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나라만들기국민연대회의’ 출범과 그 목표
한 사회의 지적 역량 수준은 그 사회의 발전에 결정적입니다. 인류의 문명사는 바로 이러한 역량을 진화시켜온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식 기반 구축은 모든 문명 주체들이 진력해온 일입니다.
세계사적 가치를 지닌 고대 문명은 물론이고, 인문주의를 꽃피운 르네상스와 유럽 근대학문의 발전, 그리고 미국과 최근 중국의 위력, 그 내면에는 지식 커뮤니티의 종합적 성장과 지식 인프라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인프라의 중심에는 책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책을 기획하고, 제작·유통하며, 학습·보존하고, 그에 기초하여 또 다른 지식체계를 창출하는 일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지식 커뮤니티 전반의 역할이고 책임이었습니다. 이것은 그 사회의 공공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식 습득과 이를 심화 발전시키는 일은 그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입니다. 기본권은 시장의 논리에 좌우될 수 없습니다. 시장의 힘에만 의존하는 지식 창출의 구조로는 그 사회가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지식을 생성하거나 확산시킬 수 없습니다. 진지한 출판기획, 깊이 있는 지식 체계의 구성은 눈앞의 이윤 획득과 직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식 창출의 구조가 시장에 좌지우지된다면, 탁월한 저술가를 길러 내는 일도 힘들어지고 수준 높은 독서공동체도 출현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지식 커뮤니티 전반의 위기를 가져오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는 교육과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쳐, 국가의 미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한국은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식 생태계는 파괴되고 있으며, 깊이 있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출판은 퇴장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학술, 교육, 저술, 출판, 서점 유통, 어떤 한 분야의 해법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의 유기적인 해법이 요구됩니다.
더군다나 오늘날 우리의 지식은 융합적 방식이 아니고서는 새로운 창출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지식 커뮤니티가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지식 창출의 융합적 기초는 그 존립조차 위협받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이 문제들을 국가적 역량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절실함이 생겨난 것입니다.
한국의 지식 커뮤니티 각 분야는 지난 시기, 개별적인 단위에서 이러한 위기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국가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식 커뮤니티 전체의 유기적 연대와 문제 제기, 그리고 정책 제안을 통해서만이 이 위기를 일차적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인식에 이르렀습니다.
‘책읽는나라만들기국민연대회의’는 이런 점에서 비상대책위와 같은 성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당장의 현안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적 모델을 위한 지식 커뮤니티의 기본역할을 정비하고, 이것이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이도록 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 지식 생태계 전반의 성장과 발전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를 제대로 만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첫 발자국을 떼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출발점이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위기를 통해 도리어 도약의 지혜를 얻으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품격 있는 발전과 성숙에 기여한다고 믿습니다.
실로, 경제성장을 넘어서는 ‘위대한 도약’이 이로써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식 창출의 새로운 단계로 우리는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 ‘책읽는나라만들기국민연대회의’는 이러한 목표를 향해 모두 손을 잡고 헌신적인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13일
책읽는나라만들기국민연대회의
대표 김민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