월등히 발전하고 있는데 도서관 가구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책장과 책상 디자인이 도입되었으면 한다.
둘째, 공간의 컬러 디자인이 중요하다
전국 어린이도서관과 열람실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색이 녹색과 노란색이다. 약속이나 한 듯 거의 모든 도서관에서 이 두 가지 색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도서관에서도 주조 색을 초록과 주황으로 했었다. 따뜻해 보이기 때문이다. 초록과 노랑은 또한 어린이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두 색에 많은 도서관들이 빨강과 파랑색을 더하고 있다. 너무 많은 색을 사용할 때의 문제점은 보기에 현란하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주조 색을 결정하면 3가지 이상 색이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색상의 채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거의 원색에 가깝다. 어린이도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이어야 하지만 막상 책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원색의 향연으로 분위기가 들뜬다. 어린이도서관을 책 ‘놀이터’라고 표현하지만 그 말을 단어 그대로 ‘놀이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책을 놀이처럼 즐겁게 읽고, 학습처럼 엄숙하기보다 오락처럼, 취미처럼 가볍게 친구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뜻인 것이다. 원색의 톤은 눈의 피로를 가중시켜 책을 보는데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내 경험으로 책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색은 검은색과 노란색이다. 두 색의 배경에 책을 놓으면 책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책을 돋보이게 해준다. 하지만 어린이도서관에서 주된 색을 고르는 데는 전문가의 조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린이 도서관 전체의 색상 이미지를 결정하고 OO 도서관 하면 머릿속에 이미지로 한눈에 그려지는 상징적 아이콘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도서관의 컬러와 공간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공간 환경이 무의식적으로 창의적 감각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좋은 디자인과 컬러 배색에 대해 백 번 배우는 것보다 디자인과 컬러 감각이 뛰어난 환경에서 한 번 생활해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셋째, 자연을 도서관에 들이자
우리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자연을 모르고 자라난다는 점이다. 어린이들 대부분은 도시에 살고, 도시 속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는 생활의 편리성을 주지만 아이들이 자연을 체험하기에 한계가 있다. 자연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자연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자연 속 생명이 있는 모든 생물체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세상의 온갖 먹거리와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세상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다. 어린이들이 평생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삶의 방향타 역할을 함은 물론이다.
괴산에서 작은 책공간을 운영하며 이곳을 방문한 도시 어린이들을 보면서 나는 자연을 도서관에 들이는 일이야말로 어린이 책공간 구성의 제1 원칙으로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키조 그림책 마을을 일구고 운영하는 촌장 쿠로키 상은 책보다 더 중요한 건 자연이라는 말로 나를 압도했다. 그렇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 이유는 인간이 전 우주적 존재이며, 자연의 일부분, 즉 우리가 유일한 하나가 아니라 모두 중 하나라는 점을 일깨우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으로서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그러므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함에 책을 읽는 것인데 이러한 존재증명의 근원이 바로 자연 아닌가? 이것을 잊고 있기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상실되고 오늘날 인간이 무너져가는 것이다. 책을 읽기 위해 존재하는 도서관이 자연을 이야기하는 건 근본적인 지침일지 모른다.
햇빛이 드는 창가에 자연과 동물, 환경 코너를 만들어 관련된 책을 배가하고, 다양한 식물이 담겨 있는 화분을 놓아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한 알의 씨앗을 심어 이것이 열매를 맺기까지 지켜보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학교에서 하면 힘든 학습의 한 과정일 뿐이지만 도서관에서 한다면 도서관에 오고 싶은 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여건이 된다면 개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함께 키우면 금상첨화이다. 과거 순천 기적의도서관에서 실시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개에게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기억한다. 바람직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괴산에서도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데 이름이 나비다. 이 고양이는 책을 베고 자거나 책장 속 작은 공간을 찾아서 잠을 잔다. 그 모습이 귀여워 SNS에 올렸더니 아이들이 와서 나비만 찾는다. 나비는 손님과 주인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과 미국의 많은 서점에서는 꼭 고양이를 키운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국내에서 한번 시도해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넷째, 책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비밀의 공간이 있다면
어린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 읽는 모습을 보면 매우 불규칙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서서도 보고, 앉아서도 보고, 걸터앉아서 보고, 뒹굴면서 보고, 비비 몸을 꼬면서 보는 등 매우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공개된 장소보다는 혼자서 책을 볼 수 있는 숨어들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도서관에는 다락방, 코쿤cocoon 형태의 은밀한 공간을 많이 만들고 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들에게는 힘이 드는 형태다. 구석구석 숨어 들어간 이용자들이 간식을 먹거나, 휴지를 버리거나, 책을 함부로 다루곤 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또 너무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를 만들었을 경우의 안전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하면서도, 어린이들에게 친밀감을 줄 수 있는 비밀의 공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또 성인 열람석처럼 정형화된 책상과 의자보다는 도서관 곳곳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아이들이 혼자, 혹은 친구와 함께 오순도순 책 볼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 아울러 어린이 체형에 알맞은 소파의 설치를 권한다. 소파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자리다. 우리 도서관에서도 아이들은 뒹굴거리길 좋아할 거란 생각에 좌식으로 하고 소파는 어른들을 위해서만 두었더니 아이들이 소파를 차지하려고 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소파를 많이 설치하고 있지만 성인용 소파를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를 위한 작은 소파들이 서가 곳곳에 놓여 있으면 좋겠다.
다섯째, 집중도를 높여주고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조명 디자인
조명은 우리 어린이도서관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어린이도서관의 일반적 조명은 천장조명이다. 천장에서 도서관 전체를 밝게 해 주는 방식인데 일부 공간에는 부분 조명을 도입했으면 좋겠다.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건 자연채광이고 그래서 도서관 설계 때 창을 크게 내고 햇빛을 받는 설계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가 좌석을 제외하고는 서가들로 가려진 공간 구석구석에 부분 조명이 필요하다. 이때 스탠드를 활용한 안정감 있는 조명은 독서 몰입감을 높여준다. 유럽 도서관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책상 위 스탠드 설치다. 서가 구석구석 혼자 책을 펴들고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에 편안한 소파와 따뜻한 스탠드가 설치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조명 전문가는 아니지만 책을 읽기 가장 편안하고 가독률이 높았던 자세는 책상 위 작은 스탠드를 켜고 노란 불빛 아래 책을 읽었을 때다.
책이 말을 걸고 유혹해오는 도서관은 어떻게 만들어가나?
어린이들은 성인과 달리 저자 및 도서명을 알고 도서관에 오는 경우가 드물다. 놀러 오듯 오는 어린이들이 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주제별 · 장르별로 아기자기한 책코너를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 코너별로 이름을 붙이고 예쁜 모양으로 서가를 구성한다. 책 표지가 보이는 책장을 전면에 배치하여 관련 작가들의 사진과 캐릭터, 기사와 이야기를 함께 전시한다. 고른 책을 들고 나가 책상에 앉아 보는 게 아니라 책장 바로 앞에 누워서, 앉아서, 혹은 뒹굴면서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공간까지 있다면 더 좋겠다. 각 구역은 들어가는 곳과 나가는 곳을 만들고, 다른 구역으로의 이동 역시 감안하여 편리한 동선을 만들면 좋겠다.
많은 어린이도서관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도서 진열방식 중에서 서점식 진열을 추천하고 싶다. 도서관의 배가는 자료의 효율적인 배치와 기능을 중시하는 방식이다. 일하는 이에겐 능률적인 방식이지만 이용자에겐 불편한 방식이다. 서점의 배가는 이와 반대로 한 권의 책이라도 더 독자들 눈에 띄어 많이 팔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방식이다. 후자의 방식이 훨씬 접근성이 좋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본의 서점에서 가장 잘 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지난번 가고시마 현鹿兒島 쿠리노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이런 방식의 혁신적인 운영을 하고 있어서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사서들이 엄청나게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절마다, 절기마다,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고 주제를 선정해 코너에 변화를 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표지가 보이는 배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어린이도서관에서 가장 등한시하는 요소이다. 책 표지는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어린이를 유혹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도서관들이 개관 초기에는 표지가 보이는 배가를 하다가, 장서가 차츰 증가하면서 어느 순간 포기하고 만다. 개관한 지 10여 년이 된 도서관에 가 보면 모든 책장에는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책만 빽빽하게 꽂혀 있는 것을 본다. 매해 전국적으로 많은 도서관이 설립되고 요즘은 곳곳에 작은도서관들도 문을 열고 있다. 도서관들끼리 기능을 배분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표 도서관이 장서 보관의 기능을 한다면, 어린이도서관은 장서 보유를 목표로 하지 않는 대신 한 권의 책이라도 어린이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를 하는 것이 어떨까? 상호대차 서비스도 확대되는 추세이므로 이 문제는 과감하게 해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기 위한 곳인가, 책을 읽기 위한 곳인가? 움베르토 에코의 질문은 모든 도서관 인들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표지가 보이는 배가 방식은 책장의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게다가 자주 교체해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서들의 일거리도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일하는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책의 표지가 보이게 하고 사서가 애정으로 가꾸는 코너의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