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0

대천사 가브리엘에게도 성별이 있어요? 上

저자소개

이미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오늘은 환유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대천사 가브리엘Archangel Gabriel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앞글, 「그림에도 환유가 있나요? ②」에서 살펴본 것처럼 강력한 연관관계/결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인물과 대상 중 하나가 천사와 날개였습니다. 날개 없는 천사도 간혹 있지만 날개를 달고 있는 존재는 거의 예외 없이 천사입니다. 천사가 아닌데도 날개를 달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존재는 다섯 가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그리스 신화 속 사랑의 신, 에로스Eros, 로마 신화의 큐피드입니다. 에로스는 어머니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로마 신화의 베누스와 있을 때는 아기로, 연인이자 아내인 프시케Psyche와 있을 때는 대개 소년이나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두 번째는 이카로스Icarus입니다. 이카로스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us를 가둘 미로를 만든 다이달로스Daedalus의 아들이죠. 이카로스는 아버지가 만든 날개를 달고 크레타섬을 탈출하다 바다에 떨어져 죽고 맙니다. 세 번째는 무사 혹은 뮤즈Muse입니다. 뮤즈는 일반적으로 날개가 없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귀스타프 모로프랑스어: Gustave Moreau, 1826–1898는 『헤시오도스와 뮤즈프랑스어: Hésiode et la Muse1891에서 뮤즈를 날개 달린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네 번째는 스핑크스Sphinx입니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는 남자 얼굴에 날개가 없지만, 그리스 신화 속 스핑크스는 사람 머리에 사자 몸을 하고 독수리 날개를 달고 있죠. 다섯 번째는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입니다. 니케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토니오 카노바, 『큐피드와 프시케』, 1794년. 석회. 국립미술관, 워싱턴.


표트르 소코로프, 『이카로스에게 날개를 묶어주는 다이달로스』, 1777년.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귀스타프 모로, 『헤시오도스와 뮤즈』, 1891년. 나무에 유화, 59 × 35 cm. 오르세 미술관, 파리.


귀스타프 모로,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1864년. 캔버스에 유화, 206 × 105 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승리의 여신』, 기원전 200년~기원전 190년. 대리석, 244 cm. 루브르 박물관, 파리.


이런 예외적인 다섯 경우를 제외하고 날개를 단 존재는 천사일 확률이 높습니다. 날개를 단 존재가 천사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날개처럼 천사를 상징하는 또 다른 환유가 있으니까요. 바로 후광입니다. 날개를 달고 있는 존재의 머리 주변을 후광이 에워싸고 있는 경우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천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날개 달린 천사에게 후광이 빠져 있는 그림도 많긴 하죠. 그런데 천사 중에서 특정한 그림에 항상 등장하는 천사가 있습니다. 이 천사가 빠지면 그림의 주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죠. 무슨 그림인지 아시겠어요? 바로 『수태고지』입니다. ‘수태고지’라는 말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자주 들어봤을 겁니다.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에서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그림 중 하나가 바로 『수태고지』입니다. 앞글, 「같은 작품 제목을 쓰는 것은 표절일까요?」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미술관에는 수많은 『수태고지』가 있습니다. 물론, 이 수많은 『수태고지』들은 제목만 같을 뿐, 색조도, 구성도 모두 다릅니다. 그럼에도 이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수태고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단팥빵에서 팥앙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첫 번째 요소는 당연히 동정녀 마리아Virgin Mary입니다. 수태고지 단계에서는 ‘성모 마리아’보다 ‘동정녀 마리아’라는 호칭이 더 적당할 것 같죠? 두 번째 요소는 대천사 가브리엘Gabriel입니다. ‘수태고지受胎告知; annunciation’란 대천사 가브리엘Archangel Gabriel이 동정녀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수태고지가 성립할 수 없죠. 젊은 여성이 날개 달린 천사와 마주하고 있는 그림이 있으면 99.9퍼센트는 『수태고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태고지』에 등장하는 세 번째 요소는 성령聖靈입니다. 동정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하기 때문에 수태고지에서 성령이 없으면 안 되는 거죠. 『수태고지』에서 성령은 천국에서 내려오는 빛이나 비둘기로 형상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둘기가 성령을 상징하는 것은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온 비둘기를 보고 홍수가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된 노아Noah의 이야기와 예수님이 세례받을 때 비둘기가 내려앉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고, 빛으로 성령을 나타내는 것은 “하느님은 빛”요한일서 1:5이기 때문이죠. 예수님 옆에 비둘기가 있고, 하느님은 빛 속에 있기 때문에 성령을 비둘기나 빛으로 대체하는 것은 인접성에 의한 환유입니다. 네 번째 요소는 백합입니다. 백합은 순결을 상징하는 꽃이죠. 백합을 통해 동정녀 마리아가 ‘백합처럼 순결하다’라는 것을 드러내는 겁니다. 그러니까 『수태고지』 속 백합은 순결함에 대한 은유입니다. 백합의 순결함은 궁극적으로 동정녀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immaculate conception’와 연결됩니다.  


이 네 요소는 거의 모든 『수태고지』 그림에 등장합니다. 혹시라도 이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지면 『수태고지』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요소들은 확고한 연관관계/결합관계를 형성하고 있죠. 자, 복습 문제 나갑니다. 이렇게 끈끈한 연관관계/결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대상들을 토대로 인물이나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비유법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환유입니다. 이것은 네 요소 사이에 인접성으로 확고한 연관관계/결합관계가 형성돼 있어서 서로에게 환유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백합 자체는 순결함을 나타내는 은유고, 비둘기나 빛은 성령을 나타내는 환유죠. 다만,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환유로 작용한다는 말입니다. 


『수태고지』의 네 가지 필수요소 중 오늘의 주제는 대천사 가브리엘입니다. 조금 후에 여러 『수태고지』를 보여드리며 말씀드리겠지만 동정녀 마리아와 성령, 백합도 그림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됩니다. 그림마다 네 요소의 위치와 형태, 그려진 방식이 다르죠. 네 번째 요소인 백합의 경우에는 간혹 생략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천사 가브리엘 같은 경우에는 그 변화의 폭이 다른 세 요소보다 훨씬 더 크더군요. 무엇보다 대천사 가브리엘의 날개 모양과 색이 그림마다 달라지는 게 신기했죠. 특히 어떤 그림에서는 남성으로, 어떤 그림에서는 여성으로 그려지는 것이 흥미롭더군요. 이제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모습에서 새로운 점을 찾는 것이 미술관 관람의 주된 목표 중 하나가 됐습니다. 『수태고지』 속 대천사 가브리엘이 제 집중 관심 대상 1호가 된 거죠. 이제는 미술관에서 『수태고지』를 만나면 거의 반사적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액자 포함해서 전체 그림 한 컷, 대천사 가브리엘 한 컷, 작품 캡션 한 컷. 오늘은 제가 그동안 찍어놓은 『수태고지』와 대천사 가브리엘의 사진 중 일부를 여러분에게 공유해 보려 합니다. 


먼저, 장식 없이 담백하고 고졸古拙한 러시아 이콘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수태고지』, 1130~1140년. 패널.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아직 원근법이 사용되기 전이라, 이 『수태고지』는 지극히 평면적입니다. 이 이콘에서는 대천사 가브리엘과 성모 마리아 모두 서 있는 상태에서 가브리엘이 손으로 마리아의 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수태고지』에서 성모 마리아와 대천사 가브리엘이 모두 서 있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그림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선명하진 않지만, 하늘에 떠 있는 반원 형태의 천구 속에는 천사들에 둘러싸인 하느님의 형상이, 마리아의 배에는 아기 예수가 그려져 있습니다. 빛이나 비둘기 대신 하느님의 형상이 성령을 대신하고 있는 거죠. 백합도 보이지 않고요. 그런데 대천사 가브리엘의 모습이 남성처럼 보이나요? 아니면 여성처럼 보이나요? 백 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그림에서 대천사 가브리엘은 남성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다음 그림에서도 이 질문을 계속 드릴 예정이니 대천사 가브리엘을 자세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시모네 마르티니Simone Martini,  1284~1344와 리포 멤미Lippo Memmi, 1291~1356가 그린 『수태고지』1333입니다. 이 『수태고지』는 중세 회화의 특징을 보여주는 고딕 양식의 그림으로, 금박 장식에 사실적인 요소가 가미된 세 폭 제단화입니다.


시모네 마르티니 & 리포 멤미, 『수태고지』, 1333년. 패널에 템페라와 금, 305 × 265 cm.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시모네 마르티니 & 리포 멤미, 『수태고지』 중 일부.


위에 있는 이콘 속 성모 마리아보다 마르티니와 멤미의 그림 속 성모 마리아의 표정이 훨씬 더 풍부하죠?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는 성모 마리아의 감정이 얼굴 표정과 몸을 비튼 자세에 드러나 있습니다. 이 『수태고지』는 위 이콘보다 훨씬 더 사실적입니다. 가운데 수태고지 장면을 중심으로 양옆에는 성 마가렛St. Margaret과 성 안사누스St. Ansanus가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은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화려한 장식과 반짝이는 금색이 어우러져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수태고지』의 네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 있고요. 이 그림에서는 아직 원근법이 사용되지 않아서 배경이 평면적입니다. 다만 바닥의 백합이 안쪽에 배치되어 있어서 살짝 깊이감이 느껴지긴 합니다. 대천사 가브리엘은 남성의 모습에 가깝게 그려져 있고요. 가브리엘이 무릎을 꿇고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고 있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가브리엘 대천사의 입부터 마리아의 귀까지 “AVE GRATIA PLENA DOMINVS TECVM평안하여라. 은총을 가득 받은 이여,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그림에서 소리를 전달할 수는 없으니, 말을 글로 시각적으로 표현한 재미있는 발상이죠. 이렇게 글귀를 적는 방법도 있지만 리본에 글을 써서 말의 내용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베른하르트 스트리겔Bernhard Strigel, 1461~1528의 『수태고지』1515~1520에서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말이 리본에 적혀 있습니다. 이 그림에는 말띠가 하나만 짧게 등장하지만, 여러 개의 긴 말띠가 등장하는 그림도 많습니다. 르네상스식 말풍선이라 할 수 있는 거죠.


다음 그림은 필리피노 리피Pillipino Lippi, 1457~1504의 『수태고지』1475~1480로, 르네상스 시대14세기~16세기의 작품입니다. 이 『수태고지』와 위 두 『수태고지』의 차이점을 한번 찾아보세요. 


필리피노 리피, 1475~1480년. 패널에 템페라, 175 × 181 cm. 아카데미아 미술관, 피렌체.


우선, 천사가 두 명 등장하죠? 이런 일이 흔치는 않습니다. 물론, 시모네 마르티니와 리포 멤미의 『수태고지』에서도 하늘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를 날개 달린 작은 천사들이 에워싸고 있긴 하죠. 그런데 리피의 『수태고지』에서는 대천사 가브리엘과 거의 비슷한 키의 두 번째 천사가 등장합니다. 두 번째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나 빛줄기가 안 보입니다. 이건 제 사진 실력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실제 그림에는 위쪽에 비둘기가 날고 있습니다. 그림이 벽 높은 곳에 걸려 있어서 대천사 가브리엘에게 집중하다 보니 사진에서 비둘기가 잘려 나간 겁니다. 되도록 제가 찍은 사진을 사용하려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세 번째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모습입니다. 위 두 『수태고지』 속 가브리엘의 모습과 다르지 않나요? 이콘 『수태고지』와 마르티니 & 멤미의 『수태고지』에서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남성의 모습인 반면, 아래 그림에서는 명백하게 여성의 모습입니다. 머리에는 화관도 쓰고 있고요. 천사의 날개 모습도 재미있지 않나요? 꿩이나 공작의 날개처럼 보입니다. 


필리피노 리피, 『수태고지』 중 일부.


네 번째 차이점은 사실성의 정도입니다. 리피의 『수태고지』는 앞의 이콘 『수태고지』나 마르티니와 멤미의 『수태고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입니다. 물론, 날개 달린 천사의 존재나 성령으로 아기를 잉태한다는 상황은 절대 사실적이지 않죠. 다만 묘사가 사실적이라는 말입니다. 다섯 번째는, 그림에 1점 원근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콘과 고딕 양식의 『수태고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감이 생겼습니다. 창문 안쪽에 정원을 그려 넣음으로써 원근감을 최대한 살렸고요. 원근법이 르네상스 시대의 산물임이 이 『수태고지』를 통해 드러나는 거죠.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 차이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차이점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어떤 『수태고지』에서는 남성으로, 어떤 『수태고지』에서는 여성으로 그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죠. 네 번째 차이점과 다섯 번째 차이점 역시 중세 회화와 르네상스 회화를 구분해 주고 르네상스 회화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수태고지』 그림이 워낙 많다 보니 『수태고지』 그림들만 비교해도 각 시대 회화의 특성이 드러나는 거죠.    

   

다음은 알레산드로 알로리Alessandro Allori, 1535~1607의 『수태고지』입니다. 이 그림은 마니에리스모이탈리아어: Manierismo 혹은 매너리즘영어: Mannerism, 1520년대~1600년대 양식의 작품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위에 있는 리피의 『수태고지』와 차이점을 살펴보다 보면 매너리즘 회화의 특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아래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알레산드로 알로리, 『수태고지』, 1603년. 캔버스에 유화, 162 × 103 cm. 아카데미아 미술관, 피렌체.


위 『수태고지』들과 무엇이 다른가요? 대천사 가브리엘의 다리가 조금 더 많이 드러났죠? 앞의 세 『수태고지』 속 대천사 가브리엘보다 나이도 더 어려 보이고요. 이 그림에서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소년의 모습입니다. 위 세 『수태고지』와 확연히 다른 점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으로 그려졌다는 것이죠. 그런데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다니는 건 이해가 되지만, 날개 달린 천사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동어반복 같다는 느낌이 살짝 들긴 합니다. 구름이 방석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 『수태고지』와 위 세 『수태고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천사 가브리엘과 성모 마리아의 몸짓인 것 같습니다. 위 세 『수태고지』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정적이고 차분합니다. 그런데 알로리의 『수태고지』 속 대천사와 성모 마리아는 몸짓이 극적이고 동적입니다. 연극 배우들 같죠? 바로 이 점이 매너리즘 회화의 한 가지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너리즘 양식은 르네상스 회화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수 있죠. 위 리피의 『수태고지』를 살펴보면서 르네상스 회화의 특성이 균형과 절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실적인 묘사와 원근법 사용이라고 말씀드렸죠? 매너리즘 회화의 특성은 “늘어진 형태, 과장되고 균형에서 벗어난 자세, 조작된 비합리적 공간, 부자연스러운 조명”「위키백과」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회화에서 중시했던 균형과 조화, 절제가 사라지고, 원근법으로 깊이감이 생겼던 공간이 평면화되는 거죠. 알로리의 『수태고지』에서는 파르미자니노Parmigianino, 1503~ 1540의 『목이 긴 성모이탈리아어: Madonna dal collo lungo1534~1535처럼 신체 비율이 과장돼서 목이나 팔, 다리가 기형학적으로 길게 그려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불균형과 부조화의 특성이 대천사 가브리엘과 성모 마리아의 과장된 동작으로 드러나는 겁니다. 배경 공간에서도 깊이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요. 이런 매너리즘의 특성은 바로크 미술17세기~18세기로 이어지죠. 극적인 순간의 역동적인 형태를 강렬한 명암 대비 속에 표현하는 것이 바로크 회화의 특징이니까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명암 대비 효과를 잘 활용한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파르미자니노, 『목이 긴 성모』, 1534~1535년. 나무에 유화, 216 × 132 cm.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계속)