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눈을 뜨다
아이들이 문학을 사랑하도록 돕는 일은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아름다운 일 가운데 하나이다. 이 일을 잘하는 방법은 다른 게 없는 듯하다. 그저 어른이, 교사가 아동문학을 즐기면 되는 것 같다. 즐기려면 좋아해야 하는데 그림책이나 동화보다 시는 조금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교사 가운데에는 대부분은 시 단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지금도 막막해 하는 분들이 많다.
유년기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시에 감동을 받은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는 한 때 시를 가르칠 때마다 빈곤함을 느끼곤 했다. 그러다 시에 눈을 뜨게 하는 어린이 시를 만나는데 바로 이오덕 선생님과 이호철 선생님이 지도한 아이들 시 모음 『일하는 아이들』과 『비오는 날 일하는 소』였다.
어쩐지 어렵고 그 깊은 뜻을 헤아리느라 골머리를 앓곤 했던, 그렇다고 감동이 그다지 크지도 않았던 어른 시에 지친 나로서는 어린이 시가 마치 산속에서 만난 말간 샘물로 느껴졌다. 때때로 어린이 시 모음집을 읽으며 이건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줘야지 하고는 포스트잇을 붙이곤 하는 습관도 이즈음 생겼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아름답고, 때로는 슬픈 어린이들이 많지만 나는 아래 두 편의 시를 좋아한다.
몇 번을 읽어도 좋다. 이 시는 이상하게 마음을 정갈하고 순하게 만든다. 흔해빠져서 촌스럽고 상투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반짝’이라는 낱말을 가장 아름다운 자리에 놓은 시가 바로 ‘내 동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학년 아이들하고 시 공부를 할 때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시야.” 하면서 내놓는 시가 바로 이 시다. 지난 해 펴낸 『시랑 먼저 놀거야!』(낮은산) 54, 55쪽에도 이 시가 실려 있는데 『개똥이네 놀이터』에 ‘코숙이 선생님의 시수첩’을 연재할 때에도 처음으로 골라 소개한 시이기도 하다.
내가 쓴 시를(다른 나라 어린이 시 4년)내가 쓴 시인데내가 읽을 때눈물이 날 때가 있다.아버지란 시를 쓸 때나는연필을 살짝 책상 위에 놓고노점에서 과자 팔고 계실아버지를 생각한다.그리고 입 속에서 중얼중얼 “아버지, 아버지 ---.” 부른다.어머니란 시를 쓸 때지금쯤 엄만어디서 일하고 계실까?점심을길 한복판에서 잡수고 계실까?모래 나를 때큰 돌이발 위에 떨어지지나 않을까?나는 결코 울지 않는다.그러나시를 읽으면서내가 쓴 시를 읽으면서나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이 시는 고학년 아이들에게 처음 내놓는 시다. 이 시를 읽을 때면 콧끝이 시큰해진다. 마음 한 쪽이 아려온다.
2003년 6학년을 가르쳤을 때였다. 이 시를 복사해서 읽어보라고 나눠줬는데 교실 안이 아주 조용해졌다. 교실 안은 깊은 침묵 속에 빠져든 듯 조용했다.
“선생님, 정말 이 시를 4학년이 쓴 거 맞아요?”
종성이라는 남자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는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종성이는 머리를 저으며 자기는 이렇게 솔직하게 쓰지 못할 거 같다고 했다. 아이 얼굴을 보니 무언가 느끼는 듯해 보였다. 보통 아이들은 드러내기 쉽지 않은 속내를 드러낸 시, 그런데 글 쓴 아이는 조금도 거리낌이 없이 쓴 시를 보면서 아이들은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자신이 쓴 시를 자신이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경험, 자신이 쓴 글에 스스로 감동하는 경험이 부재한 우리 아이들이기에 이 시는 자못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어린이 시는 새로운 세계로 눈과 마음을 열게 했고 마음을 깊게 했다.
낭송하다, 암송하다!
아름다운 어린이 시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동시에 대한 편견도 생겼다. 굳이 동시를 아이들에게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시 공부가 부족한 탓이 크다. 다행히 어린이 문학을 공부하는 모임, ‘겨레아동문학연구회’에서 오늘의 어린들에게 줄 근대 어린이 문학작품을 공부할 계기가 생겼다. 이 일을 하면서 자연 그간 알지 못하던 우리 동시를 만나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주고 싶은 시를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줄까 고민했다. 낭송을 중심으로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프랑스의 초등교육』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갖게 되었다.
문학은 언어의 결정체이며, 상상력의 보고이다. 시는 그 한 가운데 놓여 있다.
우리 민족의 말과 감성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표현한 시를 아이들에게 주는 일은 우리 정서를, 아름다운 우리말을 가꾸고 아이들에게 전하는 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시만 가지고는 이런 목표에 이르기 어려웠다. 더구나 교과서를 펴고 공부하듯 시를 만나는 상황에서 시가 주는 낭만적 경험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법을 찾았다. 시를 놀이하듯 만나게 하고 싶어서 화요일 아침이면 시 한 편씩 골라 주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만난 시를 날마다 낭송하면서 아이들은 차차 시를 외우게 되었다.
시 교육의 목표도 길게 잡았다. 일상에서 시를 즐기고 흥얼거리다 시를 즐기는 어른으로 자라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봄비김석전비가 그쳤네햇빛이 반짝어리네세수한 산과 들이수군거리오“어어 시원하구려”“어어 시원하구려”《엄마야 누나야》, 겨레아동문학연구회 엮음, 보리출판사
2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였다. 3월에 이 시를 배우고 나서 5월 초 인천대공원에 현장학습을 갔을 때다. 비가 막 그친 깨끗한 날, 하늘, 나무, 물기 어린 아스팔트 바닥은 마음을 차분하고 호젓하게 했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나와 아이들은 가볍게 부는 바람에 마음이 설렜다.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으로 즐겁게 걷고 있는데 아이들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앞서 걷던 남자 아이 현석이가 갑자기 ‘봄비’를 외우기 시작했다.
“…… 어어 시원하구려, 어어 시원하구려!”
“와! 현석아, 정말 그 시하고 지금하고 딱 맞다. 얘들아, 현석이가 지금 ‘봄비’를 외웠는데 우리 다같이 ‘봄비’ 외워 볼까?
아이들은 이 시를 몇 번이고 외웠다. 앞에서 끝이 나나 싶으면 중간에서 다시 시작하고 또 끝나나 싶으면 뒤쪽에서 시작했다. 한참이나 이어졌다. 동시 외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동시가 지금 아이들하고도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또 어른이 되어서 어느 순간 시를 생각하고 외우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올해 3학년을 가르치면서는 동시를 외워서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과 동시를 외운 지 여러 해 되다 보니 이제는 15편은 외우는 것 같다. 외워서 한 행씩 불러주고 따라하게 한다. 내가 외워서 가르치니 아이들은 더 마음을 쓰며 따라한다. 더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 처음에는 따라서 낭송하게 한다. 몇 차례 이렇게 하다가 외울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외워보라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수첩에 동시를 따라 쓴다. 동시를 어떻게 느끼는지, 동시 속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는 천천히 공부한다. 날마다 외우니 언제라도 툭 묻고 답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간 3학년 우리 반 아이들이 올해 외운 동시 제목은 이렇다.
첫봄(박고경), 논갈이(김오월), 봄비(김석전), 토마토(유강희), 굴렁쇠(정우해), 있다(최명란), 필통(김순규, 길산초 4년), 바람소리(박철순, 구일초 2학년), 나무 노래(3-1국어교과서에 실린 전래동요), 토끼(권정생), 잠자리(김바다), 개굴아(윤희윤)…….
며칠 전에는 아이들에게 시를 이렇게 암송하니까 어떠냐고 물었다. 좋아하는 시를 두 편 뽑으라고 하면 어떤 시를 고르고 싶다고도 물었다.
○ 구준모: 2학년 때에는 시 읽는 게 지루했는데 3학년 때에는 시를 여러 편 외우면서 시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굴아’하고 ‘나무노래’가 재미있어요. 여러 가지 나무가 있는데 나무 특성을 잘 얘기해서 재미있어요.○ 이예찬 : 예전에는 시에 흥미가 없었는데 3학년 되어서는 시를 외우면서 흥미가 생겼어요. 친구들하고 낭송하니까 더 잘 외워져요. ‘토끼’가 좋아요. 이 시는 마음이 따뜻해져요.○ 박현호 : 시를 외우니까 구구단을 외우는 것처럼 잘 외워져요. 시가 재미있는 것도 있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있어요. ‘토끼’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줘요. 그리고 ‘굴렁쇠’가 좋아요. 이 놀이는 해보지 않았지만 옛날 어린이들이 그걸 가지고 놀았다는 게 신기해요.○ 배현우 : 전에는 시가 재미없었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노는 것만 재미있었는데 3학년 되어서는 친구들이랑 시를 같이 외우는 것도 노는 것처럼 재미있어요. ‘나무 노래’하고 ‘개굴아’가 좋아요.○ 김혜인 : 시를 외우다 보니까 발표하는 것도 자신감이 생기고 교과서 글을 읽는 것도 재미가 생겼어요. 엄마 앞에서 시를 낭송하니까 엄마가 좋다고 했어요. 저는 ‘첫봄’이 좋아요. 봄이 오는 느낌이 들어서요.
아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말하고 싶어 했다.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아이들은 외우는 시가 쌓여갈수록, 친구들이랑 소리 맞추어 시를 외우는 일이 거듭될수록 시랑 친해져 가고 있었다.
시, 소통의 자리를 만들다
1. 반 친구끼리
시는 쓰거나, 낭송하거나, 조용히 감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가운데 반 친구들이 쓴 시로 감상하는 활동은 의미 있는 소통이 되기도 한다. 또래 친구가 쓴 시를 읽으면서 숨겨왔던 상처를 드러내기도 하고 몰랐던 서로의 속내를 알게 되면서 위로하거나 위로받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운 고모유환호3년 전부터 암이 걸리신 이모그러나 꼭 참아오셨네.이미 온몸에 암 덩어리가 퍼진 상태결국 6월 14일 화요일 밤 10시10분에60도 안 되는 나이에 돌아가셨다.나를 얼마나 사랑하셨는데나는 ‘고마워요’말도 못했다.우리 고모는 할머니보다도몸이 안 좋았나?우리 할머니는 폐암도 이겨내셨는데고모는 돌아가시기 전 편찮으신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에게“나는 죽어도 괜찮아요.”하고 말하셨다.그제서야 할머니는 눈물을 그치셨다.나는 고모가 매우 그립다. (2005. 6. 28.)
시를 복사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날 아이들은 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얼마나 그리워했으면 이렇게 시를 썼을까 생각하니 내 일이 아닌데도 가슴이 찡하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고 2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고 술 취한 사람이 모는 차에 치여 돌아가신 고모부 생각이 난다는 아이도 있었다.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죽음에 대한 기억과 슬픔을 친구 시를 보면서 표현하게 된 것이다.
이날 가장 큰 마음의 변화를 나타낸 아이는 변헌구다. 헌구는 며칠 뒤 시를 쓰는 시간에 이 시를 썼다.
아빠변헌구그리운 아빠,내가 4학년 때 일이다.아빠는 담배와 술을 많이 드셔서폐암에 걸렸다.배가 아파서 설사하고몸을 떨 때마다내 마음이 찡했다.나는 아빠가 무서워사랑하다는 말도 못했다.아빠에게 너무 죄송스럽다.아빠 사랑합니다. (2005. 7. 6.)
아이들은 조금 놀라는 듯했다. 고모보다 더 쓰기 어려운 아버지 이야기를 헌구가 썼기 때문이다. 공부하고는 거리가 먼 듯한, 오로지 운동장에 뛰어나가 노는 일만 좋아하는 헌구에게 이렇게 쓸쓸한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미안함 마음을 많이 표현했다. 이 날 이후 헌구를 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것을 느끼는 날들이 많았다.
2. 아이와 부모님이
이원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행사를 하던 해 가을, 6학년 아이들과 이원수 동시 감상을 했다. 몇 주간 이원수 시 가운데 20여 편을 골라 차례로 감상한 뒤 활동 마무리단계에서 ‘부모님 앞에서 이원수 동시 낭송하기’ 과제를 냈다. 그리고 시에 대한 느낌이 어떠한지 부모님 인터뷰를 해오라고 했다.
헌모자학교 마루 구석에헌 모자 하나.날마다 혼자 남는헌 모자 하나.학교 애들 다 가고해질녘이면가고 없는 주인이그리웁겠지.월사금이 늦어서꾸중을 듣고이 모자 쓰지도 않고나간 그 동무,지금은 어디 가서무얼 하는지보름이 지나도록아니 옵니다. 1929작품『너를 부른다』, 198면(1면)
○ 「헌모자」를 들려드렸다. 시에 외로운 느낌이 잘 나타나 있고 쓸쓸하고 초라한 모습이 인상 깊어서다. 부모님의 시 감상을 들으니 좋다. (정지영)○ 옛날,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 학교 다니던 친구들, 학교 갈 때 그런 어린 시절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추억 아닌 추억을 대물림해주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아 참으로 답답하네요. (정지영 어머니)○ 「헌모자」를 골랐다. 이 시가 아빠 세대에 맞을 거 같고, 또 쓸쓸하면서 월사금을 못 내는 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거 같아서 좋았다. 아빠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세대가 좋은 세상인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부모님 앞에서 시를 낭송하는 것도 쑥스러웠지만 자신감을 키워준 거 같아서 좋았다. (신예현)○ 시낭송을 마친 뒤 아빠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아빠는 “옛 친구가 생각나네.”하고 말하시면서 옛 친구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 같고 왠지 쓸쓸함을 느꼈다고 말해주셨다. 나는 곧이어 “아빠 세대에는 이런 친구들이 많았어?” 하고 질문했다. 아빠는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반에 한 명씩은 꼭 있었다고 대답해주셨다. 나는 그런 친구들은 월사금을 내지 못하며 학교를 오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학교는 나오지.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 학교생활이 조금 힘들었겠지.”라고 바로 답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월사금을 내는 세대가 아니어서 참 편한 거 같다. (신예현 아버지)
대낮의 소리대낮에 온 세상이 잠이 들었네바람 한 점 없네논의 물도 죽은 듯 누워만 있네먼먼 산에서뻐꾸기 혼자뻐꾹뻐꾹, 그 소리뿐이네더운 김 푹푹 찌는 벼논 한가운데땀에 젖은 작업복 등만 보이며혼자서 허리 굽혀 논 매는 아버지발자국 옮길 때마다 나는찰부락 찰부락물소리뿐이네도시락 쳐들고아버지를 불러도흘긋 한번 돌아보고 논만 매시네뻐꾹뻐꾹 먼 먼 산에서 뻐꾸기만 우네일하는 아버지의물소리만 들리네390면(1면)
○ 「대낮의 소리」를 골랐다. 아버지가 일을 계속하기 위해 밥도 안 먹고 일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감동적이라 골랐다. 내가 낭송을 잘 한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좋다고 했다 색다른 활동이었다. (백승윤)○ 한여름의 대낮, 여유로운 풍경과는 다르게 드넓은 논에서 일에 여념이 없는 아버지의 어깨가 무겁게 느껴진다. 또한 아이가 아버지는 부르는 소리에서 짙은 외로움과 함께 아련한 아픔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백승윤 어머니)
면담보고서 활동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된 듯하다. 아이들하고 이원수 선생님 동시를 넉넉하게 맛보고 부모님 앞에서 시낭송하는 활동을 몇 차례 더 했더라면 훨씬 의미 있는 반응과 결과가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를 다시 만나게 한 어린이 시
점심 먹고 아이들과 나들이를 하거나 숲에서 책을 읽곤 한다. 숲에서 책을 읽는 날은 드물지만 종종 그런 시간을 갖는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 뭘까? 그림책도 있지만 더 짧은 게 있다. 시집이다. 점심 먹으러 갈 때 김사인의 『시를 어루만지다』를 보조 가방에 넣고 나간다. 점심을 먹고 홀로 학교 숲에 가서 아무 데나 펴서 시 한 편 천천히 읽는다. 시인의 시평도 읽는다. 이렇게 하는데 겨우 5분이나 7분 걸린다. 두세 쪽 읽고 나면 무언가 마음에 가득히 차오른다.
집에서도 잠자리 맡에 시집 한 권 챙겨둔다. 자기 전에 한 편 읽거나 그러지 못한 날은 아침에라도 한 편 읽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이상하게 마음이 바빠지고 시간에 쫓길수록 시를 찾게 된다. 어떻게 이런 마음이 생긴 걸까? 더듬어보면 어린이 시집을 처음 만나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이 시를 읽으면서 먼 길을 돌아 비로소 어른 시에 마음을 주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도 시를 가까이 하다가 가끔 서점에 들러 시집 한 권 사는 어른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시 지도 관련 자료】
○ 동시집
방정환 외 《겨레아동문학선집》(9권․10권, 보리)
윤석중 《날아라 새들아》(창비)
이원수 《너를 부른다》(창비)
권태응 《감자꽃》(창비)
권정생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삼베치마》(문학동네),
이문구 《이상한 아빠 1․2》(솔),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창비)
임길택 《탄광마을 아이들》(실천문학사), 《할아버지 요강》(보리),
《똥 누고 가는 새》(실천문학사), 《나 혼자 자라겠어요》(창비),
《산골아이》(보리)
류선열 《샛강아이》(푸른책들, 절판 *문학동네에서 재출간 예정)
이상교 《고양이가 나 대신》(창비)
윤동재 《재운이》(창비)
김은영 《빼앗긴 이름 한 글자》(창비) ,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창비)
남호섭 《놀아요 선생님》(창비), 《벌에 쏘였다》(창비)
안학수 《낙지네 개흙 잔치》(창비), 《부슬비 내리는 장날》(문학동네)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 《할머니의 힘》(문학동네)
서정홍 《우리 집 밥상》(창비), 《닳지 않는 손》(우리교육)
김미혜 《아기까치의 우산》(창비), 《아빠를 딱 하루만》(창비)
최승호 《말놀이 동시집》(모두 5권, 비룡소), 《펭귄》(비룡소)
이 안 《고양이와 통한 날》(문학동네), 《고양이의 탄생》(문학동네)
곽해룡 《맛의 거리》(문학동네)
박성우 《불량꽃게》(문학동네), 《난 빨강》(창비)*
정완영 《가랑비 가랑가랑 가랑파 가랑가랑》(사계절),
《사비약 사비약 사비약눈》(문학동네)
함민복 《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
안도현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실천문학사), 《냠냠》(실천문학사)
김 륭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문학동네),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문학동네)
유강희 《오리발에 불났다》(문학동네), 《지렁이 일기예보》(비룡소)
송찬호 《저녁별》(문학동네)
문인수 《염소 똥은 똥그랗다》(문학동네)
이정록 《콧구멍만 바쁘다》(창비), 《저 많이 컸죠》(창비)
김환영 《깜장 꽃》(창비)
정유경 《까불고 싶은 날》(창비), 《까만 밤》(창비)
김 응 《똥개가 잘 사는 법》(창비)
성명진 《축구부에 들고 싶다》(창비)
오인태 《돌멩이가 따뜻해졌다》(문학동네)
안진영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