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국방부 금서목록에 올라 유명해진 책이다. 경제학은 결코 딱딱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날카롭게 보고 그 맥락을 살피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세계화, 민영화, 자유시장경제 등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개념들을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흔들어준다. 결론은 강대국 위주의 세계경제에 휩쓸리지 말고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인데, 왜?
- 이덕주(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부대표)
경제서적을 읽고 싶은데 어려운 경제용어로 힘들어 하는 경제학초보독자에게 권한다. 공동체, 협동조합, 함께 살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에 딱 필요한 책이다. 우리가 함께 잘 살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낸다. 사례와 통계 자료를 통해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책은 경제학 관련 내용이지만 풍부한 자료들로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 배수진(대림중학교 사서)
알다시피 백석은 대놓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도 아니고 반체제 혁명가도 아니다. 김소월이나 윤동주처럼 북한을 고향으로 둔 시인으로, 김소월을 깊이 흠모하고 윤동주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친 맑고 섬세한 영혼을 지닌 시인일 뿐. 그러나 백석은 김소월이나 윤동주와는 달리 한국전쟁을 겪어야 했고 그때 자신의 고향인 북을 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모든 글들은 1987년 해금이 될 때까지 어둠 속에 갇혀야만 했다. 1997년 시와사회에서 펴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내 손에 쥐던 날, ‘어쩌자고 이토록 아름다운가!’를 연발하며 밤새도록 가슴 시큰거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누구도 이런 아름다운 세계를 어둠에 가둘 권리는 없다. 그렇지 않은가?
- 백화현(독서운동가)
1938년에 쓰였으나 해방 후 좌익 월북 작가의 작품이라는 미명하에 금기시 되었다가 1988년 정부가 월북문인에 대한 해금조치를 한 후에야 만날 수 있게 됐다. 어린이문학이 어린이가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존중해주는 것이라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정부의 검열로 인해 소중한 작품들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 한 것이다. 『너하고 안 놀아』에 담긴 작품들은 방정환이 모든 사람을 나이가 적고 많음에 따라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로 구분하여 동등하게 존중해야한다고 했던 ‘어린이’를 잘 담고 있다. 여느 골목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아이들 노마 영이 기동이 똘똘이가 생활하는 모습에서 어린이는 놀면서 배우고 자연과 가까운 존재라는 것을 즐겁게 경험하게 된다.
- 김영미(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국방부가 배포한 ‘불온서적리스트’ 중 ‘반자본주의’ 항목에 들어 있는 생태에세이다. ‘당하는 자의 편에 서’서 ‘진실을 묵살하고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의 폭력에 저항하’고 ‘그들이 감추려는 진실을 드러’내면서 오랜 시간 ‘평화로운 환경운동’을 지향해 온 작가가 신자유주의의 세계지배 속에서 민중뿐 아니라 ‘자연’이 어떻게 이용당하고 능욕당해 왔는지 생생하게 고발한다.
- 김정숙(마곡중학교 교사)
스스로 환경운동을 하는 글쟁이라 칭하는 최성각은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등의 상투적인 글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는 모든 생명을 품은 자연에 ‘존경심’을 가지고 돌멩이 하나에도 존경을 표한다. ‘생명’이 인간의 사용가치에 따라 이용되어 파괴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자존감마저 파멸되는 세상에 탄식한다. 최성각은 ‘무분별한 개발’로 사익을 취하여 ‘생명’과 ‘인간다운 삶’을 저해하는 탐욕스런 자들에겐 매서운 시선을 보낸다. 권력에 맞서 치열하게 저항한 최성각을 통하여 종이컵 하나에도 마음 아파하는 생태적 감수성을 현대인들이 일깨울 수 있었으면 한다.
- 이수아(혜화초등학교 사서)
모두 4권으로 이루어진 한홍구의 「대한민국史」는 단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오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문제와 그를 바라보는 역사적 시선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학습을 통해서 알게 된 대한민국 역사를 진실의 거울로 다시 조명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딛고 있는 현실의 기반을 명쾌하게 보게 한다. 그저 앞만 보고 걷는 우리사회에 의구심을 품어보자!
- 김형애(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어렸을 적에 읽은 『데카메론』은 음란한 대목이 솔솔 등장하는 ‘하드코어 야설 모음’이었다. 여기에 신랄한 교황청 비판까지 담겨 있으니 금서가 되어도 억울할 것이 없으리라 확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조금 더 다각도로 심도 있게 읽기 시작했을 때 『데카메론』은 엄청난 혁명으로 다가왔다. 진보적 페미니스트들조차 놀랄 만한 시각의 근대성이 담긴 웅장한 열 편의 혁명곡이 바로 『데카메론』이었던 것이다. 머리말의 제목 또한 “세상의 구원을 갈망하는 여성들에게”다. 『데카메론』이 있었기에 신과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과 여성 중심의 사회로 바뀔 수 있었다. 『데카메론』은 중세의 어둠을 걷어내어 근대의 여명을 밝힌 혁명서다. 『데카메론』을 금서가 되어도 마땅하다고 오해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분명 맹목의 위험이었다.
- 허병두(숭문고 교사, 책따세 이사장)
『몽실언니』는 100만 부를 넘어서고, 10여 개 나라에서 번역되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잡지에 연재하는 동안 여러 차례 검열에 걸렸고, 1회 분이 통째로 잘려나가면서 작가 구상대로 쓰지 못한 절름발이로 태어났다. 1986년에는 국가정보기관 입김을 받은 단체에서 용공동화 사례로 언론에 발표하고, 문교부에서는 학교도서관에서 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실제 동화를 읽은 사람들은 몽실언니가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 시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 이주영(어린이문화연대 대표)
몽실언니는 고난의 역사를 짊어져야 했던 우리 민족의 모습입니다. 전쟁의 상처를 감싸 안고 살아온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위태로운 걸음으로 불쌍한 동생들을 등에 업은 몽실언니는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남습니다. 몽실언니를 통해 참된 사람살이와 인생의 길에 대해, 생명을 보살피는 존재가 왜 위대한가를 가슴으로 읽습니다.
- 정봉남(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북녘에서 1980년대 나온 책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썼어요. 북녘에서는 『피바다』라는 책이름으로 나왔지요. 일제 강점기에 조선해방을 이루려고 싸우는 아들을 따라 어머니도 투사가 된다는 글이에요. 어느 날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에게 밥을 주지요. 아들이 어머니 밥은 어디 있냐고 하니까 부엌에 가서 빈 그릇에 숟가락으로 달그락거리며 밥 먹는 것처럼 속이지요. 난 그곳을 읽으며 가슴 저미는 아픔을 느끼며 울었지요. 책을 읽으며 운 일이 잘 없는데 그 책을 다시 읽고 싶네요. 지금은 한반도 남녘에서 구하기 힘들어요. 이적도서이니.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길은 이렇게 남과 북에서 낸 책을 서로 마음껏 읽는 것에도 있지 않나 싶어요.
- 은종복(책방 ‘풀무질’ 일꾼)
1945년 동화 『삐삐 롱스타킹』이 출간되었을 때, ‘삐삐’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이런 말썽쟁이 이야기를 읽고 우리 착한 어린이들이 나쁜 아이가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당시의 평가는 어린이 독자의 선택과 판단은 무시한 채 가르치려고만 하는 어른들 입장에서 너무 당연한 결과다. ‘버르장머리 없고 학교와 부모도 거부하며 괴력까지 지닌 위험한 아이’의 등장은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70년이 흐른 지금, 린드그렌은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작가이며, 말괄량이 삐삐는 영원한 친구이자 우상이다. 아이들은 삐삐를 통해 답답한 현실을 위로 받기고 할 테고, 친구들과 나누는 따뜻한 마음을 배우기도 할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이 어린 시절 만난 삐삐를 마음에 품고 조금씩 성장했던 것처럼.
- 심명선(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수컷 펭귄 로이와 실로는 서로를 무척 좋아해 늘 함께 지내지만, 다른 펭귄 부부가 수북이 낳는 알을 한 개도 낳지 못한다. 이들의 갈망을 눈치 챈 사육사가 임자 없이 굴러다니는 펭귄 알 하나를 내어주자 둘이 열심히 품은 끝에 아기 탱고를 얻게 된다. 셋은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실화로 만들어진 이 그림책은 2005년 출간 이후 게이 커플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공공도서관과 학부모가 주관하는 금서 목록에 가장 많이 올라있다. 반면에 입양에 의한 새로운 가족을 구현한 따스한 그림책으로 찬사를 받는다.
- 이상희(시인, 그림책작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