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일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 시작하는 글
정부가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인사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하여 관리하면서 정부정책에 반대하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1)를 작성하여 이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에서 고의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특검)2)의 주요 수사대상이 되었다. 특검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는 청와대가 주도하여 작성되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관리와 집행을 맡았다고 알려졌는데 최고정점에는 대통령이 있고, 특검의 공소장에도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공범으로 적시되었다. 애초에 블랙리스트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사유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법위반의 정도에서 보면 어떤 탄핵소추사유보다 중대하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 되고 있어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을 탄핵결정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검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당시 정무수석비서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장관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였다.3)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발하여 문화예술인들은 몇 달 동안이나 광화문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이어가면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헌법은 ① 검열받지 않을 권리, ② 감시받지 않을 권리, ③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블랙리스트는 검열이고, 사찰이고, 차별에 해당하기 때문에 각각의 쟁점에 대한 헌법적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
II. 블랙리스트와 검열
1. 표현의 자유와 검열금지원칙
헌법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헌법 제22조 제1항) 표현(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와 함께 규정된 ‘검열금지원칙’(헌법 제21조 제2항)은 예술의 자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술의 자유는 예술적 창작물을 외부에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하기 때문이다.4)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의사를 표현하거나 전파하는 매개체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그것은 “담화·연설·토론·연극·방송·음악·영화·가요 등과 문서·소설·시가·도화·사진·조각·서화 등 모든 형상의 의사표현 또는 의사전파의 매개체를 포함한다”고 설시함으로써5) 표현활동의 자유가 포함된 다른 정신적 자유권들을 표현의 자유 안에서 이해하려 한다. 표현의 자유는 모든 정신적 내면작용을 외부로 표출하는 행위를 포괄하기 때문에 표현활동과 관련된 일종의 ‘일반적 자유권’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일반적 기본권과 개별적 기본권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을 때 우선적으로 개별적 기본권을 적용해야 한다는 기본권경합의 법리에 따라6) 다양한 정신적 내면작용들 가운데 헌법이 개별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양심, 종교(신앙), 학문, 예술과 관련된 정신작용들이 문제된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개별적 자유권을 인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어쨌든 예술적 표현활동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표현활동과 관련된 자유에서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검열은7) 표현물이 표현되기 전에, 즉 사전에 그 내용을 심사하여 표현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을 선별한 뒤 표현될 수 없는 표현물의 표현을 금지하는 사전검열을 내용으로 한다.8) 사전검열의 주체는 주로 국가인데9)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사전검열금지를 위반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위헌으로 선언해왔다. 대표적으로 영화ㆍ음반ㆍ비디오 등에 대한 사전심의제도,10) 영상물등급보류제도11) 등을 들 수 있다.
헌법이 사전검열을 금지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chilling effect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헌법재판소는 표현활동에 대한 사전검열이 예술의 자유에 미치는 해악을 이렇게 표현한다. “언론.출판에 대하여 사전검열이 허용될 경우에는 국민의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여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함으로써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이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12) 사전검열은 표현주체의 창의적인 예술적 상상력을 심각하게 위축시켜 예술가의 자율성과 예술적 다양성을 침해하고, 권력자가 원하거나 심지어 지시하는 내용의 표현물만을 생산해냄으로써 예술가를 인격체가 아니라 공장의 기계와 같은 존재로 전락시킨다. 또한 사전검열은 표현이 금지된 내용을 미리 설정함으로써 그 자체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만 사전검열을 의식한 표현주체들이 사전검열을 의식하면서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사전검열이 미치는 위축효과는 예술적 창작물뿐만 아니라 다른 정신적 활동의 결과물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정신적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에 대해서도 사전검열은 해악이 될 수 있다.13) 따라서 양심, 종교, 사상, 학문과 관련된 정신적 활동에서도 사전검열은 논리필연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물론 헌법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헌법 제23조 제4항). 하지만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표현의 금지는 사전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사전검열의 방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표현물이 실제로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대해 끼치는 해악의 결과를 제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표현물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대해 끼치는 해악은 추상적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이어야 하고, 표현물과 해악 사이에는 명백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주지하듯이 미국 연방대법원도 ‘명백하고 현존하는clear and present 해악’의 원칙을 고안해서 표현물의 규제를 엄격하게 제한해오고 있다.14) 헌법재판소도 ‘음란한’15) 표현물을 규제하는 입법의 위헌성을 심사하면서 헌법이 명시한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16) 하지만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언론·출판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대립되는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하여 그 표현의 해악이 해소될 수 없을 때에만 비로소 국가의 개입은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출판의 영역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은 원칙적으로 2차적인 것이다.”17)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해악을 끼치는 표현물이더라도 국가의 개입은 보충적이고 최후적인 것이라는 뜻이다. 이른바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다양한 표현물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논쟁과 토론을 통해 스스로 정화되어야 하고, 이러한 자율적 정화작용이 작동할 수 없을 때 비로소 국가의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렇지만 검열의 형식으로 혹은 실질적 검열에 해당하는 국가의 개입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
2. 사인에 의한 검열과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
최근에는 국가에 의한 검열뿐만 아니라 국가가 아닌 사인, 특히 단체에 의한 검열이 문제되고 있다. 예컨대 특정한 영화제를 주도하는 단체가 특정 영화의 상영을 금지하는 것이다.18) 헌법은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규율할 뿐만 아니라 국민 상호간의 관계도 규율하기 때문에 국가가 아닌 사인에 의한 검열도 입법에 의해 금지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은 국가를 상대로 주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인 제3자에 대해서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에 관한 법리에 따르면19) 국가는 국민이 제3자인 다른 국민으로부터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은 국가를 수범자로 하는 객관적 원칙이면서 동시에 국민이 국가에 대해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재구성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은 국민이 국가에 대해서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성격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국민은 국가에 대해서 사전검열의 부작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사전검열을 받지 않을 권리’를 향유하고, 이에 따라 국가는 국민에 대한 사전검열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처럼 사전검열을 받지 않을 권리는 국가뿐만 아니라 사인인 제3자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있으므로 국가는 사인인 제3차가 국민에게 보장된 사전검열을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도 부담한다고 보인다. 국가의 보호의무는 제3자의 기본권침해를 금지하고, 이러한 금지의무를 위반한 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입법의 형식으로 실현된다.20) 헌법재판소도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보호의무는 궁극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입법자의 입법행위를 매개로 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기본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헌법상 광범위한 방어적 기능을 갖게 되는 기본권의 소극적 방어권으로서의 측면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21)
국가가 이러한 기본권보호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는 이른바 ‘과소금지원칙’에 따라 판단된다.22) 이러한 과소금지원칙에 따르면23) 기본권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거나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불충분한 입법적 조치를 취하는 데 그쳤다면 기본권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 이러한 판단기준을 사인에 의한 사전검열에 적용했을 때 국가가 사인에 의한 사전검열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를 전혀 취하고 있지 않은 것은 기본권보호의무에 명백하게 위반한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사인에 의한 사전검열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입법자는 사인에 의한 사전검열이 표현의 자유, 특히 표현활동에서 검열을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행위이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법적 조치를 통해 분명하게 선언할 필요가 있다.
3. 간접적 · 사실적 검열
국가에 의한 검열은 직접적이고 제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의 명단을 작성하여 그들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배제하면 그들의 문화예술활동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24) 이제 문화예술은 창작 단계에서부터 전시 · 공연 단계까지 국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화예술영역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지원을 요구하는 문화국가적 과제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25) 특정한 문화예술인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의 배제는 문화예술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받기 위하여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내용의 표현물을 창작할 수밖에 없고, 정부가 주도하는 전시나 공연 행사에 창작물을 전시하거나 공연하려면 정부의 기획의도에 맞는 내용의 표현물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26) 이것은 교묘한 사전검열의 기제다. 헌법이 사전검열금지원칙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사전검열을 실행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국가는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방식으로 사전검열을 실행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수단으로 삼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부가 지향하는 정치적 노선과 배치되는 정치적 견해를 가지면 이러한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에 억지로라도 찬성하도록, 그리고 정부가 지향하는 정치적 노선과 일치되는 정치적 견해를 가지거나 적어도 그와 배치되는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유도하는 것이다.
Ⅲ. 블랙리스트와 사찰
1. 감시받지 않을 권리
게다가 블랙리스트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과 성향을 수집, 분석, 관리한 것으로 ‘민간인 사찰’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찰활동에는 국가정보원이 개입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27) 그동안 정부의 민간인사찰은 여러 차례 문제되었다.28) 법원도 이러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국가배상이 필요한 불법행위임을 확인하였다.29) 헌법은 명시적으로 ‘감시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거의 자유(헌법 제16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 통신의 비밀(헌법 제18조)을 보장함으로써 개인의 비밀영역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여 국민에게 국가의 감시를 받지 않을 권리(감시당하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음을 암묵적으로 선언하고 있다.30) 개인의 비밀영역은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정의될 수도 있지만 개인의 특정영역을 비빌영역으로 삼으려는 주체의 의지 유무에 따라 주관적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 감시받지 않을 권리는 바로 이러한 객관적 혹은 주관적 비밀영역에 대하여 본인의 동의 없이 접근하여 관찰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 침해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의 개념을 만들어 감시의 문제에 접근해왔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개인정보자기결정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해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로 정의된다.31) 여기서 문제가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私事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32) 헌법재판소33)에 따르면 이러한 개인정보에 대한 “조사ㆍ수집ㆍ보관ㆍ처리ㆍ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한다.34) 이처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서 핵심인 개인정보는 객관적으로 혹은 주관적으로 개인의 비밀영역에 속하는 대상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감시받지 않을 권리와 그 보호영역에서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이므로 개인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영역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개인정보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뿐만 아니라 사적인 사항에 한정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하여 개인의 공개하고 싶지 않은 비밀영역과 반드시 중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개인정보의 내용은 개인의 상태나 행동에 관한 정보인 반면에 감시받고 싶지 않은 대상은 바로 그 개인의 상태나 행동 그 자체라는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감시받지 않을 권리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동의의 범위를 벗어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소극적 권리의 측면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수집이나 이용에 동의한 자신의 개인정보에 접근하여 열람하고 개인정보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하거나 사용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의 측면도 포함한다.35) 반면에 감시받지 않을 권리는 개인이 감추고 싶거나 공개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상태나 행동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드러나거나 공개되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는 소극적 권리의 측면에 강조점이 놓인다. 이처럼 감시받을 않을 권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상당 부분 중첩될 수 있으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특히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은 본인의 동의 없이 혹은 본인의 동의를 벗어나 행해진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인 반면에 감시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제한은 본인의 동의 없이 개인의 상태나 행동에 대한 감시라는 점에서 양자는 구별의 필요성이 있다.
2. 범죄예방과 국가안보를 위한 감시의 한계
국가는 범죄예방이나 국가안보를 위하여 법률에 근거하여 감시의 권한을 예외적으로 부여받기도 한다.36) 하지만 이러한 권한은 범죄수사나 국가안보의 목적에 엄격하게 국한되어야 한다. 따라서 범죄인도 아니고 국가안보에 해악을 끼치지도 않는 민간인의 활동과 성향을 감시하는 것은 해당 국민을 범죄인이나 간첩으로 취급한다는 혐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의 대표적 사례인 신상공개제도는 범죄를 예방한다는 목적에서 범죄인의 신상을 등록하게 하고 공개하는 제도인데37) 이 제도는 범죄경력자에 대한 감시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의 감시권한은 오로지 범죄예방과 국가안보를 목적으로 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으므로 범죄혐의도 국가안보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도 없는 일반국민에 대한 감시는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가 범죄예방이나 국가안보를 위하여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해도 이러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하여 혹은 이러한 목적을 벗어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관리하고 활용한다면 이것은 감시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민간인사찰에 해당한다.
더욱이 민간인사찰은 법률적 근거 없이 자행되는 국가감시로 불법행위가 되어 반드시 형사적, 민사적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 형법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직권남용죄로 처벌한다(형법 제123조). 민간인사찰은 보통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민간인을 사찰함으로써 사찰당하는 민간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민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민법 제750조). 이에 따라 민간인사찰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사찰을 당하는 민간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이므로 민간인을 사찰한 공무원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만 한다. 이처럼 합법적 감시의 범위를 넘어서면 직권남용죄로 처벌받거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처럼 블랙리스트의 지시, 작성, 관리, 활용 등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여러 행위들도 민간인사찰에 해당하면 직권남용죄를 적용하여 처벌하거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여 그러한 행위들의 위법성과 불법성을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
Ⅳ. 블랙리스트와 차별
1. 평등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
헌법은 평등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적 권리들 가운데 하나로 열거하고 있다(헌법 제11조 제1항 및 제2항).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상대적 평등의 요청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동일한 대상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고, 본질적으로 상이한 대상을 차등적으로 대우해야 한다.’38) 따라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대상을 차등적으로 대우하거나 본질적으로 상이한 대상을 동등하게 대우하면 평등에 반하는 차별이 될 수 있다. 다만 본질적으로 동일한 대상을 차등적으로 대우하거나 본질적으로 상이한 대상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차별적 처우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정당화되면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평등에 위배되는 차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① 비교집단이 존재해야 하고(비교가 되는 대상집단 간에 비교가 가능해야 하고), ② 비교집단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존재 여부가 확인되어야 하며, ③ 비교집단에 대한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 근거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판단되어야 하는 등 3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두 번째 단계로서 비교집단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는 다시 ① 비교집단의 본질적 동일성 혹은 본질적 상이성에 대한 확인, ② 비교집단에 대한 차별적 처우, 즉 차등적 대우 혹은 동등한 대우의 확인, ③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대한 차등적 대우의 존재 혹은 본질적으로 상이한 비교집단에 대한 동등한 대우의 존재 확인이라는 3단계로 구분된다. 헌법재판소는 비교집단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는데 하나는 엄격한 심사척도로 ‘비례성원칙’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완화된 심사척도로 ‘자의금지원칙’이다.39)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엄격한 심사척도인 비례성원칙이 적용되려면 헌법이 직접적으로 평등을 명령하거나 차별을 금지하는 경우 또는 차별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중대한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고 한다.40)
2. 차별로서 블랙리스트
청와대는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교육계의 블랙리스트를 의미하는 ‘블루리스트’에 이어 문화예술계 안에 정부에 호의적인 인사들로 정부지원의 우선적 지원을 받는 명단인 ‘화이트리스트’까지 작성하여 관리, 집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모든 리스트들의 본질은 특정한 집단의 사람들과 또 다른 집단의 사람들을 구분하고 차별한다는 데 있다. 리스트라는 이름의 명단을 만들어 누군가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특혜를 주기 때문이다. 앞서 제시한 판단기준을 적용하면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의 집단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집단이 비교집단으로 존재하고, 두 집단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적 처우는 단지 정치적 의견(견해)이 다르다는 점에서 합리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평등에 위배되는 차별 혹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차별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두 집단에 대한 차별적 처우와 관련하여 단지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두 집단을 본질적으로 상이한 집단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한 쪽 집단을 재정지원에서 배제하거나 또 다른 한 쪽에 대해서만 재정지원을 몰아줌으로써 차등적으로 대우한 사실에서 명백한 차별적 처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종류의 리스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위축되게 마련인데 그러한 리스트들에 올라가지 않거나 혹은 올라가기 위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종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따돌림)와 다름없는 것으로 지독한 괴롭힘에도 해당한다. 중립적이어야 할 정부가 각종 리스트를 만들어 국민을 네 편과 내 편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구분하고 차별하였다면 이것보다 고약한 따돌림과 괴롭힘은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차별을 규율하는 수많은 국제규범에서 괴롭힘은 차별의 한 유형으로 규정되고 있다.
IV. 맺는 글
정부가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를 주도하여 만들고 관리했다면 이것은 헌법상 금지된 사전검열이며 민간인사찰일 뿐만 아니라 평등권 침해의 차별에 해당하는 ‘문화농단’이다.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는 ‘검열받지 않을 권리’와 ‘감시받지 않을 권리’ 및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여러 가지 헌법위반으로 탄핵소추가 되어 있는 지금, 대통령이 공범으로 개입되었다는 의심을 받는 이러한 헌법위반행위는 헌법질서의 회복을 위하여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다. 블랙리스트의 작성지시와 실제적인 작성과 관리 및 집행을 주도한 공무원들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화예술은 공동체의 정신이자 영혼이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교묘하게 문화예술에 대한 검열의 기제를 작동시키고, 문화예술인을 은밀하게 사찰하여 정치적 성향을 분류할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을 그들이 가진 정치적 견해에 따라 차별함으로써 공동체의 정신과 영혼을 파괴하고자 했던 행위를 규명하여 그 주도세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민주적 공동체의 헌법적 가치를 바로세우는 첫걸음이다.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정신세계를 검열하고 감시하며 차별하는 행위에 맞서 국민에게 부여된 역감시권을41) 활용하여 블랙리스트를 포함한 각종 리스트를 만든 국가의 반헌법적 행위에 대하여 저항하는 시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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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른바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정부의 시행령 폐기를 촉구한 문화예술인 594명,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적절한 대처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에 참가한 문학인 754명,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6,517명,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1,608명 등 총 9,473명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2) ‘최순실 게이트’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에 따른 수사대상은 15가지로 다음과 같다: 1.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청와대 관계인이 민간인 최순실(최서원)과 최순득·장시호 등 그의 친척이나 차은택·고영태 등 그와 친분이 있는 주변인 등[이하 “최순실(최서원) 등”이라 한다]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하거나 외교·안보상 국가기밀 등을 누설하였다는 의혹사건; 2. 최순실(최서원) 등이 대한민국 정부 상징 개편 등 정부의 주요 정책결정과 사업에 개입하고, 정부부처·공공기관 및 공기업·사기업의 인사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입하는 등 일련의 관련 의혹사건; 3. 최순실(최서원) 등,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인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설립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출연금과 기부금 출연을 강요하였다거나, 노동개혁법안 통과 또는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복권 또는 기업의 현안 해결 등을 대가로 출연을 받았다는 의혹사건; 4. 최순실(최서원) 등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로부터 사업을 수주하는 방법 등으로 국내외로 자금을 유출하였다는 의혹사건; 5. 최순실(최서원) 등이 자신들이 설립하거나 자신들과 관련이 있는 법인이나 단체의 운영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부부처·공공기관 및 공기업·사기업으로부터 사업 등을 수주하고 씨제이그룹의 연예·문화사업에 대하여 장악을 시도하는 등 이권에 개입하고 그와 관련된 재산을 은닉하였다는 의혹사건; 6. 정유라의 청담고등학교 및 이화여자대학교 입학, 선화예술중학교·청담고등학교·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중의 학사관리 등에 있어서의 특혜 및 각 학교와 승마협회 등에 대한 외압 등 불법·편법 의혹사건; 7. 삼성 등 각 기업과 승마협회 등이 정유라를 위하여 최순실(최서원) 등이 설립하거나 관련 있는 법인에 금원을 송금하고, 정유라의 독일 및 국내에서의 승마훈련을 지원하고 기업의 현안을 해결하려 하였다는 의혹사건; 8. 제5호부터 제7호까지의 사건과 관련하여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차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최순실(최서원) 등을 위하여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입하고 관련 공무원을 불법적으로 인사조치하였다는 의혹사건; 9.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사건과 관련하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민정비서관 및 민정수석비서관 재임기간 중 최순실(최서원) 등의 비리행위 등에 대하여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 또는 그 비리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방조 또는 비호하였다는 의혹사건; 10.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의 모금 및 최순실(최서원) 등의 비리행위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해임되도록 하였다는 의혹사건; 11. 최순실(최서원) 등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전국경제인연합·기업 등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하거나 이를 교사하였다는 의혹사건; 12. 최순실(최서원)과 그 일가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은닉하였다는 의혹사건; 13. 최순실(최서원) 등이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에 야당의원들의 SNS 불법사찰 등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였다는 의혹사건; 14. 대통령해외순방에 동행한 성형외과 원장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 위촉과정 및 해외 진출 지원 등에 청와대와 비서실의 개입과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사건; 15.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의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이 법률에 따라 임명된 박영수 특별검사를 포함하여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과 파견공무원 등 105명으로 구성된 특별검사팀은 2017년 2월 28일까지 90일(준비기간 20일 포함) 동안 활동하였다. 13명을 구속하고, 30명을 기소하였다.
3)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 및 집행을 주도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2017년 2월 28일부터 시작되어 역사적인 블랙리스트 재판의 본격적인 개시를 알렸다. 이에 앞서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속된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에 대한 재판은 이미 같은 달 21일부터 시작되었다.
4) 예술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대해서는 홍선기, 예술의 자유의 한계로서의 인격권 . Esra 사건을 중심으로, <강원법학>(강원대학교 비교법연구소), 제42권(2014), 523면 이하 참조.
5) 헌재 1993. 5. 13. 91헌바17, 판례집 5-1, 275, 284면 참조.
6) 기본권경합의 법리에 대해서는 정혜영, 기본권의 강화효력, <공법학연구>(한국비교공법학회), 제11권 제4호(2010), 151면 이하 참조.
7) 헌법적 원칙인 검열금지원칙에 대해서는 김배원, 언론·출판의 자유와 사전검열금지원칙, <공법학연구>(한국비교공법학회), 제16권 제1호(2015), 73면 이하 참조.
8) 헌법재판소는 검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223면: “검열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의사표현의 발표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검열은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9) 헌법재판소는 사전검열의 주체를 주로 행정기관으로 한정해 이해하고 있다. 다만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기관이 사전검열의 주체가 되는 경우에도 그러한 기관의 구성과 활동에 대한 행정기관의 관여 여부에 따라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로 보기도 한다.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226면; 2007. 10. 4. 2004헌바36, 판례집 19-2, 362, 371면; 2015. 12. 23. 2015헌바75, 판례집 27-2하, 627, 640면: “검열을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위원회에서 행한다고 하더라도,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검열기관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면 실질적으로 그 검열기관은 행정기관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검열기관의 구성은 입법기술상의 문제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게 행정관청이 아닌 독립된 위원회의 구성을 통하여 사실상 검열을 하면서도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10) 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판례집 8-2, 212; 1996. 10. 31. 94헌가6, 판례집 8-2, 395; 1997. 3. 27. 97헌가1, 판례집 9-1, 267; 1998. 12. 24. 96헌가23, 판례집 10-2, 807; 2000. 2. 24. 99헌가17, 판례집 12-1, 107 참조.
11) 헌재 2001. 8. 30. 2000헌가9, 판례집 13-2, 134 참조.
12) 헌재 2001. 8. 30. 2000헌가9, 판례집 13-2, 134, 148면.
13)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와 다른 정신적 자유가 가지는 상호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헌재 1992. 11. 12. 89헌마88, 판례집 4, 739, 758면: “언론·출판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와 표리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정신적인 자유를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자유가 언론·출판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14)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관련된 미국의 법리에 대해서는 임지봉, 명백ㆍ현존하는 위험의 원칙과 표현의 자유, <공법연구>(한국공법학회), 제34집 제4호(2006), 165면 이하 참조.
15) 헌법재판소는 애초에 ‘음란’의 개념을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 정의했다.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1면. 이러한 음란개념에 대한 비판으로 김욱, 영화에서의 사전검열금지의 원칙과 표현의 자유의 한계 . 2000 헌가 9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에 부쳐 -, <민주법학>(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제19권(2001), 167면 이하 참조.
16)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38~339면: “언론·출판의 자유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듯이 결코 무제한적인 자유가 아니다.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서 그로 인해 공동체의 존립 자체가 파괴되거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다른 구성원들의 인간성과 인격이 파괴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21조 제4항도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선언하고 있고, 헌법 제37조 제2항도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7)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0면.
18)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하여 청와대와 정부 및 여당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보수시민단체를 동원하여 상영반대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19) 기본권보호의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정당화한다. 헌재 1997. 1. 16. 90헌마110 등, 판례집 9-1, 90, 119~120면: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소극적으로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타인의 침해로부터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20) 기본권보호의무에서 도출되는 입법자의 입법의무에 대해서는 표명환, 입법자의 기본권보호의무와 헌법적 통제, <헌법학연구>(한국헌법학회), 제11권 제2호(2005), 211면 이하 참조.
21) 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판례집 20-2상, 91, 103면.
22) 헌재 2009. 2. 26. 2005헌마764 등, 판례집 21-1상, 156, 177면: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때에는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가 하는 이른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국가가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든지 아니면 취한 조치가 법익을 보호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불충분한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국가의 보호의무의 위반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이다.”
23) 기본권보호의무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과소금지원칙에 대해서는 이부하, 생명에 대한 기본권보호의무와 과소보호금지원칙, <동아법학>(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제62호(2014), 8면 이하 참조.
24) 부산국제영화제는 정부가 상영을 반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그 다음 해인 2015년 예산이 절반 가까이 축소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25) 헌법재판소도 문화국가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로 이해하여 국가의 문화국가적 과제를 강조하고 있다. 헌재 2004. 5. 27. 2003헌가1 등, 판례집 16-1, 670, 679면: “문화국가원리는 국가의 문화국가실현에 관한 과제 또는 책임을 통하여 실현되는바, 국가의 문화정책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국가절대주의사상의 국가관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국가의 적극적인 문화간섭정책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국가가 어떤 문화현상에 대하여도 이를 선호하거나, 우대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 불편부당의 원칙이 가장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늘날 문화국가에서의 문화정책은 그 초점이 문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생겨날 수 있는 문화풍토를 조성하는 데 두어야 한다. 문화국가원리의 이러한 특성은 문화의 개방성 내지 다원성의 표지와 연결되는데, 국가의 문화육성의 대상에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문화창조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문화가 포함된다. 따라서 엘리트문화뿐만 아니라 서민문화, 대중문화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정책적인 배려의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26) 대표적으로 홍성담 화백의 그림 ‘세월오월’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되지 못했다.
27)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대통령비서실장과 국정원장의 연결고리를 수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앙일보>(인터넷판), 2017년 1월 5일자 참조.
28) 우선 국군보안사령부에서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은 1,300여 명의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종교인, 교수, 재야인사 등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수집·작성된 사찰관계 자료의 일부를 가지고 부대를 이탈하여 1990. 10. 4. 이를 공개하면서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행위를 폭로하였다. 한편 2010년 6월 29일 엠비씨(MBC)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인 ‘피디(PD)수첩’은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하였다고 폭로하였다.
29) 대법원 1998. 7. 24. 96다42789 판결: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들 헌법 규정은 개인의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 산하 국군보안사령부가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 특정한 군사법원 관할 범죄의 수사 등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인 원고들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였다면,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0) 감시로 인하여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들에 대해서는 이준일, <감시와 법>(2014), 26면 이하 참조.
31) 헌재 2005. 7. 21. 2003헌마282 등, 판례집 17-2, 81, 90면.
32) 헌재 2005. 7. 21. 2003헌마282 등, 판례집 17-2, 81, 90면; 2014. 7. 24. 2013헌마423 등, 판례집 26-2상, 226, 233면.
33) 헌법재판소는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를 다음과 같이 정당화하고 있다. 헌재 2016. 2. 25. 2013헌마830, 판례집 28-1상, 227, 237면: “아동·청소년 성매수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외에도 아동·청소년 성매수죄의 재범을 억제하고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가치관을 바로잡기 위한 지속적인 상담이나 교육을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아동·청소년이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성매매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적인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고, 왜곡된 인식 개선 등 사회문화적 부문에서의 근본적인 개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동·청소년 성매수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규정하여 그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재범을 예방하는 유효하고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34) 헌재 2014. 8. 28. 2011헌마28 등, 판례집 26-2상, 337, 363면; 2016. 2. 25. 2013헌마830, 판례집 28-1상, 227, 235면.
35)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대해서는 이상명,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헌법적 근거에 관한 고찰, <공법연구>(한국공법학회), 제36집 제3호(2008), 225면 이하 참조.
36) 통신비밀보호법은 우편물의 검열이나 전기통신의 감청과 같은 ‘통신제한조치’가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보충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국민의 통신비밀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동법 제3조 제2항). 그러면서 우선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는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동법 제5조 제1항). 한편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는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그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에 관한 정보수집이 특히 필요한 때에만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7조 제1항).
37) 헌법재판소는 신상공개제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 헌재 2013. 10. 24. 2011헌바106 등, 판례집 25-2하, 156: “심판대상조항(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법률조항)은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고 사회방위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그 공개대상이나 공개기간이 제한적이고, 법관이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공개 여부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으며, 공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고,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라는 목적이 침해되는 사익에 비하여 매우 중요한 공익에 해당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인격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8) 헌법재판소도 평등을 상대적 평등으로 이해하고 있다. 헌재 1998. 11. 26. 97헌바31, 판례집 10-2, 650, 659~660면: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여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입법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에 기한 차별을 인정하는 상대적 평등, 즉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실질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평등한 것을 자의적으로 불평등하게 취급하거나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것을 자의적으로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39) 헌재 2001. 2. 22. 2000헌마25, 판례집 13-1, 386, 403면: “평등권의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는 그 심사기준에 따라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심사와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의심사의 경우에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만을 심사하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비교대상 간의 사실상의 차이나 입법목적(차별목적)의 발견·확인에 그치는 반면에, 비례심사의 경우에는 단순히 합리적인 이유의 존부문제가 아니라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유와 차별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심사, 즉 비교대상 간의 사실상의 차이의 성질과 비중 또는 입법목적(차별목적)의 비중과 차별의 정도에 적정한 균형관계가 이루어져 있는가를 심사한다.”
40) 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판례집 11-2, 770, 787면: “평등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먼저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될 수 있다. 헌법이 스스로 차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아니되는 기준을 제시하거나 차별을 특히 금지하고 있는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면 그러한 기준을 근거로 한 차별이나 그러한 영역에서의 차별에 대하여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다음으로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된다면 입법형성권은 축소되어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41) 역감시권에 관한 논의에 대해서는 이준일, <감시와 법>(2015), 5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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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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