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곧잘 책을 읽던 아이들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책과 도서관으로부터 멀어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볼거리가 많고, 방과 후 보습학원을 돌다 보면 짬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과 도서관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가 비단 이러한 도서관 외적 요인뿐일까?
오늘날 책 읽는 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어린이 청소년들의 급격한 독서량 감소를 우려하며 다양한 형태의 독서진흥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도서관과 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많은 독서진흥 활동이 우리 아이들에게 책이 즐겁고 재미있는 볼거리, 놀거리임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독서프로그램의 핵심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독자 스스로 알도록 안내함으로써 책 읽는 행위가 지속되도록 돕는 데 있지만 정작 학교와 도서관의 독서프로그램은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현재 학교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독서활동들을 점검하고 아이들의 자발성을 유도하고 책 읽기의 즐거움으로 이끌 바람직한 독서프로그램을 모색하여야 한다.
제1장 서론
도서관이 부족하고 읽을 만한 책들이 많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구석구석 도서관도 많이 들어섰고 책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오히려 독서량을 감소하고 활자의 영향력은 점점 줄고 있다. 우리는 그 요인을 영상매체, 인터넷과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하면서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고 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책과 멀어진 이유가 그것에만 있을까. 201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공부와 학원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고,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았으며, 그래서 책 읽기가 싫다고 하였다. 성적과 입시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와 교육체제가 이러한 결과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추진하는 독서진흥 활동조차도 올바른 방향성을 잃어 ‘아이들이 자라면서 책을 싫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독서프로그램과 관련하여 도서관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책이 재미있는 볼거리임을 이용자 스스로 알게 함으로써 그들이 일상 속에서 스스로 즐겁게 또 습관적으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독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책읽기에 대한 이용자 또는 독자의 자발성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겠다.
제2장 자발적인 책읽기를 독려하는 독서프로그램의 필요성
2002년 OECD 보고서 〈변화를 위한 독서〉에 따르면, 즐거움에 기반을 둔 책 읽기를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한다. 또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보다 책을 많이 읽는 활동이 아이들의 성장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독서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영위해야 할 기본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교사 중심의 독서지도는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학교와 도서관에서 시행해온 많은 독서프로그램들이 책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우기 보다는 독서지도 중심의 활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학교와 도서관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독서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주는 독서와 독서지도 차이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뒷받침되어야만 바람직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도서관 이용자를 평생의 독자로 키워낼 수 있는 것이다.
2.1 우리나라의 독서교육 현황
우리나라의 교육 당국은 아이들의 독서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책 읽기를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학교가 시행해 온 독서교육 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책읽기가 좋으니 많이 읽어라, 독서를 성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권위적 방식이었다. 대표적으로 학생생활기록부에 독서이력을 기록하여 대학입학전형에 반영하겠다고 한 교육부의 독서이력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에서 독서교육지원시스템에 근거한 독서교육 정책은 ‘자발적인 책 읽기와 독서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 예컨대 독서이력을 관리해주는 대행업체가 출현하기도 했고, 학생 대신 학부모가 독후감을 쓰는 등 독서의 본질을 왜곡하는 폐해가 적지 않았다. 더욱 좋지 않은 점은 책 읽기에서 즐거움을 자발성을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아이들의 독서흥미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2005년 이후 많은 학교에서 시행해 온 아침독서는 학생들의 독서습관 형성에 긍정적인 사례였다. 201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51%가 독서습관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고 답할 만큼 상당히 효율적인 독서프로그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9시 등교 정책으로 인해 독서를 위한 자투리시간 확보에 많은 학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독서교육에 대한 천박한 사회인식의 지표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KBS 한국방송이 기획한 ‘KBS 어린이 독서왕’을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하고자 하는 교육청이 후원하고 초등3~6학년을 대상으로 책 40권을 선정하여 ‘독서유무 검증시험(필기)→학교 독서골든벨(예선)→교육청 독서골든벨(본선)→KBS 어린이 독서왕 공개 녹화방송(결선)’의 절차를 통해 독서왕을 뽑는 것이었다. 선정도서는 ‘책과 함께하는 KBS 어린이 독서왕 로고’를 표지에 부착하고 독서지도안(7단계 독서법)과 예상문제를 부록으로 덧붙여 시중에 판매하였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독서와 관련한 이런 황당한 암기식 학습과 경쟁적 방식이 아이들의 독서 흥미를 감소시킴은 물론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왜곡시킬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었다. 공영방송과 교육청이 독서를 시험으로 만드는 반교육적 행위로 학교와 도서관, 그리고 독서문화를 황폐화시킨다는 사회적 비판이 거세게 일어 결국 시행 전 전면 폐지되었는데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미국도서관협회ALA 자료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의 95%가 즐거운 독서와 다독을 장려하는 여름 독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립도서관의 〈원활한 운영 : 여름독서프로그램 관리를 위한 단계별 가이드〉에는 ‘독서·책·재미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공공도서관에서 겪은 긍정적인 경험, 도서관과 사서를 생각하면 항상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행복한 어린이보다 더 중요한 규칙이나 이슈는 없다’며 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의 목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독서프로그램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독서프로그램은 초창기에 독서주간, 도서관주간, 독서의 달, 책의 날 등 행사 위주의 프로그램에서 독서교실, 독서회, 강연회, 북스타트 등 교육과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변천되어 왔다. 오늘날 공공도서관의 독서프로그램은 독서교실과 독서회 위주로 구성되고, 일회성 프로그램으로 도서관주간과 독서의 달에 독후감대회, 독서퀴즈대회, 강연회, 독서토론대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독서치료, 독서클리닉, 도서관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도 있다. 이 중 독서교실의 대표사례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주관하고 전국의 공공도서관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동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1971년 1회를 시작으로 6회(1973년)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만 시행하다가 7회부터 전국의 공공도서관으로 확대되었고 2007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으로 사업이 이관되어 현재까지 45년간 이어지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독서교실은 아이들로 하여금 독서의 즐거움과 필요성을 깨닫게 하고 올바른 독서태도와 습관을 갖게 함과 동시에 도서관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도서관 이용의 생활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전체 공공도서관 928개 중 50%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확인된다.
통상 이러한 독서교실은 방학기간에 비해 프로그램 운영기간이 5일 정도로 상당히 짧아 참여자의 지속적인 책 읽기를 유도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러다 보니 독서력이 떨어지는 아이들 보다는 우수한 아이들이 많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 자발적인 독서보다는 선정된 책을 읽고 독후감, 독서논술, 독후미술 등 정형화된 독후활동을 하고, 그 결과물에 성적을 매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건강한 독서문화를 조성하기 어렵다 판단된다. 독서교실의 내용이 이렇다 보니 애초의 목적인 누구나 어려서부터 독서의 즐거움과 필요성을 깨닫고 올바른 독서태도와 습관을 기르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요즘 많은 지자체와 공공도서관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독서진흥 프로그램인 북스타트를 살펴보자. 영유아를 대상으로 모든 아가들에게 책꾸러미를 제공하여 평생 책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고 책으로 즐거움을 누리게 하자는 독서운동으로 우리나라는 2003년에 처음 도입한 후 현재 62%의 지자체가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행한지 10년이 넘은 지금, 비판적 시각으로 평가하면 부모와 양육자가 책을 매개로 아가들과 사랑과 즐거움을 공유하자는 북스타트 본연의 철학은 무시되고 조기교육으로 인식하여 아가들에게 글자를 가르치거나 책놀이를 빙자하여 독서의 즐거움과는 상관없는 수업활동 하는 경우도 많다.
2.2 담작은도서관의 독서프로그램 현황
담작은도서관은 사립어린이도서관으로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 책 읽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도서관의 프로그램은 연령과 대상, 어린이의 요구와 흥미를 고려하면서도 도서관의 기본적인 역할에 부합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기획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성을 견지하고자 운영사항에 대해 좋았던 점, 개선할 내용 등을 매달 자체 평가하고 있다.
담작은도서관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운영이 원활치 못한데 근본적으로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의 주된 연령층이 초등학교 중고학년에서 점점 저학년과 미취학 아동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도서관이 급격히 성장하는 10대 아이들에게 그들 또래만의 문화와 생각이 담긴 재미있는 자료와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림책 중심의 스토리텔링과 주로 어린 아이들을 표적으로 한 독서프로그램에 집중함으로써 초등 고학년 아이들을 더욱 도서관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이에 도서관은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무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일례로 기존의 스토리텔링 방법에 변형을 준 ‘이야기신문고’(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오면 책 속 등장인물 또는 영화/드라마 속 캐릭터로 분장한 사서가 그 책을 읽어주는 방식)를 운영해 보았다. 처음에 아이들은 그 시간을 무척 좋아하였다. 하지만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사서의 캐릭터 분장은 금세 식상해 할 줄 알았지만 아이들이 자기가 가져온 책 속 이야기에도 집중하지 못 한다는 점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아마도 평소 아이들은 스스로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기 보다는 어른들이 좋다고 판단한 책, 누군가의 추천 도서목록에 나와 있는 그런 책만 읽어온 건 아닐까? 방학이면 숙제를 위해 권장도서목록을 들고 오는 이용자가 많다. 방학과 동시에 재빠르게 도서관을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다른 책에는 눈 돌릴 시간도 주지 않고 누구보다 먼저 책을 대출하는 어른이 있고, 개학날이 가까워지면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은 엄마에게 질질 끌려오는 아이들이 있다. 책을 읽는 것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자기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더욱이 독서의 즐거움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읽게 하려고 만든 학교의 권장도서목록은 책을 더욱 부담스럽고 재미없는 물건으로 만들게 분명하다.
2.3 자발적인 책읽기의 중요성
그렇다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고 책을 좋아하지 않는 성인으로 성장하지 않을 방법은 없는 걸까? 자발적인 책 읽기의 중요성에 관한 도날린 밀러와 스티븐 크라센의 이론은 주목할 만하다.
〈수업중 15분 행복한 책읽기〉의 저자 도날린 밀러(미국, 중등교사)는 지금은 독서하는 것 자체를 지루해할 뿐 아니라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한때에는 책을 좋아했던 아이들이라고 봤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책과 멀어진 이유는 수년간 지속해 온 독해연습, 독후감쓰기, 수업용 소설읽기와 같은 전형적인 독서교육 때문이라고 했다. 도날린 밀러 교사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만들려면 독후감쓰기, 독서록, 독서퀴즈 등 책읽기와 관련된 어떤 과제나 행사를 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독서환경을 제공해주고 책 읽는 재미를 찾을 때까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골라 읽을 수 있는, 자발적인 책읽기를 지원해주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읽기혁명〉의 저자 스티븐 크라센(미국, 언어학자) 또한 책을 읽고 난 후에 독후감을 쓰지 않아도 되고, 각 챕터 끝에 질문지가 없으며, 원하지 않으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은, 스스로 읽고 싶어서 읽는 자발적인 책 읽기, 즉 자율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읽기환경과 자율독서, 리터러시 발달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읽을거리가 많고 잘 갖춰진 독서환경을 많이 접할수록 리터러시가 발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독서환경에 아이들이 그냥 머물러 있다고 해서 발달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고 싶어서 읽는 자율독서를 통한 즐거운 책읽기를 통해 가능하다고 하였다.
제3장 독서프로그램 운영사례
담작은도서관은 10세를 기점으로 아이들이 점점 더 책과 도서관으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바라보며, ‘바람직한 독서가 무엇인지’, ‘즐거운 책읽기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현재 다음과 같은 독서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다.
3.1 여름·겨울 독서교실 ‘난 이만큼 읽을 거예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초등학생 및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방학 기간 동안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종류와 권수를 스스로 정해 읽는 방학독서프로그램이다. 독서의 즐거움은 아이들이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골라 읽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이에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보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골라 참여자들이 목표를 적정하게 설정하도록 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책 읽기를 완료하여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는 동시에 독서는 즐거운 것임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었다.
독서교실은 아래 그림 순서대로 진행된다.
설명회 시간에는 이 프로그램을 왜 시행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도서관의 경우, 무기력하고 수동적이며 생각하는 것조차도 귀찮아하는 아이들을 양산하는 우리사회의 비참한 교육현실과 일찌감치 책과 멀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독서상황에 대해 주로 설명하였다. 또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는 경험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자발적인 책 읽기가 가능해지므로 많은 책을 읽으려고, 또는 많이 읽히려고 욕심내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처음으로 본인이 읽을 책을 골라 읽는 것이므로 ‘언제 이 책들을 다 읽나’하는 불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게 하지 말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설명회 자리에서 주로 나온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꼭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어야 하나?집에 있는 책을 읽든 친구의 책을 빌려 읽든 상관없지만 도서관에는 다양한 자료들이 많고 그 속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자료를 찾아보는 행위를 통해 관심의 폭을 넓혀 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하여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 읽지 않은 책들이 많은데 그 책들을 읽어도 괜찮은가?집에 있는 책의 대부분은 전집류이며 그 책들은 아이가 원해서 구입한 책이 아니다. 잘 읽게 되지도 않고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책에 손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경향이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집에 있는 책을 읽혀 보려고 하는 것은 잘못하면 책으로부터 아이들을 더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책을 어디서 읽나?도서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꼭 도서관에서 읽어야만 하는 줄로 인식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도서관 프로그램처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요즘의 고학년 아이들에게 집, 공원 등 아무 데서나 읽어도 되는 독서조건은 자유와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 만화책만 읽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만화책만 보려고 하는 아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많지만 요즘 책 안 보는 아이들은 만화책조차도 읽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도서관 사서를 통해 괜찮은 만화책을 추천받아 보는 것도 좋고,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만화책 이외에 관심 있는 주제의 다른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볼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가 보는 책을 부모가 읽어도 되는가?제힘으로 책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어른이 책을 읽어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행위이다. 또 아이가 보는 책을 어른이 함께 보면 책이야기를 아이와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자연스럽게 책 읽는 가족문화를 만들 수 있어서 좋다.
2년 동안 독서교실프로그램을 운영해 본 결과, 초등학생은 고학년보다 저학년의 참여율과 독서량이 높았으며, 청소년은 중학생의 참여가 높았고, 성인은 연령이 높을수록 참여율이 낮았다. 읽은 자료를 살펴보면 경제, 도깨비이야기, 판타지, 공포이야기, 과학이야기 등 나름대로 주제를 정해 책을 읽거나 학교에서 방학숙제로 내준 권장도서를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행태의 경우, 고학년은 쪽수가 제법 있는 책을 포함하여 책 한 권을 여러 날 동안 읽은 반면 저학년의 경우에는 그림책 등 읽기 쉬운 책을 하루에 여러 권 읽는 경우가 많았다.
소감나누기 시간에는 ‘두꺼운 책을 많이 골랐다가 다 읽느라 고생한 초등생 아이의 이야기’, ‘청소년 범죄를 다룬 희곡집을 읽고 청소년보호법에 관심이 생겨 자료를 찾아보았다는 청소년 친구의 이야기’, ‘저녁 식사 후 가족이 식탁에 모여 30분씩 책 읽기를 하였는데 나중엔 아예 식탁을 거실로 옮겼다는 어느 어른의 이야기’ 등 저마다의 소중한 경험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었다. 겨울독서교실에서는 선물로 북카페 이용권 대신 매일 조금씩이라도 규칙적으로 책을 읽으라는 뜻으로 ‘나만의 책 읽는 시간을 그려 넣은 시계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소감나누기 시간을 통해 상당수의 참여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책읽기 계획을 세워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고자 했고 그러나 보니 독서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다.
더불어 프로그램에 신청은 했지만 끝내 완료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너무 많은 책을 계획에 넣어 부담이 되었고 한 권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다’, ‘계획을 세웠지만 꾸준히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꼭 읽어보라고 권한 책이었는데 읽기 어려웠다’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결국 책 읽기는 한순간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밥을 먹듯 일상적 행위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습관화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책 읽는 행위를 지속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자기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책을 선택하여 읽어야 하며 그래야만 그 안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고 책 읽기의 가치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3.2 판도라의 지식상자
판도라의 지식상자는 EBS 지식채널ⓔ 영상을 통해 암기하는 지식이 아닌 눈으로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매달 한 가지 주제를 정하여 영상물과 같이 보면 좋은 자료들도 전시․소개하여 주제 관련 흥미를 유발하고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진행한다.
프로그램의 주제 선정과 자료 선정은 EBS 지식채널ⓔ 영상과 도서관의 자료들을 살펴보며 공통 주제를 찾는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데, 주로 월별 특징적인 사항을 주제로 삼을 때가 많다. 초기에는 주제에 대한 선정 자료들이 많았으나, 이용자들이 어떤 책을 보아야할지 선택의 어려움을 겪어 최소한으로만 선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책들 중 괜찮은 자료를 선택하여 소개해주려면 담당 사서가 여러 책들을 살펴보고 꼼꼼하게 읽어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시간을 쪼개어 틈틈이 본다 해도 주제 관련 책들을 모두 살펴보기란 힘든 일이다. 그래도 분야별로 다양한 책을 선정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자료선택에 대한 미비한 점들이 많다.
매달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마다 자료 선정이 가장 어렵지만 그 밖에도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상은 있으나 관련 자료가 많지 않을 때, 반대로 소개해주고 싶은 주제의 자료는 있으나 관련 영상을 찾기 힘들 때는 자료 선정만큼이나 영상 선택에도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간 운영해 본 결과, 영상이 주는 시각적 효과와 주제 전달의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서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금박별이 박혀 있는 파란 옷과 검정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 마술사가 아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마술사로 불리고 있다. 아이들은 사서가 들고 오는 나무 상자에 대한 호기심도 갖는데, 그 호기심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진행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나무 상자에서 그림을 하나둘씩 꺼내어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 오늘의 주제를 유추한다. 주제를 맞추면 영상을 보여주고 영상에 대한 설명과 사전에 보여준 그림으로 주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듣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고 답해주기도 하는 등 운영자와 참여자 간의 소통도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선정한 자료들의 표지를 보여주며 각각의 자료를 소개하는데,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는 하되 자세히는 소개하지 않는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그 책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어 결국 자료의 열람과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료의 이용 독려를 위해 선정 자료 목록은 참여자들에게 배부한다. 참여자 이외의 다른 이용자들 또한 관심 갖기를 바라며 각 층 게시판마다 자료 목록을 비치해 두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자료를 소개하고 목록을 배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도 본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함께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책을 다시 열람하거나 대출하고,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갖는 등의 변화가 관찰되어 그 이후에는 꾸준히 한 권의 책을 같이 보고 있다.
프로그램의 주 이용자는 성인과 어린이이다. 주로 어린이와 그 부모들이 참여하고, 초등학생 고학년보다는 저학년들의 참여율이 높다. 부모의 권유로 인한 참여가 높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함에 참여하거나 관심 주제일 때에도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학년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아이들의 질문과 주제를 벗어나는 이야기로 진행의 흐름이 끊길 때도 많지만,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고학년 학생들의 경우에는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아이가 많아 운영자의 기획대로 진행되지만, 가끔씩 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도 있다. 질문하고 답하는 주 내용은 그림을 통한 주제 유추, 영상을 보고 난 후의 느낌, 주제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에 대한 독서 경험 유무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질문을 하고 답하는 것일 뿐 이야기 나누는 것이 주가 되어서도 안 되고 이야기를 들으러 온 아이들이 부담을 느껴서도 안 되며, 오롯이 영상을 통해 세상의 좋고 나쁜 이야기를 듣고 책을 통해 만나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판도라의 지식상자의 효과는 프로그램 후 그 자리에서 책을 펼쳐보고 읽지는 않아도 표지를 살펴보는 아이들이 늘었고, 게시판에 비치해 둔 목록을 들고 다니며 책을 찾거나 한두 권씩 대출해가는 등의 변화가 보였다.
제4장 자발적 책읽기를 독려하는 독서프로그램의 요건
즐겁고 자발적인 독서를 독려하는 독서프로그램인가를 검토할 때에는 아래 7개 항목에 기반을 두고, ‘즐거운 책읽기’,‘자발적 책읽기’,‘주변 사람들과 함께 책읽기’를 독려하고 효율적인 독서프로그램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평가하고 적용해야 한다.
제5장 결론
예전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도서관 환경은 양적 질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또 하루에도 백여 종의 책들이 서점에 쏟아져 나올 정도로 읽을거리는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 속에서 독서 또한 학습의 일부로, 평가해야할 항목으로 다루어지고,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즐거운 책 읽기, 자발적인 책 읽기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책을 멀리하고 책 읽기를 거부한다. 과연 어린이와 청소년의 독서진흥을 위해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해 왔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와 도서관은 학습에 치여 책 읽을 짬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재미있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무언가 새롭고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참고문헌 】
(재)도서문화재단씨앗, 2012.『담작은도서관 2009~2011년 운영보고서』성남 : 도서문화재단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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