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3

전국도서관대회, 그 60년의 역사와 새로운 미래

저자소개

이용훈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도서관문화비평가.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한국도서관협회가 주최·주관하면서 여러 도서관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는 제60회 전국도서관대회·전시회가 제주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다.



전국도서관대회는 매년 3천여 명의 도서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행사다. 이번 대회 공식 주제는 ‘발전의 60년, 함께하는 도서관의 미래’다,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우리 도서관은 시민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능동적으로 성장해 왔고, 한국도서관협회는 정부의 국정과제인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및 품격 있는 문화시민 역량 강화 실현”을 위해 도서관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다가올수록 세계적인 전문가들은 도서관의 중요성과 사서 및 사서교사의 인문학적 교육을 강조합니다. “인간이 새로운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며, 챗GPT는 인간의 창의성에 의해서 개발된 인공지능입니다. 그래서 도서관은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꿈 꾸는 지혜의 공간입니다.”라고 강조하고 이번 대회를 통해 도서관계가 함께 미래로 나아갈 길을 함께 열어가기를 희망했다. 한국도서관협회와 도서관계 모두의 바람이 이번 전국도서관대회 기간 중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으로 채워지리라 기대한다.


여기서 필자가 특별히 주목한 것은 이번 전국도서관대회가 60회째라는 점이다. 전국도서관대회가 처음 개최된 때는 1962년이다. 한국도서관협회는 해방과 함께 우리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만들고 키우기 위해 도서관 건립과 운영, 핵심역량이 되어야 할 사서 양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에서의 도서관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성취를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도서관법 제정이었다. 1945년 해방이 되었지만 1962년까지도 관련 법령은 제정되지 못한 채, 법적 기반도 없이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계속해서 법 제정을 촉구해 온 한국도서관협회는 1962년 ‘도서관법 제정의 해!’를 대회 주제로 정하고 처음으로 전국도서관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는 지방도서관 현황 보고와 관종별, 또는 지역별 부회 회의, 여러 주제의 세미나와 공개토론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제1회 전국도서관대회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도서관협회 기관지 「도협월보」(현 「도서관문화」) 1962년 7·8월호9월호(결의문)에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드디어 1963년 「도서관법」이 처음으로 제정되어 이후 우리나라 도서관 문화 발전에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제1회 전국도서관대회 소식을 특집으로 실은 「도협월보」 1962년 7·8월호. 대회 결의문은 9월호에 수록.


그 이후 한국도서관협회는 매년 전국도서관대회를 개최한다. 1963년제2회부터 1970년제9회까지는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특수도서관현재의 공공도서관 일부와 전문도서관에 해당 등 4개 관종별로 별도의 기간과 장소에서 각각 행사를 가졌다. 제10회를 맞은 1971년부터 다시 전체 도서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국도서관대회를 진행했다. 행사 장소는 주로 전국 각지 대학교 교정이었다. 그러다가 1997년 제35회 대회부터 이전과 달리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추진되는 등 이전보다 진일보한, 현재와 같은 형태의 종합적인 대회로 발전하였다. 이후 대회 규모가 크게 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국 각지의 컨벤션센터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특별하게 기억할 만한 일 중 하나는 2006년 전국도서관대회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해에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의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가 8월 서울시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조직위원회를 주도한 한국도서관협회는 세계대회 개최에 집중하기 위해 전국도서관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2020년제57회과 2021년제58회 두 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전국도서관대회를 개최하였다. 오프라인 형태로 모여 교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풍성한 전시회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온라인 형태로 대회를 유치하여 명목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방식의 행사 개최 역량을 축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직업군이 자신들의 현재 상황과 미래에 대한 전망과 의지를 다지는 활기찬 교류의 장을 매년 꾸준히, 60년 동안 개최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또한 관련 산업계와 함께하는 전시회도 포괄하는 종합적인 대회를 풍성하게 준비해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도서관계 전체의 역량과 수준을 확인하는 근거가 된다. 물론 60년 전에 비해 크게 발전한 도서관계는 전국도서관대회 말고도 전국적 또는 지역적으로, 관종별로 다양한 형태의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가을 전국 모든 지역과 관종의 도서관인과 관련 산업 관계자, 행정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고 각종의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새로운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 가는 전국도서관대회는 계속 도서관계 대표 행사로서의 가치와 위상을 유지 발전해 갈 것이라 기대한다.


근래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대회 첫날 오후 개막식에서는 정부문화체육관광부의 도서관 운영 유공 우수도서관 시상식과 도서관발전종합계획 추진 성과가 우수한 기관에 대한 시상식이 있다. 매년 도서관 운영 평가를 통해 발굴된 우수한 성취를 거둔 도서관과 정부의 ‘도서관발전종합계획’현재 제3차 계획이 추진 중이다.을 충실하게 추진한 기관을 발굴해서 시상한다. 올해는 어느 도서관과 기관이 수상의 영광을 누릴지는 당일10월 18일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도서관협회는 2015년부터 ‘이병목 참사서상’을 제정 시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상준 책임연구원이 수상한다. 특별히 민간 재단인 신구도서관재단이 2023년 올해부터 신구문화상올해의 사서, 올해의 책을 제정하고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을 전국도서관대회 현장에서 진행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시상식은 도서관 현장에서 수고하는 모든 사서와 도서관인, 관련 분야 동료들에게 큰 격려와 용기를 주는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60회 전국도서관대회, 이번에는 시민들도 참여하는 문화축제가 되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앞으로 전국도서관대회가 도서관계 내부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당국 등과 도서관을 이용하고 든든한 지지자가 되는 시민들도 함께 참여해서 온전히 풍성한 도서관문화를 확인하고 더 나은 도서관으로의 발전에 의지를 모으고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그런 용광로 같은 열기로 가득 찬 행사로 성장하길 바란다.


[지난 기사 이후 추가할 이야기]


필자가 매주 쓰고 있는 ‘이용훈의 도서관통신’에서 다룬 사안에 대해 그 이후 주목할 만한 사건이나 결과 등이 나타나면 그 내용을 추가로 소개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이와 같이 이전 글에 대해 사후 추가적인 내용이 있으면 계속해서 추적, 소개할 계획이다.


공립 공공도서관 사서직 관장 임명,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기를 


한국도서관협회한도협가 2023년 10월 13일자로 인천광역시와 인천광역시의회에 ‘인천광역시 공공도서관 「도서관법」 위반에 따른 사서직 관장 채용 촉구’ 공문을 발송하였다고 밝혔다. 한도협은 공문에서 여러 언론보도에서 인천광역시 공공도서관 관장을 행정직이 독식하고 있어 관련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확인해 본 결과 2022년 국가도서관통계를 기준으로 보아서도 인천광역시의 공공도서관 관장 중 비사서직 비율이 매우 높음을 확인하였다고 밝히고, 「도서관법」 제34조제1항에 따라 조속히 사서 자격을 갖춘 관장을 임명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다른 지자체도 법을 준수하도록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도서관협회 공문을 받은 인천광역시와 인천광역시의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적으로 사서직으로 소속 공공도서관 관장을 임명하길 촉구하고 바란다.


도서관 관장 임명과는 직접 관련은 없지만,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10월 10일 현 정부 출범 이후 문체부 인사 공백40일 이상 공백이 있던 간부급 자리가 24개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국립중앙도서관장직이 2022년 9월부터 현재까지 405일째 공석임을 밝혔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은 2019년 처음으로 민간 공모 형식으로 선정해, 서혜란 관장이 2022년 8월 말로 3년의 임기를 마쳤다. 그 이후 2차례 공모를 진행했으나 ‘적격자 없음’으로 관장을 선임하지 못한 채, 현재 3차 공모 과정이 진행 중이나, 이 역시 언제 최종 임용후보자를 선정할지는 미지수다. 유 의원의 지적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공석인 자리들을 빠르게 채우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더 늦지 않게 국립중앙도서관장이 선정되기를 바란다. [관련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바로보기]

 

2024년 정부의 도서관 예산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월 11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내년도 예산 중 ▲출판문화 및 독서진흥예산 91% 삭감 ▲도서관 정책 관련 예산 32.9% 삭감 ▲국가도서관 위원회 미구성, 국립중앙박물관장 공석 1년째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가 문화정책의 핵심 부문인 출판·도서·도서관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국민들의 독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인식 아래 출판, 도서, 도서관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이러한 지적이 향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정부 내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예산 심의 때 어떤 형태로 반영되어 출판과 독서, 도서관 관련 예산이 복원 또는 증액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