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1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서비스 활성화가 필요하다

저자소개

이용훈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도서관문화비평가.

ⓒ한국일보


지난해 말 31년 동안 시각장애인의 친구가 되어준 ‘서울점자도서관’이 2023년 12월 31일부로 폐관하였다. 도서관은 12월 18일자 공지를 통해 이러한 소식을 알렸다.2024년 1월 2일 현재 도서관 홈페이지는 정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지난 며칠 동안 몇몇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버틸 수가 없네요”… 31년 시각장애인 친구 ‘서울점자도서관’ 폐관 「한국일보」 2024.1.1.


빼앗긴 공간, 밀려난 사람① 서울점자도서관; 한 해 단골 시각장애인 1천명… 세상과 소통 문 닫히다 「경향신문」 2024.1.1.


“충격적” 반응 쏟아진 서울점자도서관 폐관… “살아남기 힘들겠구나”; 일부 공공지원으로 민간 운영 사립도서관… “열악한 여건, 비장애인 도서관처럼 역할 확대해야” 「오마이뉴스」 2023.12.29.


“인건비 충당도 어려워”… 31년만에 문 닫는 서울점자도서관 「동아일보」 2023.12.25.


이들 기사는 대체로 31년 동안 운영되어 온 도서관이 갑작스럽게 폐관하게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비장애인 도서관서비스는 확장되고 있는 반면에 점자도서관은 이렇게 운영 어려움으로 폐관되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도서관의 폐관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 차원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서비스 현황은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서비스 현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국립장애인도서관(http://www.nld.go.kr)이 있다. 2007년 국립중앙도서관 소속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가 2012년 법 개정으로 도서관으로 승격되었다가 2019년에는 소속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250만 장애인들이 지식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데 직면하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 도서관 장애인서비스를 위한 국가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장애인을 위한 각종 도서관자료를 수집·제작·정리하여 제공하며, 국내외 도서관 및 유관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2007년부터 2년 간격으로 ‘도서관 장애인서비스 현황’을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 결과는 2022년 2월 「2021년 도서관 장애인서비스 현황조사」로 정리되어 있다. 이 조사는 202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개관한 장애인도서관 45개관조사에는 32개 기관만 참여과 공공도서관 1,178개관 중 장애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응답한 922관이 중 258개 기관만 참여에 대해 진행되었다. 이 조사 결과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장애인도서관의 지역 분포다. 서울은 12개관으로 조사 대상 32개관 중 38%전년은 34%를 차지한다. 인천은 1개관3%, 경기도는 2개관6%, 2019년 4개관 13%에서 2개관 축소로 수도권에 전체 32개관 중 15개관으로 약 47%가 배치되어 있다. 그 외 14개 시·도에는 1개 또는 2개관만 운영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항은 주 서비스 대상 장애이다. 32개관 중 30개관94%은 시각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청각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는 2개관뿐이다. 이 도서관 통계는 장애인 통계와 함께 살펴보면 그 의미를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 말 기준 장애인 현황은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1.4.19.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등록장애인은 263만 3000명으로 전체 인구5,183만여 명 대비 5.1%라고 한다. 이 중 지체장애가 45.8%다만 지속 감소 추세, 발달장애는 9.4%로 2010년 7.0% 대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65세 이상 장애인 비율도 지속 증가2010년 37.1% → 2020년 49.9%라는 것도 주목해 봐야 한다. 한 해 8만 3000명이 새로 장애인 등록을 했다. 장애유형별로 자세히 보면 지체45.8% > 청각15% > 시각9.6% > 뇌병변9.5% 순이라고 한다. 이런 장애인 현황에 비하면 장애인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더 많은 수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은 미미하다. 또한 시각과 청각 장애는 전체 장애인의 24.6%이나 나머지 장애 유형에 대한 서비스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2020년 (사)영롱회가 ‘영롱 농문화도서관’작은도서관으로 등록되어 있다을 개관해 농인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시각과 청각장애인 도서관 이외에는 2019년부터 서울도서관 등 일부 공공도서관이 발달장애인이나 경계성 지능인 등 ‘느린 학습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느린 학습자’로 추정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4% 정도인데, 이들을 위한 도서관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머니투데이」 2023.1.9. 2023년에는 민간 부문에서 ‘라이브러리 피치’라는 전문적인 도서관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서비스가 시각 또는 청각장애인 중심의 장애인도서관만의 역할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는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 중에 봉사대상으로 삼고 있는 장애인수와 이용자수, 장애인용 특수자료인쇄와 비도서 수, 장애인 예산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2022년 말 데이터를 기준으로 1관당 봉사대상 인구는 평균 2,300여 명, 이용자는 356명으로, 전국 평균 이용비율은 15.3%이지만 최소 4.0%에서 최대 38.5%로 지역 간 격차가 꽤 크게 나타났고, 장애인을 위한 자료나 예산도 지역 간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안


장애인도서관 또는 공공도서관의 장애인서비스 현황을 살펴본 결과로는 지역별, 장애유형별로 도서관서비스가 꽤 불균형 또는 불평등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앞으로 더 깊이 고민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도서관법」 제6조지식정보격차 해소 지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식정보 취약계층의 지식정보 접근권 보장 및 지식정보격차 해소를 위하여” 여러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급하게는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서비스를 총괄할 책무가 있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각 지역 간 균형 있고 차별 없는 서비스 제공을 적극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관련한 기본적인 통계나 실태조사 등을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 현재 장애인도서관에 대한 통계도 별도로 하지 않고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의 장애인도서관 통계를 인용하고 있는데, 그 통계는 2020년 말 기준 조사 이후에는 새롭게 제공되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해서 이를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좋은 장애인도서관 서비스를 차별 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국립장애인도서관의 「2021년 도서관 장애인서비스 현황조사」의 제언 부문에서는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서비스 현황 조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음111쪽을 밝히고 있다. 공공도서관들은 비록 아직 장애인들의 도서관 이용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도서관 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장애인들이 더 많은 이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이와 같은 실태조사에 적극 응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말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가 확정 통보한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안) [2024~2028]2023.11.17.에서도 ‘1-3 사회적 포용을 실천하는 도서관서비스’ 항목의 첫 번째 과제로 ‘1-3-1 지식정보 취약계층 도서관서비스 강화, 장애인도서관서비스 강화’를 설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을 통한 국가 차원의 정책기능 강화, 전국 도서관 장애인서비스 협력 워크숍 개최 등의 기반 구축 사업을 추진하며, 장애유형별 대체자료점자·음성·영상자료, 장애인접근 디지털파일 등 제작 확대와 품질 제고, 장애인 정보접근권 확대, 장애 어린이·청소년 독서역량 강화, 장애유형별 서비스 및 독서 편의 강화공공도서관 등 장애유형별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 지원, 책나래 서비스 확대 등 등의 구체적 정책 사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폭넓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서비스가 확대, 강화되기를 바란다. 다만 2024년 예산에서 이러한 사업 추진을 위해 얼마의 예산을 확보했을까 궁금하다. 


또한 정부 계획에 근거해서 지방자치단체 등도 도서관 정책을 수립해야 할 텐데, 과연 지역의 장애인에 밀착하는 도서관서비스를 기획하고 추진할지 궁금하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있는 것처럼 각 지역에서는 우선 17개 시·도의 도서관 정책을 총괄해야 하는 광역대표도서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 내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장애인도서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 입안과 집행에 나서야 한다. 지역주민들은 자기 지역의 도서관 정책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따져봐야 할 것이다. 지역 내 민간이 운영 중인 장애인도서관에 대한 실효적인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들이 인근 공공도서관을 통해 필요한 도서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실제 잘 작동하는 서비스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 삶의 질 향상과 함께 하는 도서관 활동이 필요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이 장애인도서관이든 공공도서관이든 보다 적극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우선 강화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장애인인권활동가들이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장애인의 도서관 이용 활성화 관점에서도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다. 장애인의 도서관서비스 이용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이 먼저 또는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사회 전반에서의 장애인 인권 활동에 도서관도 관심을 가지고 연대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도서관은 물론 공공도서관에서도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꾸준히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행사, 책 소개 등의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노력을 통해 더이상 이번 서울점자도서관 폐관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