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0

우리가 바라는 어린이도서관


부모 이용자 좌담회


· 일시 : 2023. 5. 23.(화) 10:00

· 장소 : 순천기적의도서관 작은모임방

· 진행 : 김승현

· 참여 : 최문희, 이지우, 이민주, 김혜연, 김주희


사회자 김승현

안녕하세요. 순천기적의도서관 개관 20주년 기념 부모 좌담회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자의 성함과 도서관을 처음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또 자녀 나이 등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을 얼마나 방문하시고 어느 정도 애정을 가지고 계신지도요.


최문희

저는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로 있습니다. 지금 첫째 아들이 24살, 둘째가 23살, 셋째가 19살이에요. 기적의도서관이 설립됐을 때 근처에 살았고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기적의도서관이 크게 화제가 되었을 때 아이들을 데려왔어요. 아이들이 네 살, 세 살 때라 엄청 뛰는 거예요. 제가 감당이 안 되었죠. 그리고 며칠 있다가 지역 뉴스에 기적의도서관에 온 아이들이 너무 뛰어다녀서 민원이 들어온다는 거예요. 얼마 있다가 반박 뉴스가 나왔는데 기적의도서관은 그러라고 만든 도서관이라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도서관은 엄숙해야 하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기적의도서관이 생기면서 문화가 바뀌었어요. 어린이는 기적의도서관에서 떠들어도 되고, 어른들 역시 아이들이 이곳에서 그래도 된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어요. 문화를 선도한다는 게 이런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지우

안녕하세요. 저는 순천대학교 직원이고 지금 육아휴직 중에 있습니다. 자녀는 초등학교 5학년, 1학년 두 명이고요. 저는 딸들을 아그들방에서 키웠습니다. 사실 휴직 전에는 거의 육아를 안 했어요. 아직 도서관 프로그램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번 좌담회는 배우는 심정으로, 그리고 이제 막 육아를 시작한 초보 아빠의 입장으로 참여했습니다. 휴직 중에 도서관을 많이 이용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주 1회 정도 옵니다. 작은도서관도 가고 큰 도서관 행사에는 꼭 가려하고, 도서 대출반납보다는 행사와 프로그램 참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민주

저는 10살과 6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 이 근처에 살아서 기적의도서관을 알고 있었어요. 그때는 책 때문에 왔다 갔다 했고 큰 애가 태어난 뒤에는 기적의도서관에 와서 신나게 기어다니게 했어요. 도서관 정원에서 걸음마를 시작했거든요. 그때 걸음마를 떼는 사진이 기적의도서관 배경과 함께 남아있어서 그 사진을 전시회 할 때도 냈었어요.


기적의도서관은 큰 애와 추억이 많은 공간이에요. 여기서 북스타트도 하고 프로그램도 열심히 신청해서 다녔습니다. 최문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마음껏 뛰어도 되는 도서관이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는 분위기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런 지적을 몇 번 받게 되니까 아이도 위축되고 저도 부담이 되어 한동안 오지 않게 되었고 둘째가 태어나고 이사를 가면서 주로 다른 도서관에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최근에 다시 왔는데 분위기가 좀 더 자유로워지고 아이들을 많이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어요. 최근에는 큰애가 ‘기적을 그리는 화가’수업을 듣고 있어서 금요일에는 늘 오고 있고요. 누나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둘째도 여기서 카트에 책을 담아와서 책놀이터에 가서 놀다 보니 저도 매주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김혜연 

저는 지금 10살, 7살 두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요. 삼산도서관을 주로 이용했는데 저희 아이가 돌 때부터 도서관을 다녀서 처음에는 이용자였다가 나중에는 북스타트 봉사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이어가고 있고 매주 어느 도서관이든 항상 가는데, 기적의도서관에 오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다니면서 보고 싶은 책을 골라서 볼 수 있고 또 앞에 놀이터가 있잖아요. 그래서 공원에서 뛰어놀다가 지치면 다시 도서관에 와서 좀 쉬면서 책도 보곤 해요. 그렇게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라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도서관이 꼭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나 공연도 즐길 수 있구나,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김주희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 순천지회 정책부장을 맡고 있는 김주희입니다. 큰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3학년, 둘째는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저에게도 기적의도서관은 감회가 새로워요. 왜냐하면 여기 아그들방에서 놀다가 어린이도서연구회 홍보물을 보고 전화를 해서 어린이도서연구회에 가입하게 되었거든요. 


저는 어떻게 하면 애들한테 그림책을 잘 읽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들어가게 됐어요. 지금은 조례호수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거든요. 전공이 음악이라 음악과 같이 연계해서 아이들에게 무료로 봉사하는 콘서트도 여러 번 했습니다.


주말에 기적의도서관에 오는 게 정말 좋아요. 그런데 기적의도서관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데 5분 뒤에 들어가면 접수가 끝나있고 해서 준비를 해도 잘 안되더라고요.



사회자 김승현

말씀하신 대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는데요, 이제 도서관을 이용하실 때 어떤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시는지, 어떤 서비스에 대한 만족이 가장 높았는지 한번 듣고 싶습니다.


최문희

저는 연향도서관을 많이 이용했고 당시에는 북아트, 생활과학 그런 프로그램들을 많이 했었어요. 저는 제 아이들을 도서관과 함께 키웠다고 자부해요. 왜냐하면 학원을 안 보냈거든요.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했어요. 그만큼 좋았어요. 제 아이를 그렇게 도서관에서 키워냈기 때문에 제가 봉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기적의도서관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책들이 있어요. 그래서 대출 서비스가 가장 좋아요. 제가 전국의 많은 지역의 대표자들과 이야기를 하면, 순천만큼 도서관이 잘 돼 있는 곳이 없어요.


이지우

사실 저는 프로그램에 참여를 많이 해본 편이 아니라 시설적인 부분을 얘기하고 싶어요. 첫째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둘째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아그들방을 다녔어요.


제가 어릴 때는 장천동에 살면서 동외동에 있는 순천시립도서관현 그림책도서관에 다녔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도서관을 이용을 하면서 느낀 것은 도서관은 엄숙한 공간이라는 거였죠.


와이프 친구가 와이프에게 기적의도서관에 아그들방이 있다는 얘기를 해줘서 와보니까 굉장히 좋은 거예요.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기도 했죠. 좀 더 일찍 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요.


여기는 아이들이 떠드는 게 민폐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아이들이 마음대로 책을 읽어도 되는 공간이라 좋아요. 또 아이들은 아빠가 오버를 해서 읽어주면 좋아하잖아요.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공간, 그게 저한테는 참 좋았습니다.


SNS 홍보를 보니 도서관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더라고요 얼마 전에 참여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저도 대학교에서 여러 가지 행정을 해본 입장에서 직원분들이 정말 고생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공동 육아하는 좋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민주

아기가 어렸을 때 아그들방에 왔을 때, 배고픈 애벌레 책상에 미끄럼틀이 있고 햇살이 들어오고 그리고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방에 아기침대까지 있어서 그게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뭔가 받아들여지는 느낌, 아이들이 편하게 올 수 있게 말이죠.


저도 어린이도서연구회를 3, 4년 정도 했어요. 기적의도서관에 재미있는 책들이 많이 있고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또 바로 해주시는 부분들이 있어서 도서 대출도 마음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뭘 신청하거나 의견을 냈을 때, 이렇게 받아들여지고 발전해 나가는 게, 오는 사람을 환대하는 면이 좋았습니다.


또 영유아 프로그램부터 초등학생, 엄마들, 그리고 손주들을 기르는 노년층 교육까지 신경을 쓰시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며 대단한 곳이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김혜연

저는 고향이 일산인데 거기도 도서관이 많은 편이에요. 그리고 저는 문헌정보학 전공을 해서 도서관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기적의도서관을 만들었던 얘기를 대학 수업 때 들었거든요. 그 수업에서 기적의도서관에 대한 발표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여기 왔을 때 감회가 새로웠어요. 내가 수업 시간에 발표했던 그곳 아니야. 그래서 친구들과 공부했던 곳에 와서 아이들이랑 이용을 하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확실히 기적의도서관 프로그램에 관한 부분은 자부심이 어깨가 하늘까지 솟을 정도예요. 그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했다는 것부터도 너무 감사하고 그걸 제가 이용할 수 있어서 더 감사한 일입니다.


어린이도서관이 프로그램 접근성이나 아이들의 재미를 위해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는데, 진짜 그걸 하고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러웠어요.


김주희

저희 딸이 다른 것도 다 좋은데 특히 화장실 냄새가 안 나고 깨끗해서 좋다고 했어요. 저는 책이 많아서 좋은데 요즘은 주차가 좀 힘들긴 하더라고요. 아이들 하교 후에 오면 주차가 너무 힘들어서 상호대차로 기적의도서관 책을 조례호수도서관에서 받아 보고 있어요. 전 도서 대출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여기만의 장점은 책을 누워서 봐도 되는 거예요. 진짜 신기한 게 누워서 보면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은데 나중에 물어보면 아이들도 다 알고 있더라고요. 뭐니 뭐니 해도 다른 도서관에 없는 어린이책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사회자 김승현 

좀더 생각해봤을 때 방향을 이렇게 좀 바꿔가야 한다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이지우

사실 프로그램은 다 만족스러워요. 모두 안 해본 것들이라 저는 좋은데, 시설적인 부분에서 주차장이 가장 큰 문제죠.


기적의도서관 앞에 버스 환승장을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버스카드를 찍고 내려 도서관을 이용하다 나갔을 때 다시 찍으면 환승이 되도록 시에서 버스비를 지원해 주는 식으로요. 대중교통도 이용하고 주차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최문희

요즘 도서관들의 패러다임이 가족 도서관 이런 식으로 많이 흘러간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기적의도서관은 무슨 프로그램들이 있나 쭉 훑어봤어요. 홈페이지를 보니까 예전과는 많이 다르구나. 이렇게 많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뭔가를 보여주고 성과를 내야 하는 프로그램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점점 부모가 움직여야지만 아이가 도서관에 오는, 아이 스스로는 찾아올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잖아요.


제 생각에는 아빠들을 도서관에 끌어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아빠들이 밤에 모여서 책에 대한 토론도 하고 도서관이 재미있는 공간이라는 걸 알려주면 아이와 함께 오지 않을까 싶어요.


김주희

제가 이번에 김세실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게, 제가 이런 수업을 저희 아이가 취학 전 어렸을 때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에요.


부모교육을 한 달에 한 번씩 단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육아서와 함께 아이의 육아에는 이런 책이 좋다고 기적의도서관에서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설명해 주고 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다고 홍보하는 거죠.


그러니까 아그들방에 책이 꽂혀있어도 어떤 책을 골라야 하나 엄마들이 되게 막막해해요.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림책을 보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서는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해야 해요. 그림책으로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갔겠다, 이런식으로요. 내 아이를 위해서는 이렇게 찾아보게 되고 이건 뭐지? 하는 식으로 그림책 공부가 가지치기가 되더라고요.


그 수업을 통해 가지가 뻗어나가면 영유아 책을 읽은 엄마들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가면 자기들이 알아서 동화책을 뽑아서 읽더라고요. 계속 연결하고 자극만 살살 되게끔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혜연

저는 올해 활동 8년 차가 되었어요. SNS에 책을 올리면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애기한테 뭐 읽어줘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에요. 저는 달마다 주제를 정해서 저희 집 거실에 있는 책장을 한 번씩 다 갈아엎었어요. 저희 아이가 여러 가지 주제의 책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항상 그걸 바꾸거든요. 근데 그때 반응이 제일 좋아요.


엄마들이 진짜 우리 애들한테 뭘 보여줘야 될지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역할을 도서관에서 해주면 너무 좋겠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핸드폰이 생기고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서 책과 점점 멀어진다고 말을 해요. 책도 너무 재밌다는 걸 알려주면 아이들이 또 이어져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조금씩 알려주는 거죠. 또 이런 책이 재밌다는 걸 엄마도 알고 아빠도 알아야 아이한테 권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다 같이 노력을 해야 하지만 씨앗을 던져주는 부분은 도서관에서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김주희

한 가지 더 부탁을 드리자면 저희 딸이 3학년이 되어 항상 여기서 숙제를 하거든요. 예를 들어 고전을 읽을 때, 똑같은 양반전이라 하더라도 출판사에 따라 그림이나 글씨가 다 달라서 아이들이 재밌어하더라고요. 학교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을 갖고 오라고 했을 때 저희 딸이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를 가져갔어요. 그 안에 한국화로 그려진 고양이 그림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것과 관련된 책을 학교도서관에서 찾아서 빌리더라고요. 그래서 주말에는 무조건 기적의도서관에 가서 연계 독서를 해요. 여기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기적의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곤 하는데 고전이나 비문학 서가의 오래된 책들은 정말 오래됐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 재미있는 책들이 많은데 조금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있어요.


최문희

낯선 어른이 들어왔을 때, 기적의도서관이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라는 안내가 없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여기를 그냥 도서관으로 생각하고 들어오시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 어르신들에게 어른들이 읽기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림책도 재미있다는 걸 설명해 주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자 김승현

공간이나 시설적인 면에서 혹시 바라는 점이 있으실까요?


이민주

시설 부분은 아닐 수 있는데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요즘은 거의 다 인터넷으로 하잖아요. 그러면 클릭을 잘하는 젊은 엄마들이 유리해요.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 그리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SNS를 안 하면 정보 자체를 얻기 어렵잖아요. (취약계층을 위해) 한두 자리는 비워놓거나 아니면 다문화 가정이 있는 곳, 학교나 어린이집을 연계해서 다문화 엄마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별도의 루트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한 번 신청한 사람은 다음 달에 신청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한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문화 엄마들에게 그림책을 통한 한글 교육을 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아이는 엄마를 통해 자라고 엄마도 이곳에서 같이 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이동권’이라는 말이 저에게 크게 다가왔어요. 정말 아빠, 엄마의 의지가 없으면 도서관에 올 수 없는 아이들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서관 주변에 있는 아이들만 오기보다 뭔가 순천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수업 공간처럼 됐으면 해요. 가까운 학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학교들이 한 번씩은 이곳에 와서 책도 빌려보고 연계 수업도 하는 게 체계화되어, 기적의도서관이 와보지 않은 학교가 없게 하는 그런 열린 도서관 같은 기능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지우

우선 이민주 선생님의 의견에 모두 공감합니다. 그리고 아까 디지털 관련해서도 말씀을 하셨잖아요. 제가 이 부분에 대해 좀 알아보고 싶어서 기초교육 분야에 있어서 도서관의 역할이 무엇이니? 라고 챗GPT 등에 검색을 해봤는데,  모두 ‘디지털 리터러시’와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를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게 진짜 공감이 가요.


저는 요즘 이북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게 보는 사람만 보더라고요. 요즘 어린이들은 대체로 휴대폰을 잘 다루기는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을 거고요. 그런 데서 또 격차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북으로 보면 도서관에 오지 않고도 책을 쉽게 빌려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북 리더기 등을 같이 대여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잖아요.


김혜연

제가 봉사도 하고 도슨트도 하고 수업도 하니까 일주일에 4, 5일을 도서관에 가요. 저는 여기가 너무 익숙해요. 그래서 북스타트 할 때 엄마들에게 설명을 해주죠. 도서관을 이렇게 이용하세요. 대출증 만드시고 하면 이미 대출증부터 어려워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오세요. 애가 책을 보면 보고 안 보면 말고 놀면 놀다가 가세요. 5분만 있다 가도 되고 도서관 앞에서 보다가 가셔도 돼요. 여기에 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다음에 또 와서 책 보면 되잖아요. 그렇게 말씀을 드려요.



사회자 김승현

마지막으로 20주년을 맞은 기적의도서관에 한마디씩 해주세요. 기적의도서관아,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다 하고 짧게 한 마디씩만 해주고 마무리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김혜연

사실 인구가 많이 줄어들고 아기를 잘 안 낳아요. 육아를 할 때 내 시간이 없는 게 요즘 엄마들에게 좀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저도 그게 많이 힘들었는데, 꼭 아이를 키운다고 해서 내가 없어지거나 어떻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 안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그 아이가 너무 소중해서 더 애지중지 키우는 그런 분위기잖아요. 그러면서 가족이 다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시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기적의도서관을 가족이 이용하는 도서관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가족이 함께 와서 체험할 수 있고, 가족이 함께 편안하게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지우

여기가 구도심의 시립도서관처럼 이용자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시립도서관은 그림책도서관으로 바뀌면서 많이 발전했는데 그러면 기적의도서관도 바뀌어야 하느냐? 그런데 기적의도서관의 경우는 기존의 배경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다른 공간으로 전환하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기적의도서관은 특별한 스토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여기를 좀 더 외부 관광객이 많이 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전국 제1호 국가정원과 제1호 기적의도서관이 있는 순천! 하는 느낌으로 홍보를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인 택배함 같은 걸 도서관 정문 앞에 놔두고 아이들은 하교 시간에 어른들은 퇴근시간에 찾아갈 수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


이민주

다른 곳에 3층짜리 도서관에 가봤는데, 너무 좋았던 게 아이들 책도 많고 3층에 가보니 목공이라든지 옷 만들기라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놓여 있었어요. 아이들이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뭔가를 그리고 싶거나 만들고 싶으면, 신청하지 않아도 그냥 와서 언제든지 자유롭게 기구들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거예요. 정말 많은 아이들이 와서 하고 거기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너무 멋있는 거예요.


순천에는 사실 그런 공간이 없잖아요. 순천에도 어린이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시설, 기구들이 준비되어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그런 공간이 있으면 프로그램 신청을 못 한 아이들이나 그냥 핸드폰만 하고 돌아갈 수 있는 아이들도 좀 더 도서관에 재미있게 있다가 갈 수 있잖아요. 그럼 외부에서 관광객들이 왔을 때 도서관이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이런 것까지 생각을 했네 하며 배우게 될 것 같아요. 저는 디지털 시설도 좋지만 아이들이 그런 영상 미디어와 잠깐 떨어져 멍때리기도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주희

저는 클릭을 못해서 항상 프로그램 신청에서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그냥 도서관에 오거든요. 그런데 저도 기적의도서관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보물 지도를 되게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든 생각인데 기적의도서관 보물지도를 만들어서 도서관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해적 모자 쓰고 지도를 가지고 탐험도 하면 기적의도서관을 더 재미있고 즐거운 공간으로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최문희

우리나라의 경우는 도서관 대출증을 부모가 와서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외국에서는 어떤 아이가 오면 사서가 너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이야? 그것만 가지고도 책을 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그걸로도 신원 확인이 되니까요. 그런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이 도서관을 올 수 있나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니까 솔직히 몸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기적의도서관에 왔더니 몸이 불편한 사람도 휠체어를 타고 와서 책을 보더라. 하고, 아이들이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어느 정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그런 화장실이 있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조금씩 다른 곳에서 시도하지 않는 걸 여기서 한번 해봐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자 김승현

모두 좋은 의견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해 주신 부분들을 귀담아듣고 더욱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순천기적의도서관과 계속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며, 오늘 좌담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순천기적의도서관 20주년 기념 백서 『기적답게, 스무 살』(2023)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