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0

도서관계 2024년 전망과 기대

저자소개

이용훈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도서관문화비평가.

2023년 12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 공연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열린 제5차 청년문화포럼에 참석한 유인촌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주2023.12.27.,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도서관계 한해는 참으로 어려웠다고 썼다. 아무튼 모든 면에서 어려웠던 2023년은 지나고 이제 새롭게 2024년이 시작되었다. 지난 시간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올해는 좋은 소식으로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도서관과 사서들이 행복하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 그리고 그 시민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와 사회, 나아가 국가에도 좋다고 믿는다. 그러니 도서관과 사서들이 2024년 한해는 더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물론 2024년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그럼에도 일단 시작하는 지금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금 더 열심히 하자, 각오를 다져보자. 지난주 글에서 필자는 ‘2024년 도서관 현실은 오늘 우리의 행동 여부에 따라 다를 것이다’라고 했다. 도서관과 사서들이 더 강력하게 연대하고 자신은 물론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 권리 확장을 위해 노력한다면, 2024년을 보람과 희망, 기쁨의 날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몇 가지 긍정적 전망의 근거를 찾아본다.


정부와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도서관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사)한국도서관협회곽승진 회장, 장우권 부회장, 김진묵 기획정책위원장, 이재선 사무총장와 한국문헌정보학교수협의회정연경 회장가 지난해 말인 12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최성희 지역문화정책관 국장, 이현주 도서관정책기획단 단장와 면담을 갖고 도서관계 현안 해결을 요구했다고 한다. 핵심 요구 사항은 1)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의 조속한 시일 내 위촉 및 위원회 운영의 정상화, 2)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의 조속한 도서관 전문가 채용, 3)국립중앙도서관 직제 축소 우려에 대한 개선, 4)도서관 관련 정부 예산 확대, 5)사서수당 인상 등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도서관계 요구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은 책임 있는 문제 해결과 조속한 진행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2024년 들어 빠른 시일 안에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위촉을 하고 위원회를 정상화할 것과 도서관 전문가로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을 임명하고 조직 축소 계획도 취소하게 될 것인가 기대를 해 봐도 될까? 정부 예산은 이미 확정이 되었기에 예산 확대나 사서수당 인상이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정책당국이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면 해결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 이날 만남에서 2024년 1월에는 이같은 현안을 가지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면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니 조만간 도서관계 핵심 현안이 확실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관련 내용은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소식 참조]


마침 12월 28일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제5차 청년문화포럼[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참조]에서 도서관과 관련해서 뜻밖의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이날 문체부 장관은 “문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초분야이고 모든 분야의 시작이 도서관이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서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나왔다. 예산이 확정이 돼서 상황을 다시 짚어봐야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개혁하기 위해 연구도 하고 노력도 해야 한다. 국립과 사립, 국회도서관은 다 어떤지 데이터를 갖고 꾸준히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뉴스핌」 2023.12.28. 기사 참조] 청년문화포럼 자리에 도서관 사서나 관계자가 참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정책부서 장관이 문화의 모든 분야가 도서관에서 시작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도서관계로서는 고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서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혹시 사서배치 기준 준수라든가, 사서수당 증액 등의 이야기가 있었을까 짐작해 본다. 장관이 도서관과 사서 관련해서 언급을 했고, 도서관계와 정책 담당자들과의 만남에서도 곧 장관과 도서관계가 현안을 가지고 만날 것이라고 하니, 분명한 해결책이 도출되고 빠르게 시행될 수 있을까 기대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2024년은 작년과는 다른, 더 나은 한 해가 되면 좋겠다.


ⓒ한국도서관협회


2024년 해결되어야 할 도서관계 현안


도서관계와 정부가 논의에 올린 현안 이외에도 2024년 한해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할 현안 세 가지를 추가로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도서관법」에 따른 제도 정비의 핵심인 도서관 등록제 시행 여부다. 이에 대해서 필자는 앞서 “공공도서관 등록제, 이대로 무산될 것인가?”2023.10.4.라는 글에서 도입 과정과 실현에 관한 생각과 함께 자칫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밝힌 바 있다. 법에서는 부칙 제3조에 국·공공도서관은 2년 이내에 제36조등록 등 규정에 따라 등록하여야 한다고 경과조치를 두었다. 즉 2024년 12월 8일까지는 국·공공도서관은 관련 기준과 절차에 따라 등록을 해야 한다. 사립 공공도서관은 이미 등록 절차가 시행 중이기에 기존에 등록을 한 도서관은 등록한 것으로 인정한다. 다만 2년 이내에 법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법 부칙 제4조 그런데 시행 후 1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떻게 등록제를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침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 이슈가 올 한 해의 도서관계의 상황을 좌우할 것이라 생각한다. 2024년 한해 과연 이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을까? 


두 번째 현안은 사서자격제도 개혁이다. 필자는 “미래를 대비한 사서 양성 제도, 혁신적 개혁이 필요하다”2023.12.7.라는 글을 통해 시급하게 사서자격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2023년 말 사서자격제도와 관련해서 신경 쓸 변화가 있었다. 학점은행제 문헌정보학 과정은 거의 모두가 출석을 기반으로 한 과정으로 운영되었는데, 최근 온전히 원격 방식으로만 운영되는 과정이 개설된 것이다. 한 곳은 5과목을 개설하면서 2급 정사서 자격을 취득할 수 있음을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온라인강의로 진행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한 곳은 8과목을 개설하면서 ‘학점은행제 원격수업 과정 최초 평가인정!’으로 단기간, 저비용의 효율적 진행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문헌정보학계와 도서관계는 사서자격이 “국가자격임에도 불구하고 자격검증과정이 없이 모든 문헌정보학 학위취득자 및 소정의 관련 학점 이수자에게 자동적으로 발급되는 상황” 등은 물론 “교육기관별 이수학점 및 교육수준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동일한 국가자격증을 수여하며, 사이버 교육과정 개설도 시도”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사서 자격제도 및 교육과정 개선방안 연구』, 2021.12. 4~5쪽 참고 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사이버/원격 교육과정도 개설된 것이다. 물론 현행 자격제도에서도 준사서 경우에 원격교육을 허용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따른 전문대학전문학사학위를 수여하는 사이버대학을 포함한다.에서 문헌정보과나 도서관과를 졸업한 자에게 준사서 자격을 수여하고 있다. 사이버대학은 「고등교육법」 제2조5호에 따른 방송대학, 통신대학, 방송통신대학과 함께 ‘원격대학’, 즉 ‘국민에게 정보·통신 매체를 통한 원격교육으로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여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열린 학습사회를 구현함으로써 평생교육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제52조으로, 4년의 학사학위 과정도 포함된다. 이미 원격교육 과정이 가능한 상황에서 학점은행제의 원격수업 과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관련 연구를 해 왔고, 관련 단체도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사서자격제도는 개혁되지 못했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도서관법」과 동법시행령을 전면 개정할 때 관련 제도도 함께 고쳤으면 좋았겠지만, 결국 거의 아무런 개선이 없었다. 이제 사이버 교육과정도 개설된 상황에서 현재와 미래 도서관 운영을 책임질 전문가로서의 사서 인력 양성을 위한 사서자격제도의 개혁은 시급하다. 제도를 개혁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로 새롭게 양성되는 사서가 현장에 배치되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계속 미루어 두는 건 도서관계 스스로 ‘사서직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을 저하’시키고 ‘사서자격증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사회적 인식과 처우 개선의 어려움을 초래’위 보고서 4쪽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서관계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시급하게 사서자격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2024년은 사서자격제도 개혁을 시작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세 번째는 법 제3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도서관 운영 평가와 관련한 개선 필요다. 국가도서관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학교도서관, 전문도서관, 병영도서관에 대해서도 운영 평가를 하고 시상을 하고 있다. 2024년에도 운영평가를 실시하고 우수한 도서관을 시상할 것이다. 이때 평가 기준이나 절차 등에서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요구가 많으니 위원회나 정부는 보다 객관적이고도 현실적 평가 방법을 만들어 시행하길 바란다. 또한 평가 결과가 도서관 운영에 의미 있게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도서관 시상과 함께 개별 도서관, 특히 공공도서관의 경우는 확실하게 평가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시민들도 자기가 이용하는 도서관의 객관적 성과를 확인하고, 지자체 등은 시민에게 더 나은 도서관서비스 제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데 확실한 근거로써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법 제37조제1항에서 평가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고 했으니, 적극 공개하길 기대한다. 아울러 평가에 따른 시상 시기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매년 10월 중 열리는 한국도서관협회 주최/주관 전국도서관대회 개막일에 시행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도서관법」에 따라 매년 4월 12일을 도서관의 날로 하고 그로부터 1주일간을 도서관주간으로 정해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 대상 기간이나 실시 시기를 조정해야 하겠지만 운영 평가 시상을 도서관의 날4월 12일에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 또한 평가 결과의 대 시민 알림과 홍보에도 더 노력하면 좋겠다. 관련해서 운영 평가는 정부뿐 아니라 시·도지사나 시·도교육감, 시·군·구청장도 할 수 있다.법 제37조제1항 현재에도 여러 지자체가 산하 공공도서관에 대한 평가를 하고 우수한 도서관에 대해 시상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그 결과가 충분히 널리 알려지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법시행령 제29조제4항에서는 운영평가를 한 경우 지체 없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제5항은 문체부 장관은 제출받은 운영평가 결과를 종합해 문체부 누리집 등을 통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3년 진행된 지자체 등의 운영 평가 결과가 즉각 문체부 장관에게 제출되었을까? 문체부는 그 결과들을 모아 정리해 공개해 주기를 바란다.


바라는 바의 실현 여부는 도서관계의 행동에 달려 있다


과연 도서관과 사서들이 바라는 바가 실현될 것인가? 그렇게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최상의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도서관과 사서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바라는 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과 집행 노력 여부와 함께 도서관계의 자기 혁신 노력도 똑같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작년 말12월 18일 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들이 현 상황에 대해 “참담하고 화가 납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이후 도서관계 내부에서 어떤 추가적인 논의나 입장 발표가 없는 것 같아 무척 아쉽다. 한국도서관협회가 정부와 대화를 시작한 시점에 도서관계 스스로 협의 과정에서 힘을 얻고자 한다면 도서관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함께 연대하면서 스스로 개혁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2024년은 정말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 낸 한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올 연말, 2024년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한 해로 기록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기사 이후 추가할 이야기]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2023.8.29.


도서관 장서에 대한 도전, 시민의 읽을 권리에 대한 검열 문제는 2024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어쩌면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럴수록 도서관계와 시민사회의 대응도 더 강력해질 것이고, 결국 부당한 개입과 검열 행동을 이겨낼 것이다. 


한국도서관협회 도서관지적자유위원회는 지난 2023년 10월 ‘도서관 현장의 지적자유 침해사례’를 조사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12월 28일 그 결과를 공개하면서 조사 내용을 토대로 도서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응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도서관 현장 상황의 지속적 공유와 추가적 의견을 듣고자 협회 홈페이지 내에 ‘도서관 지적자유 창구’를 마련했다. 다만 설문 데이터는 한국도서관협회 허락 없이 이용이 불가하다고 하여 여기서 소개하지 못하니, 직접 협회 소식의 내용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한국도서관협회의 지속적 대응이 도서관 현장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최근 성공회대학교 창업동아리 ‘다색’ 소속 학생들이 10월 31일부터 이틀간 ‘책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의 절반인 10만원을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충남차제연’에 전달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학생들은 보수단체가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성평등 또는 성교육 도서를 제거하려는 민원을 제기한 소식을 듣고 ‘책을 소중히 여기고 평등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자신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충남차제연과 연대하는 차원에서 후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지지와 연대는 검열 시도에 반대하는 활동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2024.1.1. 기사 참조]


참고로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가 ‘2023년 도서관계 10가지 이야기’를 선정했는데, 대부분이 검열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그럴 정도로 미국에서도 2023년 한 해 도서관과 사회 전역에서의 도서 검열이 크게 문제가 되었고, 도서관과 주변 부문 관계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한 해가 되었다. 2024년에도 그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