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0

도서관, 삶 그리고 꿈


순천기적의도서관 지킴이 좌담회


· 일시 : 2023. 8. 6. 19:00

· 장소 : 순천기적의도서관 별나라방

· 사회 : 김승현

· 참여 : 강영실, 김금순, 김영남, 장복영


사회자 김승현

오늘 우리 도서관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계시는, 20년 동안 우리를 지켜온 힘,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을 모셨습니다. 네 분과 함께 그동안의 소회와 과거 이야기,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까지 나눠보려고 합니다. 서로 잘 아시겠지만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름, 그리고 지금 기적의도서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고 처음에 기적의도서관에 어떻게 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영남

제가 도서관을 처음 왔을 때는 큰 애가 10살 때였어요. 초등 1, 2학년 때는 학부모 회장 등 학교 활동을 많이 하며 지냈고, 주마다 ‘느낌표’에서 추천하는 책을 사서 보곤 했어요. 기적의도서관이 생긴다니 그럼 봉사를 한번 해보자 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봉사활동을 안 해봤어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하는 봉사 정도만 해봤는데, 자발적으로 아이들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해보자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 저한테 남은 건 도서관에서 알게 된 선생님들, 그리고 미처 몰랐던 그림책의 매력입니다. 도서관을 다니면서 책을 선별하는 법,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단행본으로 읽어줘야 된다는 것을 접하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또 봉사하다가 뭐가 부족하다 싶으면 스스로 자격증을 따고 와서 봉사를 하는 등 자기개발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기적의도서관을 통해 그런 기쁨을 많이 느꼈습니다.


강영실

안녕하세요, 강영실입니다. 초창기부터 봉사를 시작해 현재 20년이 됐습니다. 기적의도서관에 오게 된 계기는 우리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자로 근무를 했었거든요. 같이 활동하는 엄마들끼리 기적의도서관에서 이렇게 한다더라, 같이 한번 나가보자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분들 모두 나가시고 저만 남아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사는 곳이 좀 멀어졌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좀 더 자주 봉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안 올 때 같이 봉사하는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북스타트와 수요견학 활동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3기, 4기 어린이사서들과 같이 수업도 했고 현재 27기 어린이사서 수업을 맡아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장복영

장여사로 불리는 저는 수요견학 팀장을 맡고 있고 북스타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봉사한 지는 13~14년 된 것 같아요. 여수에서 살다가 순천에 이사 왔을 때 가까이 있는 도서관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그 상상 속에 같이 빠져든 저도 감동의 물결에 젖어 천장을 바라보며 몰래 눈물을 훔치게 되더라고요.


기적의도서관은 저의 가장 큰 힐링이고 배움터였어요. 아마 제가 일평생 놓지 않고 싶은 세 가지 중 한 가지가 바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겁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봉사를 그만하라고 하지 않는 한 그렇게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금순

2014년도에 어린이도서연구회 책 읽는 모임에 가입해서 활동 및 후원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그때 기적의도서관 자원활동가 모집 공고도 뜬 거예요. 그래서 그걸 보고 시작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봉사의 개념을 잘 몰라서 그냥 특정 누군가가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일 대 일로 책을 읽어주는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떨리고 사실은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두려운 반면에 너무 기분 좋은 긴장이었어요. 그때는 진짜 기적관에 올 때마다 너무 두근거리고 떨려서 출입문을 잘 못 열었어요. 들어가면 시작을 해야 하는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거죠. 그렇지만 매주 올 때마다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10년 동안 하고 있어요.



사회자 김승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재밌는 이야기들 하나씩 들려주실래요?


김영남

막내를 출산하기 하루 전날까지 도서관에서 봉사를 했어요. 그 아이가 좀 커서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인 것 같아요. 아기가 막 걸어 다닐 때라, 엄마는 봉사하고 올 테니 여기서도서관에서 놀고 있어 그랬는데 끝나고 나니 애가 없어진 거예요. 


실종 신고까지 하고 경찰분들과 주변을 돌고 있는데 도서관 직원이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어요. 아이를 데리고 편의점에 과자를 사러 갔던 거예요. 제가 울고 있는데 직원이랑 아이가 손을 잡고 딱 나타나는 걸 보고 그 자리에서 다리 힘이 풀렸어요.


손에 막대사탕을 든 아이가 모퉁이에서 나타나는데, 기쁘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던 게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네요.


김금순

도서관에서 봉사하면서 그림책 장르를 처음 알았어요. 그때 저는 경제나 정치 관련 책만 봐서 문학은 읽지도 않았어요. 처음 봉사를 시작해서 무척 떨렸는데 그림책을 읽어줬을 때 아이들이 ‘감사합니다, 선생님.’ 하고 가는 거예요. 제가 선생님이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거든요.


기적의도서관에 오니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된 건가, 그런 부분에서 제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제가 깨닫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고 그냥 육아에 치여 흘려보냈던 시간들을 다른 돌쟁이 아이들을 보면서 상기하니까 책 읽어주기 봉사가 저에게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사실 영유아를 대상으로 책 읽기를 하면 30초밖에 안 걸려요. (내용에 대한) 반응도 없잖아요. 그런데 이야기가 끝나면 저에게 와서 매달리고 제가 말할 때 한번 빵긋 웃어주면 그게 그냥 힐링이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기보다 제 스스로 감정적으로 특별했던 것 같아요.


장복영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여수에서 활동하다가 이곳에 왔는데 남자, 아저씨가 책을 읽어준다는 거에 애들이 신기해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정말 엄한 아빠의 이미지였다면 봉사하고 ‘책 읽어주기’를 하면서 이제는 정말 다정다감하고 편하고 좋은 아빠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에 남자라는 이유로 우리 선생님들과 어울리는 건 좀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가장 큰 경험이자 추억은 이렇게 좋은 선생님들과 만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예요. 지금은 정말 너무 친해져서 거리를 두는 부분이 없어요.



사회자

우리 지킴이 방 앞에 보면 2010년에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받은 감사패가 하나 있잖아요. ‘귀하께서는 순천기적의도서관 책나라 지킴이로서 순천기적의도서관이 전국적인 어린이 전문 도서관 모델이 되게 하시고 독서문화 함양과 어린이도서관의 사회적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나와 있는데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처음에는 봉사자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주체적으로 활동을 하는 활동가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순천기적의도서관이 다른 기적의도서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도서관에 자원활동가 문화를 확산시켰습니다.


강영실저는 아이 키우면서 동화책 위주로 많이 읽어줬어요. 기적의도서관에 와서는 그림책으로, 매주 목요일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거든요. 애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면 그걸 다 듣고도 다시 보겠다고 아이가 책을 달라고 할 때 기분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런데 그림책을 집에 가져가서 우리 아이에게 읽어주려니 음성을 바꿔서 읽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읽어야 하나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그림책 동화구연 연습을 해서 자격증을 땄어요. 동화구연식으로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이제는 우리 손자에게 읽어주고 있어요. 책을 읽어주면 손주가 너무 좋아해요.


우리 딸이나 큰아들에게는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곤 했는데, 둘째에게는 넌 옆에서 들어. 그렇게 했었나 봐요. 그게 지금도 우리 둘째 아이에게 참 미안해요. 지금도 도서관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지킴이로 기쁨을 얻고 있습니다.


김금순

도서관 봉사를 하고 난 이후의 삶은 하기 전과는 정말 달라요. 그전에는 정말 무지한 삶을 살았다가 도서관을 다니고 나서는 도서관이 저에게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공간이 되었어요. 그래서 도서관에 올 때 항상 기분이 좋아요.


오늘은 어떤 친구들을 만날까. 하는 기대가 들어요. 그래서 도서관은 항상 저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에요. 또 이제는 작은도서관 운영자를 하고 있잖아요. 기적의도서관에서 봉사를 한 게 영향을 미쳤죠.


봉사하기 전에는 육아만 하는 경단녀였는데 작은도서관 운영자를 하며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됐어요. 기적의도서관이 제 삶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장복영

그냥 일상인 것 같아요. 도서관이 꼭 거쳐 가야 할 하루 일과, 일상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도 하고 제가 노는 걸 좋아하니까 놀이지도도 접하게 됐어요. 기적의도서관은 아이들과 책을 가지고 놀아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경험터이자 놀이터였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다 보니 성인 프로그램은 없다는 거예요. 역량 강화를 위해 엄마, 아빠들이 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도서관에 오게 되는데 그런 프로그램이 조금 아쉬워요.


사회자

앞으로 지킴이들이 도서관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기적의도서관에서 어떤 일을 해주셨으면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셨을까요?


김영남

인구 자체도 줄고 엄마들도 이제 봉사만으로 도서관을 찾지 않아요. 그리고 봉사자들이 목적을 달성하면 나가요. 순수하게 봉사를 하려고 와야만 계속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 등 떠밀려 온다든지 목적을 갖고 온다든지 하면 오래가지 못하죠.


이제 우리가 50대인데 (지킴이에) 2~30대도 들어오고 70대도 들어오세요. 사실 나이를 따지지 말아야 하는데, 서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의견이 안 맞는 부분이 있어요.


그분들과 진실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요. 봉사를 하면 같이 보기는 하지만 잠깐 활동하고 일이 있으니 가버리죠. 봉사만 하고 가면 그분들과 대화가 단절되잖아요. 프로그램을 정말 길고 탄탄하게 구성을 해서 한 6개월 정도 교육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어요.



사회자

기적의도서관에서 봉사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이 어떤 건지 하나씩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건 부활했으면 좋겠다. 이때 정말 좋았었다. 이런 것들 말이에요.


김금순

저는 처음 활동할 때부터 ‘책 읽어주기’를 하고 있어서 ‘책 읽어주기’가 가장 좋아요. ‘책 읽어주기’는 정규 프로그램은 아니고 봉사의 일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되었고 듣는 사람의 나이에 상관없이 효과가 정말 좋다 보니 이걸 조금 더 체계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도서관 운영자를 하면서 거기에서도 ‘책 읽어주기’를 하는데, 그냥 글을 읽어주는 것과 책을 읽어주는 것의 개념 구분이 안 돼요. 그래서 기적의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를 특화하면 좋겠어요.


현재는 우리 활동가들끼리 공부하고 소통하면서 이렇게 읽자, 조금 더 경력 있는 선배가 이렇게 읽으면 좋다, 정도로 말하는 거지 진짜 전문가가 와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편안한 것도 좋지만 저는 단순히 글이 아니라 책, 그 이야기를 읽어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노하우를 잘 알고 계신 분을 초청해서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책 읽어주기’는 지금도 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또 요일을 선택해서 와야 들을 수 있는 부분이 아쉬워요.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니까 언제 가든지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믿음이 생길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원활동가를 모집하는 게 좀 고민이 되긴 하죠. 진짜 순수하게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요즘 정말 적어요. 자신이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거든요. 배우면 되니까요. 정말 순수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모집해야 하는데 어떻게 모집해야 하나, 그리고 이 봉사의 의미를 어떻게 홍보할 건가 고민이 되요. 그런 분들이 오시면 정말 일당백이거든요.


사회자

맞습니다. 기적의도서관은 사람을 키우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건 저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며 도서관을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으니 마지막으로 스무 살이 된 기적의도서관에 한마디씩 해주시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장복영

바라는 부분은 많죠. 실질적으로 누군가 나를 위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저희가 어린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주지만 어른들도 힐링 받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가끔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들려주기 프로그램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왔을 때 뭔가 작품 하나를 만들고 가는 것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아이들이 동화 속의 주인공이나 조연이 되어 활동하고 그것을 영상 등으로 담아가는 프로그램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가족 간에 뭔가 가지고 가서 집에서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연대감이 저희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연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강영실

20년이 되었으니 이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잖아요. 제가 어린이사서 수업을 하다보면 도서관에 자주 오는 애들이 있어요. 고학년 친구들에게 어린애들한테 책 한번 읽어줄래? 하면 정말 재밌게 잘 읽어줘요. 듣는 애들도 언니, 오빠가 읽어주면 잘 들으니까 좀 더 큰 아이들이 더 어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그런 역할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기적의도서관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잘 안 오잖아요. 마찬가지로 작은도서관도 애들이 초등학교 6학년, 아니면 중학교 1~2학년까지만 도서관에 오거든요. 그 뒤로는 잘 안 와요. 가끔 학교에서 책을 빌려오라고 할 때나 봉사를 해야 할 때만 오거든요.


예전에 초등학생이었던 애들이 지금은 성인이 됐잖아요. 그래서 초등학생 때 기적의도서관을 다녔던 20살 넘은 친구들을 초대해서 올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영남

한번 생각해 본 게 지금은 성인 지킴이만 있잖아요. 어린이 지킴이, 학생 지킴이 등이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모임을 하면서 기적의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나누며 꾸려나가는 것도 어떨까 해요. 지킴이를 꼭 성인만 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책을 접하는 것도 싫어하고 읽기도 싫어해요.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다 태블릿을 보고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을 유입시키려면 학교에 공지를 해서 초등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년간 지킴이를 할 사람을 모집하는 거죠.


또 중학생만 돼도 학교 축제할 때 코스프레 같은 걸 많이 하잖아요. 기적의도서관은 많은 게 책이고 또 가까운 곳에 두 곳의 초등학교가 있어요. 이벤트성이 된다 해도 도서관이 끝까지 유지가 되고 홍보가 되려면 사람이 와야 하잖아요. 연초에 아이들 대상으로 공지를 하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의상을 직접 제작해서 페스티벌을 하는 거예요. 기간은 6개월 정도 주고 책도 캐릭터도 자기가 정하고 옷도 직접 제작해서 콘테스트를 하고 이제 그 옷을 입고 페스티벌을 하는 거예요. 책축제를 하며 공원도 한 바퀴 돌고, 대회를 해서 선정을 하는 거죠. 어린 친구들이 동화책, 그림책에 나오는 캐릭터 옷을 입고 다니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호기심을 가질 것 같아요.


김금순

순천기적의도서관이 처음 태어났을 때 순천을 넘어 전 국민의 축하와 응원을 받았죠.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어느덧 스무 살이 되었네요. 그동안 잘 버텨줬고 또 많은 이야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스무 살 기적의도서관에게 너무 수고했고 기특하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잘 성장했지만 또 제2의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면 초등학교에 다녔던 친구가 중학교에 가면서 교복을 입고 자랑하러 와요. 또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오고요. 그러면 내 새끼도 아닌데 우리 도서관을 거쳐 간 아이들이기 때문에 잊지 않고 찾아와준 게 너무 고마운 거예요.


개인적인 바람으로 기적의도서관을 이십 년 동안 거쳐 간 아이들이 다시 찾아왔을 때 자기가 갖고 있는 추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시설이 크게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좋은 시설, 세련된 도서관들은 전국에 많아요. 그런데 깨끗하고 좋은 것만 찾다 보니 약간 옛스럽고 또 오래된 그런 느낌의 도서관은 점점 없어지고 있거든요. 


기적의도서관만큼은 그걸 조금 더 오래 간직하면 어떨까 싶어요. 이제 막 다니기 시작한 이용자들이 여기 조금 낡았네, 여기 조금 바꿔주면 좋겠다 이런 바람도 물론 있겠지만 기적의도서관의 처음의 취지를 생각해서 보수나 관리의 개념은 있어도 큰 틀에서는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추억을 다시 얘기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크게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자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선생님들이 계셔서 도서관의 미래가 밝습니다. 




★순천기적의도서관 20주년 기념 백서 『기적답게, 스무 살』(2023)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