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5

눈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자소개

이문재
1959년 경기도 김포(현 인천시 서구)에서 나고 자랐다. 경희대 국문과에 재학중이던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제국호텔』 『마음의 오지』 『산책시편』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가 있고 산문집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내가 만난 시와 시인』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하고 있다.


우리는 눈길을 오래 주지 못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밀레니얼 세대의 집중력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청소년을 금붕어와 비교했는데,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금붕어의 평균 집중력이 1초 더 길었습니다.


청소년들은 8초 이상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원인은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입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영상 이미지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우리를 산만하게 만듭니다.


이성선의 시를 지금 여기, 초연결 시대의 한복판으로 옮겨놓는 것은 무리일지 모릅니다. 지나친 오독일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시를 빌미로 ‘집착’과 ‘집중’의 차이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대상을 바라보다 대상을 잃어버리는 사태는 낯설지 않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집착을 집중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집중이 ‘나’를 지키면서 대상과 하나 되려는 성숙한 태도라면, 집착은 대상을 일방적으로 독점하려는 미성숙한 욕망입니다. 집중과 달리 집착은 ‘나’와 대상과의 관계를 파탄시킵니다.


거리두기가 관건입니다. 시에서처럼 “멀리서 더 깊이” 사랑하는 것이 집중입니다. 손주에 대한 조부모의 내리사랑이 집중이라면, ‘옛 연인’에 대한 스토커의 집요한 언행은 집착이겠지요.


거리두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것. 그리고 시가 권유하듯이 대상에 대해 “눈을 감는 것”입니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다든, 그 사람이든, 꿈이든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소중한 것들은 그때 보입니다. 그때 집착은 집중으로, 집중은 사랑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수시로 눈을 감을 일입니다. 





★ 이 글은 농민신문에 연재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