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를 넘긴 이들은 이름을 들으면 '아하' 하는 감탄사와 함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마광수 교수의 소설책이다. 대학생 시절, 이 소설이 발간되고 선정성 논란이 일면서 '곧 판매금지 조처'가 있겠구나 싶은 예감이 들 무렵, 우연히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을 들렀다가 신간매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맹수가 먹잇감을 낚아채듯이 이 책을 샀더랬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가 이 책은 판금 조처를 받았고, 모든 서점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졸지에 '레어 아이템'의 소유자가 된 나는 목에 힘을 잔뜩 주고 친분 깊은 녀석들에게 이 책을 빌려주며 대여료로 라면 한 그릇 씩 뜯어냈고, 그렇게 한동안 귀하신 몸 대접을 받으며 '이동 대본소' 노릇을 한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이 책을 돌려줄 때 친구들이 전해준 답은 '별로 뜨거워지지 않던데' '신통찮더라' 일색이었다. 실은 나도 그랬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선정성'이 주는 쾌감보다 '금단의 열매'를 맛보는 ' 쾌감이 훨씬 컸더랬다. 금서가 갖추어야 할 요건에 미학적 가치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나는 〈즐거운 사라〉가 왜 금서가 되었는지, 마광수 교수가 왜 감옥살이까지 했어야 하는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누가 좀 가르쳐 주세요~
- 이계삼(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
국방부가 이 책을 불온서적목록에 올린 이유는 이른바 ‘북한 찬양’문건이라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좀 더 살펴보면 그들이 문제 삼은 것은 ‘제주4·3사건’인 것 같다. 작품 속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겪은 경험이 나오는데 4·3사건도 나오기 때문. 국방부가 4·3 항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민간인 학살의 원죄가 부끄러운 탓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의 삶의 모습이 때로는 가슴 아프게 펼쳐지고, 때로는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의 삶은 가슴 아린 역사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난다. 제주의 풀 한 포기마다 사연을 머금은 채 나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유년의 기억이 읽는 이의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 주상태(중앙대학교부속중학교 교사)
이 작품은 그릇된 역사가 빠뜨린 질곡을 헤쳐온 이들의 지난하고 뜨거운 숨결이 올올이 스며있는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이 북을 찬양해서 불온하다고? 말짱 헛소리이다. 반동적인 눈에는 이 뜨거운 진실 복원과 삶의 재현이 ‘불온’으로 읽힐지도 모르지만, 이 소설은 결코 그러한 ‘불온’에 갇히지 않는다. 피맺혀 사라진 기억들을 소환하는 저 애틋하고 아린 마음들을 보라. 정말 정성스런 위로 아닌가.
- 정우영(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이 책을 읽은 지는 아주 오래되었다. 그러나 ‘살아서 박복했던 아버지는 그래도 죽음만큼은 유순하게 길들일 줄 알았나 보다.’ 이렇게 시작되는 첫 문장을 읽고 한동안 먹먹했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책을 읽는 내내 시선을 뗄 수 없었고 한 권을 다 읽을 무렵 필력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필사를 해보고 싶어서 도전해 본 유일한 책이기도 하다.
- 이붕희(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1879년에 출판된 이 책에서 헨리조지는 토지사유제가 불로소득을 낳고 모든 불평등의 원천이라고 갈파한다. 구약성경의 희년사상에서 영감을 받았다. 해법으로 제시된 것은 불로소득인 지대를 전액 세금으로 흡수하는 토지지대세, 토지사유제와 지주계급의 철폐를 주장하는 이 책은 가톨릭교회와 일제가 한때 금서로 지정했다.
- 곽노현(전 서울특별시교육감)
자기 생에 다 펼치지 못한 꿈과 벽처럼 둘러싸인 세상의 편견 앞에서 자신을 승화시켜버리는 힘을 가진 이는 많지 않습니다. 가난과 배고픔밖에 없던 이 땅에 사랑과 희생, 연대의 기적을 가르쳐준 전태일! 지금 우리가 노동의 권리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것은 앞선 시대를 불살랐던 청년노동자의 진실한 외침 때문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정봉남(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국방부는 2008년 불온서적 23권을 발표했다. 2011년에는 2008년도에 발표한 23권에 ‘반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항목으로 19권을 추가 선정하여 총 42권의 불온서적을 발표했다. 『청년 노동자 전태일』은 2011년 반자본주의 항목으로 금서가 되었다. 하루 대 여섯 권씩 팔리던 이 책은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어 어느 날은 하루 457권이 팔리는 기록도 세웠다.
- 조월례(경민대학교 교수)
80년대 후반기에 이 책을 접하고 나서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배워온 한국사라는 것이 사실은 반쪽만의 역사임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았다. 일제로부터 해방 전·후부터 시작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소 4대강국들의 힘의 관계에 의해서 우리 민족의 비극이 결정된 것이라는 게 이 책의 메시지였고, 그 시기 그것은 다분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녹록치 않은 운명에 처한 국가의 국민으로써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던 책이었다. 20살 성인이 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성숙시키게 된 책이다.
- 김자영(천일어린이도서관 ‘웃는책’ 관장)
1950년대의 시인 박인환은 시 쓰는 사람이 한 번 시적으로 ‘개종’하면 이전 작품들은 다 무효가 된다는 아리송한 말을 던져 친우이자 숙적이었던 김수영을 혼란스럽게 했다. 한 시인의 오늘이 어제의 작품세계와 심히 모순되는 행로를 그릴 때 그의 옛 작품들은 독자한테 감동의 효력정지 판정을 받아 마땅할까. 김지하의 옛 시집들에게 그런 처우는 부당해 보인다. 오늘의 현실을 싹틔운 저 70년대의 유사 공화국에서 가장 쟁쟁히 울린 저항자의 육성을 담고 있어서만이 아니고, 아직껏 알 수 없는 민주주의의 행방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새삼 일깨워주기 때문만도 아니다. ‘삼백예순다섯 날 삼백예순다섯 편의 서정시를 썼어야 할’ 시적 자아가 외부의 억압만이 아닌 내면의 어둠과 싸우며 “꿈만은 밝은 곳”을 향해 감행하는 고립무원의 포복이 독자의 넋을 동참시킬 힘을 잃지 않았다는 점 또한 이 시집들을 내다버릴 수 없는 이유의 일부다. 그 포복의 끝자락에서 시인과 독자를 기다리는 것이 가혹한 균열과 환멸일지라도.
- 손경목(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