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어린이문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 권정생. 지난 5월 17일은 권정생 선생의 5주기였다. 5주기를 맞아 그의 미발표 원고를 묶은 몇 권의 책이 더 나왔고, 대표작이라 불리는 『몽실 언니』는 개정판이 출간됐다. 기일을 즈음하여 그의 삶과 문학을 되짚는 다양한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나비의 6월 특집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권 선생이 자신의 글을 통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를 기억하고 되새기고 싶었다. 문학보다 삶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했던 그이기에, 안상학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은 권 선생의 작품을 읽기 전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먼저 알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권 선생의 삶을 먼저 알면 작품을 훨씬 풍부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권정생 문학의 토대가 된 그의 삶 이야기는 이번 특집 중 이주영 선생의 글에서 엿볼 수 있다.(▶아직도 휴전선이 그대로 있단 말인가?) 권정생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주영 선생은, 전쟁과 가난, 질병으로 “항상 죽음을 마주보아야” 하는 삶을 산 권정생이 “세상에 태어나 그냥 죽는 게 억울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항일투쟁기와 해방과 전쟁과 독재사회와 민주화운동을 지켜보면서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몸으로 할 수 없으니 억울해서 그 말을 동화로 썼다”는 것이다.
때문에 권정생의 동화에는 “가난한 백성들이 겪은 해방과 전쟁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며 평화의 염원을 담고 있다. 권정생은 “바로 현재 지금 이 땅에서 평화로운 삶을 가꾸기를 소망했던 것이다.”
권 선생은 원고료와 인세로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이후에도 ‘자발적 가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글로 생긴 돈을 어려운 아이들한테 써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유언을 실천하기 위해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만들어졌다. 재단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에서 사무처장 직을 맡고 있는 안상학 시인에게 들었다.(▶“너도 꼭 무언가에 귀하게 쓰일 거야”)
이번 특집에서 권정생의 문학에 대해 글을 쓴 교사 김도균은 그의 문학을 ‘똥’의 문학으로 풀이한다.(▶‘똥’의 미학, 미완의 어린이문학) 그에 따르면 “권정생의 이야기 곳곳에서 ‘똥’은 의식적으로 되풀이되어 나타”나는데 “권정생의 ‘똥’은 사람이 스스로를 되돌릴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꾸밈없는 상태”이자 “사람다운 세상으로 바로잡기 위해 누구나가 가장 먼저 갖춰야할 조건”이다. 김도균은 권정생의 ‘똥’이 ‘씻김’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는 권정생 문학의 이 같은 원초적인 정직과 자연스러움에 주목하면서도 “권정생의 문학 그대로가 오늘날 우리 어린이문학의 새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권정생의 문학을 “미완의 어린이문학”이라고 평했다. 권정생의 이야기에는 “어른의 욕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권정생을 추모하고 기리는 사람들이 모인 똘배어린이문학회는 권정생을 읽고 자신을 성찰한 글을 묶어 최근 『내 삶에 들어온 권정생』이라는 한 권의 책을 펴냈다. 그중 권정생의 『초가집이 있던 마을』 문학기행을 다녀온 기록이 있어 이를 받아 실었다.(▶권정생이 살던 마을과 피난길을 따라) 권정생 문학의 자취를 따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