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1

순천기적의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길 ①


순천기적의도서관 20주년 전문가 좌담회


· 일시 : 2023. 6. 2.(금) 14:30

· 장소 : 순천기적의도서관 작은모임방

· 진행 :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 참여 :   

       - 김영대 순천기적의도서관 운영위원장

       - 김영숙 광양마로초등학교 교사

       - 박소희 늘푸른어린이도서관장

       - 정병규 동화나라 책방 대표

       - 최진봉 대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사회자 안찬수

반갑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소중한 분들을 모시고 순천기적의도서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순천기적의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각자 자기소개 겸 축하 인사로 말문을 열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소희

저는 인천의 늘푸른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998년에 열어서 25년이 됐네요. 제가 순천기적의도서관에 무슨 일 때문에 제일 많이 왔을까 생각해 봤는데, 북스타트 부모교육과 자원활동가 책 읽어주기 교육을 위해 왔던 것 같습니다.


기적의도서관 초창기에 순천시청에서 예비군 훈련을 하는데 거기 가서 30분 정도 아빠 교육을 했던 일이 있습니다. 아빠들이 다 거기 있잖아요. 순천기적의도서관에 오라고 하고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그림책을 소개하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 기억이 굉장히 오래 남아있습니다.


순천기적의도서관 20년이면 이제 청년이 된 건데 제1호 기적의도서관으로서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최진봉

어느새 20년이 이렇게 훌쩍 갔는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순천기적의도서관이 순천뿐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과 다른 도서관에도 좋은 영향을 많이 주는 도서관으로 지속되길 바랍니다.


순천기적의도서관과는 제천기적의도서관을 개관할 때 처음 인연을 맺고, 도서관 운영자와 자원활동가를 위한 도서관 학교를 개관하고 얼마 안 있어서 2월쯤 처음 와봤어요. 순천에 와서 사서 공무원들과 처음 얘기를 나누는데 굉장히 놀랐어요. 도서관에 대한 마인드가 도서관 운동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열려 있고 앞서 있었어요. 그래서 1호관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김영대안녕하세요. 저는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수의사입니다. 기적의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제가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있어서, 처음에 기적의도서관을 건립할 때 도서관 문화운동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건립 이후 1기 운영위원부터 시작해서 딱 한 번 빠지고 20년 동안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운영위원장도 세 번 정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일은 기적의도서관 초창기에 도서관 학교를 만들고 자원활동가를 교육했던 부분입니다. 허순영 관장님께서 일반 도서관에서 하지 않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했고 많은 프로그램들이 다른 도서관으로 확산되고 재창조되었습니다. 저는 ‘멍멍아, 나랑 같이 책읽자’프로그램에서 재능 기부를 했고요. 그 전에 도서관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공연 등을 하며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간 역할을 잘해온 것 같습니다.


정병규

안녕하세요. 동화나라 책방 대표 정병규입니다. 2003년에는 몇 가지 일들이 일어났었죠. 순천기적의도서관이 생길 때 상당히 궁금했고 한편으로 기대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도서관이라는 곳이 공공기관에서 계약한 설계사에 의해 지어지고 장비, 장서, 사서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다른 철학의 소유자인 건축가 한 분과 대도시도 아닌 소도시 순천, 그리고 책읽는사회가 모여서 도서관을 만든다고 하니까 도대체 뭐가 만들어질까 너무 궁금해서 공사할 때 한번 왔었습니다. 그리고 개관한 해에 한 번 더 오고 개관 후 그림책 강연 관련해서 오고 갔었습니다.


다른 공공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 이를테면 아이들과 어른들이 널브러져서 책을 본다든가 왔다 갔다 하면서, 일정한 규칙과 배열돼 있는 서가 속에서 움직이는 도서관이 아닌, 자연스럽게 이런 환경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서 순천기적의도서관 이전과 이후가 도서관 역사의 앞과 뒤가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김영숙

안녕하세요. 광양마로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영숙입니다. 저는 순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두 아이를 기적의도서관에서 키운 수혜자예요.


도서관을 개관하고 7살 아이가 중3이 될 때까지 10년 동안, 도서관에서 더이상 볼 책이 없을 때까지 아이들과 저, 남편 이렇게 넷이서 주말이면 항상 이곳에 왔었거든요. 두 아이들은 책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학교에서는 10년 동안 만난 학생들 250여 명과 함께 기적의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수업을 하며 혜택을 누렸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 책『100교시 그림책 수업』으로 쓸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어요. 그것도 기적의도서관이 저에게 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다음에 허순영 관장님을 만나서 ‘책 읽는 학교 만들기 사업’을 함께 했습니다. 3년 동안 학교에 교사 동아리, 학부모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책과 강사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 당시 동아리에서 만난 선생님들 그리고 어머니들이 씨앗이 되어 각자 흩어졌거든요. 지금도 몇 개의 학교 학부모 동아리가 계속되어 책 읽는 모임, 책 읽어주는 모임을 10년 이상 하고 있습니다. 정봉남 관장님과는 도서관 운영위원으로 일하면서 재미있고 새로운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이 모든 게 기적의도서관이 아니면 시작할 수 없었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러 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회자 안찬수

개관 날짜는 11월 10일이지만 미리 이 자리를 빌려 순천기적의도서관 개관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안찬수입니다. 기적의도서관 건립 운동을 추진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통 건축가분들은 허점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자기가 설계한 건물을 다시 잘 안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기용 선생님께서 순천기적의도서관을 자꾸 와보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던 게 문득 기억에 남습니다.


좌담회를 기획하신 분들은 여기 여러 선생님들을 모시며 순천기적의도서관이 20년 동안 지역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참석하신 선생님들과 함께 순천기적의도서관이 도서관, 어린이책 출판, 순천이라는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 그리고 순천기적의도서관이 가진 의미, 그동안 활동하면서 지향했던 점들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김영대 순천기적의도서관 운영위원장.


김영대

기적의도서관이 했던 실험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가 일본의 도요하시 민족학교에 책 보내기 운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2년 정도 진행했는데 그냥 책만 보내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 직접 어린이들이 서로를 방문하며 교류를 했습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2000년대 초반이었고 남북 관계도 나쁘지 않아서 다녀온 분들께서 책도 전달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했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수혜를 많이 받은 나라고 지금은 살만한 나라로 발전했잖아요. 그래서 아프리카의 어린이도서관 등에 우리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해 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작년에도 바자회를 통해 故이태석 신부님께서 계셨던 남수단에 오백만 원 정도 모금을 해서 보냈거든요. 기적의도서관 20주년 기념으로 그런 나라와 도시를 바꿀 수 있는 사업들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최진봉

2003년에 순천관이 1호, 제천관이 2호, 그리고 진해관이 3호로 개관을 했는데 이 1, 2, 3호관끼리 경쟁이 있었어요.


저는 순천기적의도서관이 우리나라 도서관계에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만 해도 다른 도서관은 꿈도 못 꿨던 일인데,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그림책 작가들 혹은 동화 작가들과 긴밀하게 연계하여 작가들이 도서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었습니다. 허순영 관장님의 역량도 있었지만 관장님을 믿고 충실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순천시에서 지원을 해준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의 역량과 관의 지원이 아주 이상적으로 결합되어 활성화됐다고 생각해요. 어지간한 그림책 작가분들 중 여기 안 와보신 분들은 없을 겁니다.


제가 또 굉장히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그림책 버스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 그림책 버스가 순천시 곳곳을 돌아다녔을 때 배가 많이 아팠어요.


순천기적의도서관은 다양한 활동으로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작가들과의 소통의 장을 모범적으로 잘 만들어줘서 보편화시켰고, 또 나아가서는 그림책도서관이라는 중요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정병규

작가 초청 강연을 한다든가 작가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한다든가, 사실은 어떤 공공도서관도 할 수 있는 일이었거든요. 저도 몇 차례 다녀갔고 수없이 많은 그림책 작가들이 순천을 왕래했습니다. 다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었죠. 그러다가 다른 작가들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서로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쌓였습니다. 여기는 정말 진심이구나.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한 거죠. 그 진심이라는 게 말이 쉽지. 사실 돈만 가지고는 안 되거든요. 시간과 돈, 그리고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신뢰가 쌓이고 서로 믿음이 오가게 되면 그때부터는 서로 간에 아주 많은 것이 오고갈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순천기적의도서관은 좀 달랐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소희

선생님들께 그 얘기를 하시니 ‘별나라방’에 다녀가셨던 작가님들 중 권윤덕 선생님, 이혁배 선생님, 이태수 선생님 작품을 전시해 놓고 A4 용지에 누가 다녀갔는지 이런 것들을 기록해 놓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어린이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들에 대한 존중이 어디에도 없는데 여기에는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는 운영위원회입니다. 대부분의 운영위원회는 자문 기구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운영위원회가 자문 기구가 아니라 의결 기구였어요. 처음부터 의결 기구로 되어 있었고 나중에 비영리단체로까지 등록을 했죠. 도서관에서 시민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게 부각되었고 처음으로 시민들이 도서관의 직접적인 운영에 참여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장을 열었어요. 어린이책, 그림책이 콘텐츠가 되어 또 다른 문화를 만드는 것을 보여주면서 지방자치에서 도서관이 이렇게 콘텐츠가 된다, 이른바 사람들을 유입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질적으로 기적의도서관이 운영되면서 순천은 ‘도서관의 도시’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순천에 오면 평생 교육이 보장된다, 교육의 도시, 젊은 도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도시와 같은 좋은 이미지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지방 선거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유치하고 공공도서관을 만드는 게 문화 시민을 만들기 위한 토대처럼 된 것이 순천기적의도서관이 잘 이용되고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시민의 참여에 의해 운영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사회자 안찬수

기록을 위해서라도 혹은 나중에 이 좌담회를 읽으신 분들이 운영위원회라고 하는 거에 조금 오해할 수도 있어 제가 말을 조금 보태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도서관에서 ‘위원회’라는 용어를 영어로 번역을 하면 세 가지 단어로 번역할 수 있는데, 첫째는 ‘committee’입니다. ‘committee’는 심의 및 자문 기구로서 위원회를 말합니다. 둘째는 ‘commission’이 있습니다. ‘commission’은 방송통신위원회처럼 사무국이 있고 예산을 집행하는 집행기구를 갖는 위원회를 말합니다. 셋째는 ‘board’라고 하는 용어인데 흔히 이사회라고 번역이 됩니다. 예를 들어 도서관 영역에서 보면 이번에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국가도서관위원회’로 바뀌었는데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국가도서관위원회’를 ‘committee’에서 ‘commission’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여전히 명칭은 ‘committee’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기적의도서관 운영위원회는 ‘committee’도 아니고 ‘commission’도 아니고 오히려 ‘board’에 가까운 것으로 설계된 것입니다. 도서관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도서관의 운영에 결합시키기 위해 기적의도서관에서는 운영위원회의 성격을 그렇게 구상하고, 그런 내용을 기적의도서관 건립 협약을 맺을 때 담아내고 그것을 조례에 반영되도록 했죠.


총평하자면 지난 20년 사이에 ‘board’이사회 성격의 운영위원회가 ‘committee’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초기의 구상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적의도서관 운영위원회는 도서관을 옹호하고 지지하며 도서관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하는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조례에 반영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 도서관 문화에서는 지역사회, 시민사회 전체의 목소리가 도서관과 결합되어, 도서관이 어떻게 더욱 지지받고 사랑받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가 여전히 과제입니다.


김영대

20년이 되다 보니 운영위원회에 변화가 생겼어요. 순천이 작은도서관 하나도 없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형 도서관만 해도 여섯 개고, 작은도서관이 100개 가까이 됩니다. 아시다시피 이용자는 줄어들고 있는데 도서관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어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10년사 자료 준비를 할 때 그런 고민들을 했더라고요. 자료도 수집하고 평가하는 작업들을 했던 기억도 나는데, 어쨌든 큰 틀에서 보면 더디기도 하고 때로는 정체되고 후퇴한 적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향평준화되면서 굉장히 성장했다 생각합니다.


허순영 관장 10년, 정봉남 관장 5년 이후가 순천기적의도서관 변화의 계기죠. 계속해서 외부의 도서관 전문가를 구할 것이냐, 도서관이 전체적으로 성장을 했고 마인드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서들의 역량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온다 한들 프로그램이 굉장히 달라질 게 없어 보이는데, 시에서 직접 운영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장단점을 따진 거죠. 외부 관장은 저희가 아무리 힘을 실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도서관이 많다 보니 시에서 직원들을 적절하게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인력을 안 주는 거예요. 아니면 일 좀 잘한다 하면 다른 도서관으로 옮긴다든가 이런 식이 반복되면 아무리 뛰어난 외부 관장이 오더라도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없게 되죠. 그래서 시에서 직접 관장을 임명하는 게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고 봅니다. 이분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고 계속해서 도서관에서 일을 해오신 거잖아요. 민간에 아예 위탁을 주는 방법 등도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운영을 할 만한 능력 있는 단체들이 성장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요. 현실적인 방법으로 직접 운영을 시도했는데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회자 안찬수

우리나라는 대부분 공립 공공도서관인데 기적의도서관은 민관 합작 사업이란 말이지요. 거버넌스governance가 단순히 지자체만의 책임이 아니라 시민에게도 책임이 있는, 그래서 그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면서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이 고민은 사실 앞으로도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거버넌스 구조를 가져갈 것인가 하는 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순천기적의도서관을 평가할 때 사실 가장 중요한 지점이고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기적의도서관 ‘자원활동가自願活動家'들은, 단순한 자원봉사의 차원 아니라 도서관을 터전으로 해서 자발적인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왔습니다. 내가 원해서 여기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어린이와 같이 책을 읽으면서 성장한다고 하는 그 지점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진봉 대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최진봉

저도 한 말씀 거들자면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서 순천기적의도서관 운영위원회의 초창기 성격이 유지되는 것이 괜찮은가, 아니면 그게 큰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제가 문헌정보학 개론을 가르쳐 보면 우리나라 도서관 종류 부분에 기적의도서관의 역할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어요. 우리나라 도서관 발전사에서 기적의도서관이 한 역할이 사서들을 양성하는 과목 안에 충실히 반영된 걸 보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책읽는사회가 고민한 운영위원회의 역할은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이상적인 건 분명해요. 직영하는 도서관들을 보면 형식적인 위원회에 그치거든요. 저도 여기저기서 운영위원을 해보니까 그렇더라고요. 그렇지만 운영위원회가 탄탄하면 도서관의 정체성을 유지해 나가는 데 아주 든든한 뒷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적의도서관이 초기의 정체성을 유지해 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1호관인 순천기적의도서관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운영위원회의 역할 정립이 잘 된다면 다른 기적의도서관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소중한 사례입니다.


김영대

사실 운영위원회가 유명무실하지 않으려면 권한과 책임이라는 요소가 함께 가야 합니다. 초창기에는 기적의도서관에만 별도로 예산이 책정되고 특별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도서관들이 많아졌습니다. 전체 예산이나 인력이 톱다운 방식으로 내려오니까 배분을 해야 된단 말이에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15년이 지나고 지금 과장님이나 팀장님들이 초창기부터 기적의도서관 건립 정신을 충분히 인지하고 도서관에서 쭉 일을 해오신 분들이라 기적의도서관의 사업들이 무리 없이 그 연속선상에서 진행이 되고 있죠.


최진봉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하는 것은 지금이 좋다고 해서 이게 옳은 게 아니고 책읽는 사회에서 굳이 지자체와 갈등할 수 있는 불편한 시스템을 유지하길 고집했을까라고 했을 때, 이 부분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협약서가 유효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병규

저는 다른 지역에서 운영위원회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두 분께서 말씀하신 부분이 상당히 의미 있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공도서관에서 현재 운영위원회의 방식은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좀 심하게는 거수기 역할 또는 내부에서 책임지기 곤란한 것들을 위원회에 전가시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순천기적의도서관이 20년간 유지, 발전해 오는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을까 쭉 생각을 해오다가 안찬수 처장님과 최진봉 교수님, 김영대 위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해답을 얻었습니다. 결국 외부 영입이든 내부 공직사회의 관행이든 상관없이 운영위원회가 얼마나 건강하게 작동되느냐의 문제입니다. 거기에 현재와 미래의 시민사회와의 신뢰 관계가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순천기적의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길 ②



★순천기적의도서관 20주년 기념 백서 『기적답게, 스무 살』(2023)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