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도서관 역사가인 James Thompson는 그의 저서에서 세계도서관사의 통찰을 통해 17개 항에 이르는 도서관의 역사원리를 도출하였는데, 17개의 원리 중 제1원리가 ‘도서관은 사회가 창조한다.’이며, 제2원리는 ‘도서관은 사회가 보존한다.’입니다.
2003년 ‘기적의 도서관’은 꼭 그렇게 ‘우리 사회’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지역사회가 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유치운동을 벌이고, 온 나라 사람들이 모아준 귀중한 시민성금, 시민사회단체들과 민간영역이 기부한 각종의 자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이 낸 분담금으로 도서관이 지어지고, 그 안에서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도서관 문화 창출의 방법을 제안하고 실천해왔습니다. 한 살 아기 때부터 책과 친해지고 도서관과 친숙해질 기회를 갖도록 기적의도서관 중심의 북스타트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도서관에서의 서비스 대상을 영아로까지 확대하게 되는 가능성을 열었으며, 부모교육 및 품앗이 공동육아동아리 활성화를 통해 지역이 함께 육아의 책임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함으로써 도서관이 육아기술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구의 하나로 인식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도서관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책임 부분에 민의 참여를 이끌어낸 민관협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아내고자 지역민을 대상으로 도서관ㆍ어린이ㆍ어린이 책에 대한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도서관 자원활동가’라는 전문 봉사의 모형 설계하였으며, 그들과 함께 도서관의 비전을 꿈꾸고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껏 없었던 도서관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기적의도서관’ 건립 이후 우리 사회의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점점 높아졌습니다.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확산되면서 각 지자체들은 서로 앞 다투어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하게 되었고, 그 결과 2003년 당시 2개 관(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노원어린이도서관)이던 어린이도서관이 2006년 35개 관, 2007년 38개 관, 2008년 46개 관, 2009년 62개 관, 2010년 71개 관, 2012년 78개 관으로 그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운영 및 서비스 내용과 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지만, 기적의도서관은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 어린이 독서문화, 어린이 책 문화, 지역사회 문화, 지방자치단체의 도서관 및 독서 진흥 정책 등 여러 부분에 영향을 끼치며 우리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3년은 ‘기적의 도서관’이 문을 연지 꼭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기적의 도서관’ 안에서 함께 성장해 온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기도 하고, 대학생이 되기도 하고, 고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초등학생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들에게 ‘기적의 도서관’은 어떤 곳이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기적의 도서관’은 어떻게 성장해가야 할 것인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도서관에서의 새로운 공간 모델의 제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새로운 도서관 문화의 창출’, ‘민ㆍ관 협력의 새로운 도서관 운영방식 제안’ 등의 메시지와 ‘어린이책’에 대한 각각의 주제발표가 있습니다. 어느 하나도 따로 이야기될 수 없는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주제들이지만, 지금은 ‘기적의 도서관’과 함께 10년의 역사를 걸어온 허순영 관장님의 발표에 덧붙여 초기 ‘기적의 도서관’ 건립과 더불어 제안되고, 오늘까지 운영되어 온 ‘기적의 도서관’ 어린이 프로그램 운영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 안에 담겨졌던 의미와 새로운 도서관 문화의 창출이라는 끝나지 않은 숙제에 관련된 이야기를 더하고자 합니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그램의 역사
의의
기적의도서관은 어린이 전용 도서관입니다. 어린이 도서관의 주인은 어린이입니다. 어린이들이 책과 접하고 책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활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어떤 공간을 좋아하고, 어떤 책을 좋아하며,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가장 먼저 어린이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어린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그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때 비로소 어린이들에게 도서관이 매혹의 장소가 될 것이며, 그곳에서 책 읽기를 통해 책과 친숙해지며 즐거운 상상과 창조를 꿈꾸게 됩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서비스는 생소한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검토된 사항들을 들여다보면 결국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에게 맞는 책읽기 방법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책을 좋아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였다고 생각됩니다. ‘기적의 도서관’ 초창기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왜 그렇게 잡다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합니까?, 도서관이 책 읽는 곳이지 문화센터입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신나는 놀이터처럼 어린이들이 언제든지 ‘가고 싶은 도서관’이 되어 주기 위해서는 어린이들만의 책 읽기 방식으로 특별한 즐거움이 담겨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어린이 도서관은 공간으로의 매력뿐만 아니라 일반 공공도서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운영 프로그램들-책읽기는 물론 이야기 들려주기, 노래, 춤, 그림, 영상, 공작, 낭송, 연극 등 많은 활동들을 책읽기와 연결하여 진행되는-을 가져야 하고 이 도서관의 주인인 어린이들을 위한 정성 어린 서비스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기적의 도서관’을 가장 참다운 의미에서 ‘기적’의 도서관이게 하는 것은 바로 ‘기적의도서관’ 건립취지와 의의를 어린이도서관 프로그램에 담아냄으로써 어린이들이 즐겁게 독서하고 독서를 통한 최선의 창조적 성장환경으로 ‘살아있는 도서관’, ‘재미가 넘치는 도서관’을 경험하게 하였으며, 이곳에서 이루어진 최선의 어린이 서비스 제공이 기회의 사회적 평등을 확대하는데 기반이 되어 새로운 모형의 어린이 도서관 문화를 창출하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지속해 온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내용
‘기적의 도서관’에는 어린이와 어른들을 위한 -아가들을 위한 이야기, 박자노래, 소리의 시간, -유아들을 위한 이야기 들려주기와 책 읽어주기 -어린이 독서지도, 독서교실, 독서 안내 프로그램 -책을 못 읽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 지도 프로그램 - 학교 공부와 책읽기의 연결 -어린이 세미나 : 책 읽고 토론하기 -견학, 탐방, 관찰, 책 여행 프로그램들 -낭독과 낭독연행 -찾아가는 이동도서관 활동 프로그램 -어린이 사서와 기자활동 -책읽기, 그림그리기, 영상 만들기 등의 다매체 통합 프로그램 -젊은 주부를 위한 육아 돕기 프로그램 -자연관찰, 과학, 발견 등의 전시 활동 -도서관에서의 별밤지기 -글쓰기, 책 만들기 프로그램 -도서관에서 하룻밤 보내기 : 한 여름 밤의 무서운 이야기 -시가 있는 작은 음악회 등 흥미진진한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이 중 책 읽어주기는 전통적인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독서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태아 때부터 어머니의 뱃속과 무릎에서 듣던 책 읽어주는 소리는 책에 대한 흥미, 상상력, 정서적 안정, 가족 간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어휘력, 이해력 향상은 물론 읽어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의 소통을 통한 교류로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음은 여러 연구 및 실제 현장에서의 프로그램 운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문화예술과 결합한 독서체험은 책읽기가 서툰 어린 독자에게는 책 가까이로 이끌고, 더 나아가 책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하는 매개가 될 것입니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기적의 도서관’이 담아내고자 하는 운영원칙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ㆍ한 살부터 도서관으로 : 아가들을 위한 이야기ㆍ박자노래ㆍ소리의 시간
ㆍ살아있는 도서관 : 이야기 들려주기와 책 읽어주기, 어린이 독서지도, 독서교실, 독서 안내 프로그램, 어린이 세미나 : 책 읽고 토론하기, 견학ㆍ탐방ㆍ 관찰ㆍ책 여행 프로그램들, 낭독과 낭독연행, 찾아가는 이동도서관 활동 프로그램, 어린이 사서와 기자활동, 책읽기ㆍ그림그리기ㆍ영상 만들기 등의 다매체 통합 프로그램, 자연관찰ㆍ과학ㆍ발견 등의 전시 활동, 도서관에서의 별밤지기, 글쓰기ㆍ책만들기 프로그램, 도서관에서 하룻밤 보내기 : 한여름밤의 무서운 이야기, 시가 있는 작은 음악회 등
ㆍ육아의 비용과 책임 분담 : 젊은 주부를 위한 육아 돕기 프로그램
ㆍ가정-학교-도서관의 연결 : 책을 못 읽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 지도 프로그램, 학교 공부와 책읽기의 연결
초기 ‘기적의 도서관’이 구현하고자 했던 도서관 운영프로그램은 이렇게 책읽기를 비롯해서 이야기 들려주기, 노래, 춤, 그림, 영상, 공작, 낭송, 연극, 디지털 문화 활동, 탐방, 놀이 등 온갖 종류의 창조적 프로그램들과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의 길을 터주고 가정과 도서관을 이어주기 위한 프로그램, 자녀 양육의 책임과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해주기 위한 ‘북스타트’ 프로그램들로, 현재는 ‘기적의 도서관’뿐만 아니라 전국의 어린이도서관, 그리고 공공도서관 어린이자료실의 프로그램 운영 모델이 되어 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 운영 어린이 도서관 프로그램 10년의 성과
도서관과 어린이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다.
놀이와 체험 중심의 ‘기적의 도서관’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게 도서관과 더욱 친숙해지는 기회를 제공하며, 기존의 도서관이 가지고 있던 공부방의 이미지를 탈피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살아있는 도서관, 재미가 넘치는 도서관’ 으로 인식을 변화시켰습니다. 또한, 어른들에게 ‘어린이는 가르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며 찾아내는 것을 통해 배워간다.’는 어린이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는 출발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다.
1살 때부터 아가들은 엄마와 함께 북스타트를 통해 기적의도서관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기존의 도서관 서비스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영유아를 포함한 어린이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면서 도서관 서비스 확대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도서관 어린이서비스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다.
기적의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 서비스의 확대는 사회적으로 어린이 도서관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향상시켰으며, 이러한 기대감은 ‘기적의 도서관’이 속해있는 지역의 도서관 뿐 아니라 전국 어린이도서관 및 공공도서관으로 확산되어, 도서관에서의 어린이 서비스 내용과 운영방식의 중요성에 눈 뜨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어린이 사서에 대한 인식이 부각되다.
2004. 4. 어린이청소년도서관TF가 구성되고 2006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개관하였습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도서관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이 꿈과 상상력, 미래를 향한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어린이 도서관 관련 업무자와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유용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는 사회가 도서관에서의 어린이 청소년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함과 더불어 질 높은 서비스를 위해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나아가 ‘어린이 사서’로서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및 어린이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중요한 변화를 맞았습니다.
지역사회의 문화를 바꾸다.
‘기적의 도서관’은 또 하나의 운영 주체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도서관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도서관 자원활동가라는 전문 봉사 영역을 만들어내고, 이는 도서관에 대한 시민 의식 향상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또한, 평생교육 장으로서의 도서관 교육을 통해 지역민들은 각자의 재능을 계발하고, 전문성을 향상하는 긍정적 경험을 거치며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책 읽는 가족”문화와 “책 읽는 교실” 문화를 만들어내며 지역의 독서문화 환경을 변화시키는 지역 문화 공동체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 운영 어린이 도서관 프로그램 10년, 남아있는 과제
물론 ‘기적의 도서관’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위와 같은 긍정적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허순영 관장님의 발표와 같이 또 다른 위기요소들의 출현에 따라 새롭게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기적의 도서관’ 건립 초기 새로운 도서관 문화 창출이라는 가치 아래 도서관 운영 프로그램에 담아내고자 했던 건립 정신과 취지를 그대로 구현해내고 있는지 각 관의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재정립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위기요소에 대하여
허순영 관장님이 제시한 다양한 외부 위기요소 중 어린이를 둘러싼 위기 요소는 지난 정부 5년간의 일제고사 부활, 학교 방과 후 수업 확대, 주 5일제로 인한 평일 수업 시간의 증가에 따른 하교시간의 늦어짐 등 어린이의 일상의 변화로 인해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스마트폰 사용 등 변화된 미디어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 폭발에 반해 인쇄매체인 ‘책’에 대한 관심 저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변화는 어느 한 도서관, 기적의도서관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전 세계적인 변화입니다. 따라서 어느 한 도서관, 어느 한 지역에서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어지기는 어려운 사회적 문제라고 판단되어집니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으며, 위기의 순간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위한 위기탈출을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꿈꾸어야 할 때입니다.
도서관은 학습공간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유지해 온 ‘기적의 도서관’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다시 오고 싶은 도서관으로, 기적의도서관이 담아내어야 할 가치는 ‘책의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였다고 해서 ‘기적의 도서관’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버릴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금이 ‘기적의 도서관’으로서 가치와 역할을 더 공고히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적의 도서관’ 초기 어린이 서비스의 창출과 확산이라는 책임아래 ‘빠르게, 바쁘게’ 달려왔던 걸음의 속도를 줄이고, 현재 이곳에 있는 어린이들을 돌아보며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조금 ‘느리게, 천천히’ 어린이들을 둘러싼 위기의 요소들을 극복하고 함께 동행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 방법은 또 다른 프로그램의 기획이 될 수도 있고, 도서관의 운영방법의 변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이러한 방법을 실천해내는 도서관이나 지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 도서관 서비스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기적의 도서관’이 건립ㆍ유지되며, 전국의 어린이 도서관 문화가 확산되고 발전해 온 것처럼 한 도서관, 한 지역의 노력이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각 지역마다 위에서 제시된 위기요소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공유와 지속적인 소통을 이루어냄으로써 어린이도서관문화 정착을 위한 책임을 더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적의 도서관’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성찰과 점검에 대하여
기적의도서관이 건립되고 운영되어 온 지 10년, 그동안 우리 사회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린이 도서관의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와 그에 따른 지역별, 관종별, 대상별 프로그램 내용의 다양화가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다양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어쩌면 중요한 생각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라는 우리나라 옛 속담이 있습니다. 지금이 우리가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 혹시 어린이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 운영의 필요성보다 ‘기적의 도서관’이기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은가.
‘누구에 의해,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지?’ ─ 혹시 모든 프로그램을 외부강사에 의해 기획ㆍ운영하며, 프로그램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은가.
‘무슨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지?’ ─ 혹시 책으로의 연계를 위한 매개로서의 프로그램을 통해 책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나아가 다양한 생각도구를 활용하여 표현 욕구를 자극하고, 창작의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성장환경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 어린이 발달단계에 맞추어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가. 어린이들의 독서 수준에 따라 책읽기 흥미 불러일으키기, 폭넓은 책읽기로 안내하는 충분한 자료의 제공, 책읽기와 연결된 문화 창작 활동으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가.
‘모든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인지?’ ─ 불우한 조건과 차별, 기회의 박탈, 무관심 등으로 소외되고 뒤처지는 어린이는 없어야 한다는 ‘기적의 도서관’이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모든 어린이들이 맘대로 책 읽고 꿈 꿀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는가. 혹시 또 다른 차별이나 무관심 등으로 소외 되는 어린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책읽기로 유도하는 뿐만 아니라 문화 향유와 문화 창출의 감각을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독서 및 문화향유, 문화 창출이라는 성장 환경을 키워줄 수 있는 일꾼의 양성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인지? 등등.
다시 시작되는 10년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환경과 프로그램 점검의 문제는 어린이를 중심에 두고 기획된 ‘기적의 도서관’ 초기 제시되었던 프로그램 내에 답이 있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기적의 도서관’ 운영 프로그램에 담아내고자 했던 가치의 점검으로부터 ‘위기의 요소’들을 극복해나가는 출발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집니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해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을 실제로 운영해 본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 어린이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독서지도를 담당할 수 있는 사서들, 어린이를 위한 공공의 봉사정신을 갖춘 사람들 등등의 인력을 좁게는 지역 내 넓게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내어 적정의 역할자리에 초빙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개방적인 전문 인력 확보와 직원 및 자원활동가 재교육의 정례화와 내실화 등 전문성 향상 및 확보를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기적의도서관에서의 자원활동가는 단순한 업무 협력자가 아니라 교육을 통한 지역민의 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폭넓게는 운영의 한 축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기반을 제공하는 긍정적 측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제천기적의도서관에서의 북스타트 자원활동가 양성과정을 들여다보면, 북스타트 꾸러미를 받은 부모가 부모교육을 통해 도서관과 친구가 되고, 북스타트 공동육아동아리 활동을 거치며 북스타트와 도서관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를 인식하게 되며, 다시 자신이 받은 혜택을 타인과 나누기 위한 실천으로 자원활동가의 역할을 담당하는 선순환의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시민의식 향상은 지역사회의 변화에 초석이 되며 더 나은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내는 기초가 되어줄 것입니다. 현재 기적의도서관들이 당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로 ‘기적의 도서관’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의 회귀가 있습니다. 기적의도서관에서 독서와 도서관의 특별함을 경험한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지원해 줄 또 다른 ‘기적의 도서관’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꼭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역 내 도서관과의 연계, 기적의 도서관 내에서의 또 다른 서비스의 확대, 다양한 측면에서의 고민이 가능합니다. 제천기적의도서관은 이 고민을 지역과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더불어 ‘기적의 도서관’의 설립주최인 (재)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현재 운영 중인 전국 11개 관으로 구성되어진 ‘기적의도서관 협의회’-‘기적의 도서관’이 지향하는 높은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고, 그 사회적 의의를 구현하기 위한 지역의 약속이며, 나눔이자, 새로운 가치와 비전 제시를 위한 협의체- 차원에서의 공동 문제 인식과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함께 해 나감으로써 ‘기적의 도서관’의 사회적 책임을 재인식해야 합니다.
마치며
도서관 사서이면서, 인도의 도서관학자인 랑가나단의 도서관 5법칙 중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라는 말을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성장하는 유기체가 담고 있는 역동성, 변화의 수용을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적의 도서관’에서 10년 이 곳에서 꿈을 꾸고, 그 꿈을 찾아가는 어린이들을 마주하면서, 설사 그들이 꿈을 다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미 자신의 삶에 대한 비전을 담아내고 있다고 믿으며 그들과 함께 저 스스로의 성장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지을 수 있고 아무나 장악해도 되는 그런 시설이 아닙니다. ‘기적의 도서관’은 어른 사회의 이권집단들이 달려들어 자리다툼이나 벌이고 이런저런 이해관계들이 얽혀 갈등을 일으키고, 상업주의가 분별없이 기회를 엿보아도 되는 그런 누추의 장소가 아닙니다. 지역사회의 책임 있는 인사들은 ‘기적의 도서관’이 왜 건립되는가를 알아야 하며 그 취지와 정신 앞에서 훨씬 경건해져야 합니다. 전국의 시민들이 모아준 성금과 자원은 ‘기적의 도서관’이 실현하고자 하는 정신에 대한 고귀한, 그러므로 아무도 함부로 훼손할 수 없는 시민적 지지의 표현입니다.
허순영 관장님이 말씀하신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을 위해, 지역의 공동체 문화에 헌신하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의 ‘연어의 길’에 공감합니다. 이곳에서 우리들이 마주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함께 우리 모두의 꿈이 함께 담겨져 있는 ‘기적의 도서관’에서 모두가 함께 새로운 기적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이곳에 모인 우리 모두가 함께 그 길을 열어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