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있지 않은 일본 도서관과 그림책 미술관
일본 도서관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기 시작한지 1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15년이라 하지만 늘 가는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기적의도서관과 더불어 도서관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된 결과 그동안 한국 도서관의 사정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어떤 면모에서는 한국 도서관이 더 앞서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또한 책에 대한 시민들의 열정과 활동가들의 열의 그리고 좋은 출판물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출판계가 함께 만들어 낸 긍정적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5년 전의 일입니다. 치히로 미술관의 부관장님으로 계신 다케사코 유코 씨와 함께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그림책 미술관과 전문 그림책 도서관 설립에 관한 질문을 나누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물양식과 규모에 집중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부관장님이 들려주신 답변은 지금도 생생히 저의 가슴에 살아있습니다.
“건물은 순서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나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철학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싶으신지 우선 그것부터가 중요하고 그 다음은 그 가치관을 함께 실행해 가는 동반자입니다. 생각과 사람이 갖추어지면 그 다음에 건물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제가 이 지면을 통하여 소개하는 도서관이나 가정문고 그리고 그림책 미술관은 정신과 사람을 중요시하는 곳입니다. 우리야 살아가는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 도서관 속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래봅니다.
국제 어린이 도서관의 건물은 1906년에 제국도서관으로 세워져서 1929년에 증축된 르네상스양식의 건물을 재생·이용한 것이다. 후에 국립도서관으로 명칭이 바뀌어 국립국회도서관의 지부도서관으로 이용되다가 2000년 새 단장을 거쳐 아동서 전문 도서관으로서 개관되었다. 국립국회도서관은 우에노 지부였던 것을 2002년 안도 다다오에 의해서 리모델링을 한 건물이다. 우에노 국제 어린이도서관은 일본 내외의 아동서와 그 관련 자료에 관한 도서관 서비스를 국제적인 연계 하에 실행하기 위해 2000년 국립 국회 도서관의 지부도서관으로서 설립된 일본 최초의 국립 아동서 전문 도서관이다. 국회도서관에 보관되어온 아동서와 그와 관련된 책이 전부 옮겨져 있으며 현재 약 30만 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다. 국내외의 도서관과 연계·협력하여 어린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전하고 도서관과 책의 세계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각종 자료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
모든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독서활동은 “말을 배우고 감성을 키우고 표현력을 높이고, 창조력을 풍부하게 하며, 인생을 보다 깊이 사는 힘을 익혀가는 가운데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풍부한 사회를 실현해 가는 데 있어서 모든 어린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사회전체의 업무이다. 이와 같은 사명을 실행하기 위해서 국제 어린이 도서관은 국립국회도서관의 일환을 담당하고 다음과 같은 3개의 기본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동서 전문도서관으로서의 역할과 어린이 책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역할, 그리고 어린이책 뮤지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린이 책은 세계를 잇고 미래를 열어간다’는 신념을 토대로 어린이의 독서 환경 및 정보제공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
1층은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외의 어린이책을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용 검색 단말기로 책을 찾을 수도 있다. 어린이용 검색 단말기는 어린이들이 책의 제목이나 저자를 몰라도 관심분야의 주제어만으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어떤 주제에 관한 소 전시회도 실시한다. ‘세계를 알 수 있는 방’은 세계 각 지역의 지리, 역사, 민속 등을 소개하는 자료 등 어린이들이 세계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해 주고 국제 이해를 깊게 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자료를 이용하실 수 있다. 제국도서관 시대에 귀빈실로 만든 방이다.
‘어린이 방’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모임을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 실시하고 있으며 또한 3살 이하인 어린이와 그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유아를 위한 그림책 시간’을 매월 셋째 토요일 및 일요일에 실시한다.
2층은 자료실이다. 만 18세 이상 어른만이 이용할 수 있다. 제2자료실은 일본과 아시아 각국에서 간행된 아동서나 관련 자료 및 최신판 교과서를 이용하실 수 있다. 납본제도에 의하여 수집한 국내 아동용 패키지 전자 출판물이나 마이크로 형태의 자료도 열람하실 수 있다.
3층 어린이 책 뮤지엄에서는 각종 강연회와 상설전을 개최하기도 하고 어린이책에 관한 전시회를 일 년에 수차례 개최하고 있으며, 천장 높이 10미터의 회반죽으로 시공된 방도 볼거리의 하나이다. 특히 주목거리는 뮤지엄실에서 열리는 기획전이다. 뮤지엄실에서의 기획전은 오랜 시간을 걸친 자료의 수집과 보존, 기록과 연구를 기반으로 국립 어린이 도서관으로서의 단단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2010년에 있었던 ‘그림책 황금시대’는 1920~1930년대 세계각지에서 뛰어난 그림책이 다수 출간되었던 시기의 그림책 220권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기획전이었다. 새로운 이민층과 함께 살아가는 다민족·다문화 사회의 모습을 모색한 미국 그림책과 혁명 후 새로운 사회 역할과 희망을 전하는 수단으로서의 그림책을 탄생시킨 소비에트 연방의 그림책과 프랑스 그림책,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일본 작품 등이 소개 되었다.
2013년에는 ‘그림책으로 아는 세계의 여러 나라 IFLA(국제도서관연맹)으로부터의 선물’이라는 기획전이 있었다. 이 전시회에서는 약 30개국의 나라와 지역 도서관 직원들이 고른 그 나라를 대표하는 그림책 260권을 전시했다.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여러 나라의 그림책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회였다. 우리나라 그림책으로는 『엄마마중』 『감기 걸린 날』 『마음의 집』 『아씨방 일곱 동무』 『설빔』 『파도야 놀자』 『팥죽할머니와 호랑이』가 전시되었다.
2015년에는 후생노동성과 함께 주최한 ‘어린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책’이라는 제목의 기획전이 있었다. 아동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어린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후생노동성 사회복지심의회가 추천한 그림책과 도서 61권의 책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획전이었다. 유아를 위한 그림책과 고등학생 이상도 즐길 수 있는 도서로 동화에서 논픽까지 어린이의 성장 단계에 맞는 책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였다.
그밖에 2016년 새로 오픈한 코너가 있다. 2016년 새로 오픈한 ‘아동서 갤러리’는 메이지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어린이책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상설전시장이다. 전시된 약 1000권의 책을 자유로이 볼 수 있다. 아동문학사책, 그림책 이외에 교과서에 실린 작품 소개와 연구서 코너도 마련되어있다. 또 아동서 갤러리의 전용단말기에서는 국립어린이도서관 디지털콜렉션 ‘그림책 갤러리’와 홈페이지에서 제공 중인 ‘전자전시회’도 볼 수 있다.
또한 2016년에 새로 오픈한 ‘조사하는 방’은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자료실이다. 중고생들이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학습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중심으로 약 8000권의 책이 준비되어 있으며 그룹 학습이 가능한 스페이스도 마련되어 있다. 수학여행이나 교외 학습 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체험 프로그램 제공도 예정하고 있다. (2016년 4월부터)
동경 어린이 도서관은?
동경 어린이 도서관은 책을 좋아하고 어린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자신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책으로부터 얻은 즐거움과 기쁨, 위로, 격려들을 지금부터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똑같이 맛보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을 열었다.
처음에는 극히 평범한 일반 가정의 방 한 칸에 수백 권의 책을 모아놓고 이웃에 있는 어린이들을 초대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이 지금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벽돌 구조의 건물을 갖게 되었고 연간 1만 명을 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도서관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책 속에서 즐거운 일과 신기한 일을 체험하고 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 깊은 생각을 접하게 되어, 어린이 시절에 차곡차곡 행복을 쌓아 올려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라고 말한다.
공익재단법인 동경 어린이 도서관이 생기기까지
동경 어린이 도서관은 4개의 가정문고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정문고란 개인이 자택과 장서를 개방하고 이웃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책을 빌려주고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하는 작은 운영체제이다. 현재 동경 어린이 도서관의 가장 근간이 되어 준 것은 1955년 동경 세타가야구에 문을 연 츠치야문고와 다음 해 중앙구에 문을 연 츠치야 아동문고였다. 이 두 문고 모두 츠치야 시게코상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츠치야 시게코씨는 전업 주부로,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였으며 장래에 결혼을 하면 책으로 가득 찬 방을 꾸미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 꿈이 실현 되었을 때 이웃에 있는 어린이들과 함께 책의 즐거움을 나누는 기쁨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2년 후 1958년, 스기나미쿠에서 이시이 모모코상이 카츠라 문고를 시작하였다. 이시이 모모코상은 ‘논짱 구름을 타다’ 등 다수의 아동문학 번역자로서 또 ‘이와나미 소년문고’의 창시자로서 어린이책에 깊이 관여해 왔다. 그리고 나아가 1954년과 1955년에 걸친 1년간 록펠러 재단 연구원으로 북미와 유럽에 주재하면서 그 지역 아동서의 출판 현황과 어린이 도서관의 활동을 꼼꼼히 살피면서 어린이 책 관계자들과도 면밀한 교류를 해 왔다. 이 유학체험을 통해서 이시이씨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것은 어린이 독서 세계에 있어서 아동도서관의 미치는 역할의 의미였다. 이시이씨는 그 동안 방문한 여러 나라의 아동도서관을 통해 아동도서관이 좋은 창작 활동을 추진시키고 또 그 결과로 책을 만드는 출판 사업의 큰 버팀목 이 되어주고, 나아가 책을 직접 어린이들의 손에 전해주는 3개의 일을 하나로 잘 엮어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동도서관이 어린이 책의 질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어린이책의 환경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시이씨는 “적은 양의 책이라도 어린이 책을 하나의 장소에 모아두고 거기서 일어나는 실제의 결과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 끝에 카츠라문고를 열게 되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1967년에 마츠오카 교오코 씨가 마츠노미 문고를 열었다. 마츠오카 씨는 대학에서 도서관학을 공부를 하였으며 공립도서관의 존재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하여 아동도서관 일에 일생을 바칠 것을 꿈꾸며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국에서 아동도서관 직원으로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귀국 후 오오사카 중앙 도서관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으나 아동봉사를 계속할 수 없는 조건에 직면하게 되어 도서관을 그만두고 츠치야문고, 이시이문고에서 일하는 봉사자들과의 공부 모임에 참여해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문고를 열게 되었다.
동경 어린이 도서관은 위와 같은 역사를 가진 4개의 가정문고가 모체가 되어 1974년에 동경의 교육위원회로부터 재단법인의 허가를 받고 발족을 하게 되었다. 문고를 연지 50년 공익법인으로서 발걸음을 뗀 지도 35년을 넘어선 지금, 활동 범위도 넓어졌고, 기관지의 정기구독자는 40,000명을 넘어섰으며, 도서관을 유지시켜주는 후원자의 수도 18,000명을 웃돌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동경 어린이 도서관은 어린이 독서에 관심이 있는 전국 각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지가 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계기가 된 것은 1997년 창립 20주년 기념 모금을 바탕으로 오랫동안의 꿈이었던 자신들만의 건물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인하여 활동의 기반이 더 확실해졌다. 2DK의 민간 아파트에서 시작하여 몇 년이나 월세 아파트에서 활동을 계속해 왔던 때를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이다.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성실하게 하다보면 반드시 길이 열릴 거라 믿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들이 여기까지 활동을 계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사회에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들이 어린이의 성장에 미치는 독서 역할의 소중함을 알고 평소에 여러 가지 활동에 종사해왔다는 증거이다.
동경어린이 도서관은 크게 아동실과 이야기방 자료실로 나누어져 있는데 아동실은 3살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3살이 된 아이들이 도서관 등록을 할 때 5가지 약속을 하고 자기 손으로 직접 사인을 하게 되어있다.
1. 책을 소중하게 다룬다.
2. 정해진 반납 날짜를 꼭 지킨다.
3.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한다.
4. 장난감이나 먹을 것을 도서관에 가지고 오지 않는다.
5. 책을 읽을 때는 손을 깨끗이 한다.
스스로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직 손에 힘이 없어 겨우 동그라미나 네모만 그릴 줄 아는 아이들도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직접 사인을 한다. 책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모두와의 약속을 스스로 다짐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동경 어린이 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18,000명의 후원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바코드와 전자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모든 것을 수작업에 의지하고 있는 이유는 책을 빌리러 오는 어린이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보고 그들이 어떤 책을 빌리는지 관심을 가져주고 그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읽었는지에 대한 관심의 표시라고 한다.
동경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특별히 책 읽어 주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스텝 뱃지를 단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적어도 3명은 아동실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책을 들고 오면 언제든지 무릎에 앉혀서 책을 읽어주곤 한다. 어린이실은 세 살부터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이용하고 있다. 어린이실의 책은 6,500권 정도로 공공도서관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독서 동기유발에는 5,000~7,000권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배열되어 있고, 책을 찾기 편하게 주제에 따라 십진분류가 아닌 색깔 분류를 하고 있다.
아동실 외에 동경 어린이 도서관의 또 하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이야기방’은 일본과 세계 여러 지역의 옛이야기나 설화, 동요 등을 암기하여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장소이다. 촛불을 들고 종을 울리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방으로 들어오면 이야기 시간이 시작된다. 이야기를 들려준 후 그 주에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면서 촛불을 끄게 하는 작은 이벤트도 있다. 손바닥만한 앙증맞은 크기의 오하나시 로우소쿠おはなしろうそく교본은 어린이 유아나 초등학생, 중고등학생까지도 즐길 수 있는 일본이나 외국의 옛 이야기, 동요, 손유희 놀이를 함께 수록하고 있으며 모두 어린이들에게 실제로 들려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수록, 편집한 것이다. 1974년 이래 30권을 출간하여 전국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총 발행 부수가 160만부에 달하는 롱셀러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자료실이 있는데 자료실은 어른들을 위한 연구실이다. 4,000권정도의 자료가 갖추어져 있다. 동경 어린이 도서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책선정위원회가 탄탄하게 잡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출간되는 신간들을 긴자에 있는 어린이 서점에 나가서 직접 읽어보고 그 중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은 모임으로 가져와 토론을 거쳐 아동실에 구비 할 책을 엄격하게 선정한다고 한다. 대개 책선정위원회가 읽어 본 책 5,000권 중 200권 가량이 구입 대상이 될 만큼 꼼꼼한 절차를 거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다름없이 아이들이 옛날만큼 도서관에 올 시간들이 줄어들었다. 학교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 때문에 바빠진 아이들 때문이다. 시대적인 흐름과 환경에 맞추어 도서관 오픈 시간도 화, 목, 금과 토요일 4일만 개방을 하고 있다.
동경 어린이 도서관은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순수한 동기로 시작한 50년 전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도서관이라는 점이 인상적인 곳이다.
동경 치히로 미술관은 1977년에 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특히 1950년 후반부터 그림책과 잡지, 교과서 캘린더 등에 꽃과 어린이의 그림을 그리면서 그 이름이 알려진 이와사키 치히로(1918~1974)를 기념하여 세워졌다. 치히로 미술관은 1952년부터 세상을 뜨게 된 1974년까지 작가가 아틀리에 겸 자택으로 사용하던 장소에 언제라도 치히로의 그림과 만날 수 있는 곳을 바라는 팬들의 성원과 기부금, 그리고 치히로 그림의 인세로 오픈 되었다. 치히로 미술관은 어린이를 위한 책에 그림을 그린 화가를 기념하는 전문 미술관의 탄생이라는 세계적으로도 선구적인 의의를 지닌 세계 최초의 그림책 미술관이다. 치히로 미술관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를 대상으로 뛰어난 그림책 원화 수집을 비롯한 폭넓은 활동을 벌여왔다. 그리고 1990년 초에는 작품 소장 및 전시 활동을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나가노현 아즈미노의 마쓰카와무라에 새로운 건물 설립 계획을 추진하여 1997년 봄, 치히로 미술관 도쿄설립 20주년을 맞이하여 아즈미노 치히로 미술관이 오픈 되었다. 나가노현은 양친의 고향이기도 하고 치히로에게는 마음의 고향으로, 특히 마쓰카와무라는 제 2차 세계대전 후에 치히로의 양친이 개척 농민으로 살았던 땅이기도 하다. 2002년 미술관 설립 25주년을 기념하여 치히로 미술관 도쿄는 전관을 리모델링하고 공간을 두 배로 확장하였다. 이렇게 새롭게 단장한 미술관은 치히로의 작품과 추억이 가득 담긴 공간이 되었다.
미야자키 키죠 마을은 전체의 약 80%가 산으로 둘러 쌓여있고 코마루강이 그 한중간을 유유히 흐르고 있다. 목성 그림책 마을이 있는 이시카와쿠 지구는 이 강의 중류 쪽 마을의 중심으로부터 고개를 하나 넘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동화 속에 나오는 귀여운 간판들이 곳곳에 등장하며 길을 알려 준다. 그 안내를 따라 쭉 올라가서 만난 그림책 마을은 녹음이 짙게 우거진 곳으로 그 주위를 둘러싼 산줄기에는‘사슴의 놀이터’라는 아름다운 이름까지 붙여져 있다. 하루에 한번, 미야자키현 동부 연안의 바닷물을 마시러 날아간다는 파란 비둘기가 살고 있는 숲이 바로 이런 숲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그림책 마을의 직원들은 모두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을 잘 알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북 어드바이저’들의 존재이다. 자신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그림책을 공부해 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숲속의 그림책관의 장서 배열과 숲속 책방에서 판매할 책의 선정 및 각 지역 학교 도서관의 도서 선정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그림책 마을의 책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읽혀지고 있는 명작들은 물론 실제로 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감동을 받은 책들 위주로 모으고 있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의 감성에 맞는 새로운 느낌의 책들도 열심히 갖추고 있다.
그림책 마을에서는 이런 평상시의 활동 이외에도 계절마다 원화전이나 강연회, 연극 콘서트 등을 개최하고 있다. 모든 공연은 촌장님인 쿠로키 씨가 직원들과 함께 현지에 직접 가서 본 뒤에 결정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상연을 할 때에는 자연 속에서 마음이 열리도록 하기 위해서 보름달이 뜬 밤이나 캄캄한 한밤중에 공연을 한다든지 공연 시간을 일부러 달맞이꽃이 피는 시간에 맞추는 등 그림책 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절묘한 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에서 풀숲에 숨어있는 곤충들, 숲속의 동물들과 더불어 바람의 음색에 귀를 기울일 때 아득히 먼 옛날에도 이런 시간이 있어 인간도 작은 미생물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은 그림책, 그리고 작은 생물, 어둠과 만남의 장소입니다. 그러한 만남의 경험을 생활 속에 뿌리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주장하는 촌장님과 직원들이 1998년부터 힘을 쏟고 있는 워크숍 중의 하나가 ‘혼자 떠나는 10살의 여행’이다. 10살 전후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국이나 북유럽에서 초대한 연출가와 함께 자연 속에서 생활을 하며 자기표현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모임이기도 하다.
이 숲에서 어떤 미래의 어린이들이 자라나는 걸까? 이제는 혼자 떠나는 10살의 여행에 참가했던 초등학생들이 착실한 청년이 되어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마을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청년들 또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안온한 자연의 품속에서 그리운 책 한 권을 펼쳐 본다. 어머니의 달콤한 젖내가 느껴지는 것은 환상일까? 먼 옛날부터 전해오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산들 바람을 일으키듯 이 숲속에 자리잡은 목성 그림책 마을에서 많은 꿈들이 멀리멀리 날개를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은 우주 저편까지 이어지는 심원이 숲이기에…….
-목성 그림책 마을 팜플렛-
목성 그림책 마을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마을 부흥운동의 일원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인구수가 점점 줄어드는 시골 마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문화 사업을 시작했지만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다 효과적인 문화 사업을 위해서는 문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문화 콘텐츠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지금의 촌장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자살과 왕따 등 각박한 현실이 계속되는 일본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키죠마을의 자연환경이야말로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그림책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을 했다. 쿠로키 씨는 그림책 마을을 구성하기 위해서 미야자키에서 활동하고 있던 어린이 책 활동가를 찾아다니며 함께하기를 권유했다. 지금의 사무국장인 모리 씨와 원화전시를 담당하고 있는 우에다 씨 그리고 책방의 북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고 있는 미야타상은 20년 전 이렇게 그림책 마을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그림책 마을의 운영방식은 마을의 보조를 4분의 1정도 받고 있으며 입장료와 콘서트, 강연회와 책 판매 수입 등으로 나머지 4분의 3을 자체에서 해결한다. 미야자키 공항에서 1시간 거리의 외딴 곳에 자리잡고 있는 시골마을이지만 오픈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본적은 없다고 한다. 판화가이기도 한 쿠로키 촌장님은 그림책마을을 당신에게는 또 하나의 하얀 캔버스라고 하였다. 그림책마을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은 모두 계절의 변화를 듬뿍 느낄 수 있는 것으로 구성되어있다. 20년 동안 자연을 해치지 않고 돌봐 온 덕에 산에서는 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5~6년 전부터는 그 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마을 아이들과 함께 봄이 오면 씨를 뿌리고 모심기를 한다. 농사를 함께 시작한 아이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눈빛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여름에는 ‘10살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는 캠프가 있다. 숲속에서 별도 보고 강에서 물놀이도 하고 대나무를 잘라서 악기를 만들어 보기도 하며 자기표현의 즐거움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가을에는 인공적인 빛은 최소한으로 깔고 자연의 빛과 소리로 채워가는 달빛 음악회를 연다. 송사리가 헤엄치고 벌레가 울고 모닥불이 반주를 하는 달빛 음악회는 400명 정도의 관객이 야외무대에서 진정 자연과 하나가 되는 날이다. 추운 겨울날에는 나무와 나뭇잎 등 산에서 얻은 재료만으로 만든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캠프가 있다. 흙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으며 낙엽이 주는 온기에 한껏 의지하며 오감을 열어 자연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키죠 그림책 마을에서 마련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인간이 살아가면서 알아야 하는 것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어둠과 화해하는 방법 등 타인으로부터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해결책을 얻어가는 방법을 익혀나간다. 이 마을을 찾는 아이들은 자연의 소중함에서 우주의 섭리까지 몸 세포 하나하나로 느끼고 간다. 그림책 마을 식구들은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믿음으로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무기노호(보리이삭) 가정문고’는 초등학교 교사로 은퇴를 하신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가정문고이다. 일본에서의 가정문고는 공공도서관이 생겨나는 단초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아이들이 쓰던 작은 방 하나를 책으로 가득 채우고 나름대로의 분류 방법으로 서가를 정리하고 언제든 편안한 마음으로 누구라도 들를 수 있게 개방되어 있는 이곳은 일본의 전형적인 주택가의 조용한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특별하게 오픈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 중 한 분이라도 집에 있는 날은 문고를 연다.
지금은 학교 도서관이 충실하게 갖추어져 있고, 방과후 수업이나 학원 등으로 바빠진 아이들이 옛날만큼 자주 들러주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모임은 어느덧 100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아기 엄마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하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두 분이 모두 교사 생활을 한 덕분에 4명의 아이들을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늘 고민을 했던 부부는 정년퇴직을 하면 아이들이 방과 후에 편안히 마음껏 들를 수 있는 가정문고를 만들자 약속하셨다고 한다. 정년퇴직 후 아이들이 출가하고 난 후의 빈 방을 문고로 꾸미기 시작했고 두 분의 연금을 아껴서 매달 조금씩의 그림책을 구입하고 있다.
두 분은 일요일이면 자택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목성 그림책 마을로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하러 간다. 큰 욕심 내지 않고 가진 만큼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위해 책과 마음을 내주는 그런 공간이다.
가고시마에 있는 쿠리노도서관은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도서관이다. 쿠리노 도서관의 설립배경은 1990년대 중반에 당시 자치단체장(유수이초의 시장)의 강력한 지지로 마을 개간 사업과 함께 설립된 도서관이다.
쿠리노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도서관 앞에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다는 것과 온천, 테니스 코트장, 체력관리장, 트레이닝룸 등 종합 교류 시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쿠리노도서관에서는 목욕 바구니를 들고 있거나 장바구니를 들고 책을 빌리러 오는 이용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관내는 이용객들이 도서관을 좀 더 친근함을 느낄 수 있고 편안하고 느긋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서 이용객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보인다. 현관에 들어서면 한눈에 도서관의 모든 정경들이 시야에 들어 올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디자인을 최소화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으며 탁 트인 느낌을 주기 위해 낮은 서가를 설치하고 있다. 마치 서점에 나들이를 온 것처럼 가벼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관내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책과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서 1인당 80권까지 대출이 가능하게 한 것도 이 도서관만의 특징이다. 이렇게 대출의 폭을 넓혀둔 것은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에 역점을 둔 것이다.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미야자키현이나 쿠마모토현의 일부 지역도 쿠리노도 서관 서비스 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의 학급문고 관리도 하고 있으며 방과후 돌봄교실도 도서관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다. 겉모습만으로 존재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도서관이다. 쿠리노도서관이 생긴 이후로 주변에 주택가가 형성되기도 하고 전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쿠리노도서관과 같이 주민과 함께 숨을 쉬고 마을 속에 함께 존재하며 행정적인 근거보다 책을 읽는 본래의 목적에 근접하는 도서관이 여기저기에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